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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Oct 15. 2022

35. ‘운명(運命)’의 의미

삶은 의미다 - 35

운명(運命)’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라는 뜻이다. 運(옮길 운)은 뜻을 나타내는 辵(쉬엄쉬엄갈 착) 자와 소리를 나타내는 軍(군사 군) 자가 합쳐진 한자로 원래는 ‘옮기다’, ‘움직이다’라는 뜻이었으나, 여기서 파생되어 ‘운수’, ‘행운’과 같은 뜻도 가지게 되었다. 命(목숨 명)은 뜻을 나타내는 口(입 구)와 소리를 나타내는 令(알릴 령)이 합쳐진 글자로 ‘입으로 뜻을 알린다’라는 뜻이다. 원래 임금이 명령을 내려 백성을 부린다는 뜻으로 쓰이는 글자였는데, 윗사람의 명령이 아랫사람의 운명과 목숨을 좌우한다는 데에서 ‘목숨’, ‘운명’의 의미가 나왔다. 운명(運命)은 운은 돌아온다라는 뜻이다. 돌아온다는 것은 반복된다는 의미이며, 인과응보의 법칙이 있다. 원인이 있으면 원인으로 인한 결과가 있다는 의미의 단어다. ‘운명적 사랑’ 등과 같은 표현에서 사용되는 운명의 뜻은 강렬하고 드라마틱하다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단어로 숙명(宿命)’이란 말이 있는데 날 때부터 타고난 정해진 운명또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란 뜻이다. 宿命은 宿(잠잘 숙)에 命(목숨 명)이다. 잠잔다는 의미는 정지되고, 멈춰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숙명은 변하지 않는정해진 것으로 바꿀 수는 없다는 뜻이다. 둘은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하지만, 숙명이 운명보다 결정론에서 더 강하다. 다시 말해 운명은 노력 여하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숙명은 바꿀 수 없는 힘이나 처지 같은 것을 뜻하기에 운명보다는 어감이 강한 뜻이다. 둘 다 모든 사물을 지배하는 불가피한 필연의 힘이며, 누구라도 따를 수밖에 없고, 예측하기 어려운 절대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운명은 변하고숙명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운명은 살아가면서 노력 여하에 따라 변화가 가능한 것이지만, 숙명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으로 노력한다고 해서 변화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와 같은 의미로 누군가가 이르기를 운명은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이요숙명은 뒤에서 날아오는 화살이다.’라고 평했다.

운명론(運命論)은 일체(一體)의 일은 미리 정해진 필연적인 법칙에 따라 일어나므로 인간의 의지로는 변경할 수 없다는 이론으로 결정론이다. 운명을 결정짓는 것은 세 가지에 의해서다. 첫째가 신즉 하느님에 의해서 정해진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주(四主)로, 태어난 해, 달, 일, 시에 따라 정해진다는 사주팔자(四柱八字)이다. 마지막이 전생(前生)에서 이미 정해져 태어난다는 것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이 나아갈 길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또는 그것에 의하여 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이나 처지를 말한다. 이것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깨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며, 운명 같은 건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미래를 알기 위해서 하느님을 찾고 사주팔자를 보며 전생을 알고 싶어 하지만, 이미 그렇게 정해졌다면 결정된 미래를 알아봐야 별 의미가 없다. 동양에서는 운명을 자연의 섭리로 여기고 순응하는 데에 비해, 서양에서는 개척정신에 기반하여 운명에 순응하기보다는 운명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걷는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운명이란 정해져 있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분들도 있다. 정해진 운명이 있다면, 가만히 멈춰 앉아 있다고 운명대로 이루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또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한다면, 왜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대충 하는 것 같은데 잘 되는 사람이 있는가? 인생이 운명이든 숙명이든, 복잡한 우리 삶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원인이 있으니 결과가 있다라는 말이 있는데, 운명을 설명할 때 가장 적절한 속담이다. 운명은 내가 불을 피운 원인에 대한 연기가 나오는 결과를 설명한 말이다. 즉 내가 한 행동에 결과가 나오는 것이 운명이다. 삶에서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있음을 안다면 운명을 이해할 수 있다. 어떤 일에 관한 결과는 살아가면서 하는 행동들, 매 순간 벌어지는 상황에서 자신이 하는 선택에 따라 일어나는 일들이기에 결과가 정해진 것은 없다. 포괄적인 의미로 결과는 내가 한 행동의 응답이다. 그 행동을 보고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

나답게 산다는 것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자신의 잠재성을 개발하려 성장하는 삶이다.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관계없이 이미 정해진 운명 같은 건 없다. 다만 삶의 경험과 패턴이 있을 뿐이다. 남들보다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내가 가진 재능을 활용하려고 애쓰는 편이 훨씬 나은 것이다.

사람의 운은 평생 나쁜 운이 있어서 내려가기만 하는 사람도 없고, 평생 좋은 운이 있어서 올라가기만 하는 사람도 없다. 어떤 결정을 할 때 그때의 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잘살고 못살고 나뉘는 것이다. 어떤 일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다 보면 자신의 운과 맞아떨어지고, 그러면 좋은 일이 생긴다. 운명은 내가 한 행동과 노력의 결과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요소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만 매 순간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인생의 봄날은 언제나 지금이다. 누구나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에 대해 일일신우일신((日日新又日新)의 마음으로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해진 숙명은 바꿀 수 없지만, 운명은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후천적으로 노력한다면 선천적인 숙명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숙명과 운명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것은 각자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물감이 있다고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 아니다. 재료만 있다고 요리가 완성되지 않는다. 악기가 주어진다고 곡이 나오지 않는다. 어떤 그림을 그릴지? 어떤 요리를 할지? 어떤 곡을 연주할 것인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내게 주어진 물감재료악기라는 운명을 가지고 어떤 모습으로 내 삶을 완성할지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고 숙제이다.

운명은 정직하다. 반드시 다시 일어서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질 때, 운명도 나에게 새로운 문을 활짝 열어주어 응답하는 것이다. 실패와 절망을 통해 인간이 조금씩 성숙해가는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숙명의 노예가 되지 말고운명의 주인으로 살아가시길~! 

    

너는 내 운명~! ‘Amor fati~♡ (아모르 파티 네 운명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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