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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Jul 31. 2022

14. ‘기도(祈禱)’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4

기도(祈禱)’는 신이나 절대적 존재에게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비는 행위이다. 기도(祈禱)의 한자 의미를 자세하게 살펴보자. 祈禱의 두 한자 모두 왼편에 뜻을 나타내는(部首) ‘보일 시(示)’가 들어 있다. ‘시(示)’자는 신에게 제물을 바치기 위한 제사상을 형상화한 모양이다. ‘기(祈)’자는 원래 ‘시(示)’와 ‘도끼 근(斤)’ 사이에 ‘양(羊)’자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기(祈)’는 ‘양을 도끼로 찍어 제사상 위에 바칠 만큼 간절한 바람’을 의미한다. ‘도(禱)’자도 역시 ‘시(示)’와 ‘목숨 수(壽)’가 합쳐져 ‘목숨을 제사상 위에 내놓을 정도로 원한다’라는 뜻이다. 기도(祈禱)는 제물인 양과 내 목숨마저 바칠 정도로 간절히 바라는 행위이다. 요즘 말로 ‘간절히 바라면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생각을 포함한 단어다. (중국 후한 시대에 부수(部首)의 기원을 설명한 『설문해자(說文解字)』 참고)

기도(祈禱)와 함께 사용하는 기복(祈福)’이라는 말이 있는데 속뜻을 살펴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기도는 집착하거나 욕망하지 않도록 힘쓰게 해달라는 원()으로 마음을 덜어내고 비우는 것이고, 기복은 무엇을 얻고 싶다는 욕망을 이루어달라는 원()으로 성취하고 싶은 마음을 채우는 것이다. 대부분 종교인이 기도와 기복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사용하고 있다. 심지어 기도한다면서 기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복을 위해서는 기복이 아니라 기도를 해야 함은 당연하다기복한다고 욕망을 채워줄 신이나 절대자는 존재하지 않고, 올바른 기도로 집착이나 욕망의 마음을 끊어내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기도는 신의 존재를 믿고 하는 행위이다. 신은 있는가? 신은 없는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신은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존재하고, 신이 없다고 믿는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가장 현명한 답일 것이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는가? 인간이 신을 만들었는가? 라는 질문도 똑같은 경우이다. 신의 존재에 대한 파스칼의 내기가 유명하다. 그 내용은, 신을 믿는 경우 신을 있으면 천국에 가고 신이 없으면 이득이 없다. 신을 믿지 않는 경우 신이 있으면 지옥에 가고 신이 없으면 이득이 없다. 신이 존재할 가능성이 아주 낮아도 신을 믿는 것이 이득이다. 그러므로 나는 신을 믿을 것이다. 재미있는 결론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기도는 청원의 기도이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하느님과 하나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또한 죄를 용서받고 지혜와 삶에 필요한 것들을 청하기도 했다. 신약성서의 기도는 과시나 겉치레의 기도는 피하고, 믿음과 용서의 마음을 갖도록 기도하라 했다. 성경에서는 기도함으로써 얻게 되는 것들로 두려움에서 벗어남, 영적인 힘, 삶의 만족, 지혜와 깨달음, 해악에서의 구출, 보상, 충만한 기쁨, 평화, 걱정에서의 해방 등이 있다.

불교에서의 기도는 성불(成佛 : 부처가 됨)을 위한 성취, 사홍서원(四弘誓願 : 일체의 중생, 즉 모든 생명체를 괴로움에서 구제하기 위하여 속세를 떠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겠다는 맹세)의 성취, 인격 완성과 밝은 지혜 성취가 목적이다. 그 중의 가장 큰 원()은 성불이다.

기도는 모든 종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도의 자세는 종교마다 다르지만, 일어서거나 무릎을 꿇어 엎드리고 머리를 조아리는 등의 형태를 취한다. 또한 두 손은 펼치고 맞잡는데 모두 복종·존경·헌신의 간절한 마음가짐을 나타낸다. 가지런히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리는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경건하고 아름다운 자세다. 하지만 정해진 기도의 자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무릎을 꿇고 고요히 앉아만 있는 것도 기도이다. 말로 표현을 하든 아니하든 간절한 소망이 있으면 그것 또한 기도이다. 기도의 진정한 목적은 기도하는 사람의 원()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나 절대자의 뜻을 이루기 위함이다. 기도는 세상을 살면서 세상에 예속되지 않고, 나 홀로 하나님 앞에 서는 것이라 했다. 그러므로 내가 하는 기도가 하나님의 뜻에 부응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종교인은 기도를 하기 전에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 하나님이나 절대자의 뜻이다. 하나님의 뜻을 깨달아 올리는 기도의 모범답안이 성 프란치스코 평화의 기도가 아닐까.

기도는 간절한 마음으로 염원하는 것뿐만 아니라최선의 노력과 그 결과의 의미를 찾는 것까지 포함한다. 기도만 한다고 이루어진다면 못 이룰 염원이 있던가. 절실한 기도와 함께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안되면 되지 않은 이유를 찾고, 원하는 것에 집중하며 전문성을 갖추는 노력도 함께해야 함은 당연하다. 최선을 다하는 것까지 기도에 포함된다는 말이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뜻이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은 기도 대신 스스로에 거는 약속 같은 각오(覺悟)를 더 많이 하기도 한다.

종교를 믿든 안 믿든, 믿는 종교가 무엇이든 최고의 기도는 마음을 비우는 기도이다. 마음을 비우는 기도의 으뜸은 용서(容恕)’의 기도가 아닐까.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은 새로운 나, 새로운 관계로 나아갈 수 없고, 불행의 씨앗이기 때문에 꼭 비워야 하는 것이다. 성경에도 용서가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다. 용서의 마음으로 모든 불편한 마음을 지우고무한한 인간의 집착과 욕망을 끊어내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기에 목숨까지 제사상에 바칠 수 있는 간절한 기도가 필요한 것이다. 진정한 기도만이 하나님도 부응하여 인간을 행복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종교인이든 아니든 욕망을 키우는 기복이 아닌용서의 마음으로 욕망을 비우는 진정한 기도를 하시어 행복의 씨앗을 싹틔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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