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 물 끓이기(정양)

[하루 한 詩 - 081] 사랑~♡ 그게 뭔데~?

by 오석연

한밤중에 배가 고파서

국수나 삶으려고 물을 끓인다

끓어오를 일 너무 많아서

끓어오르는 놈만 미친놈 되는 세상에

열받은 냄비 속 맹물은

끓어도 끓어도 넘치지 않는다

혈식血食을 일삼는 작고 천한 모기가

호랑이보다 구렁이보다

더 기가 막히고 열받게 한다던 다산선생

오물수거비 받으러오는 말단에게

신경질 부리며 부끄럽던 김수영 시인

그들이 남기고 간 세상은 아직도

끓어오르는 놈만 미처 보인다

열받는 사람만 쑥스럽다

흙탕물 튀기고 간 택시 때문에

문을 쾅쾅 여닫는 아내 때문에

‘솔’을 팔지 않는 담뱃가게 때문에

모기나 미친 개나 호랑이 때문에 저렇게

부글부글 끓어오를 수 있다면

끓어올라 넘치더라도 부끄럽지도

쑥스럽지도 않은 세상이라면

그런 세상은 참 얼마나 아름다우냐

배고픈 한밤중을 한참이나 잊어버리고

호랑이든 구렁이든 미친개든 말단이든

끝까지 끓어올라 당당하게

맘 놓고 넘치고 싶은 물이 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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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던가?


내 마음과 같은 세상

내 마음 알아주는 사람

내 마음 받아주는 사랑

찾아보기 어렵기에

넘치지 않을 만큼 끓어오르고

스트레스받지 않을 만큼 열받고

뚜껑 열리어 넘치지 않을 만큼

끓기가 쉽지 않은 세상~!

미친 세상에

미친놈으로 사는 것도

또 다른 삶의 모습

일에 사랑에 공부에 글쓰기에

좋게 미쳐서 사는 삶이

세상을 구하는 것.


이왕~!

제정신으로 살기 어려운 세상

아름답게 미쳐서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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