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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Oct 08. 2022

33. ‘경청(傾聽)’의 의미

삶은 의미다 - 33

경청(傾聽)’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말을 귀 기울여 주의 깊게 듣는다.’라는 뜻이다. 하지만 단순히 ‘듣기’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원활한 대화’라는 목적을 위해 사용되는 사회기술 중 듣기 측면에서의 것들을 묶어서 경청이라 부른다. 傾(기울 경)은 뜻을 나타내는 人(사람 인)과 소리를 나타내는 頃(잠깐 경)이 합쳐진 한자로, ‘기울다’를 뜻한다. 여기서는 ‘귀를 기울이다’라는 뜻이 있다. 聽(들을 청)은 뜻을 나타내는 耳(귀 이), 㥁(큰 덕)과 음을 나타내는 �(빼어날 정)의 세 글자가 합쳐진 한자로 ‘듣다’를 뜻한다. 聽에도 소리가 잘 들리도록 귀(耳)를 세워(㥁) 듣는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경청은 단순히 말을 듣는 행위가 아니다. 경청이란그 단어 뒤에 숨은 의미를 이해하는 고도의 사회적 기술이다경청의 기술은 내가 상대에게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고 느끼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 나는 상대가 내 말을 들었는지 단순히 알고 싶은 게 아니라, 느끼고 싶은 것이다. 날 바라봐준다고 느끼고 싶고, 내 말을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고 싶다는 말이다. 상대방이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은 물론이며, 그 내면에 있는 동기나 정서에 귀를 기울여 듣고 이해된 바를 상대방에게 피드백(feedback)하여 주는 것도 넓은 의미의 경청이다. 경청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기법의 하나다.

경청에는 소극적 경청과 적극적 경청이 있다. 먼저 소극적 경청이란수동적으로 들어주는 형태로써 상대방의 이야기에 대해 질문하거나 반박하는 것과 같은 외현적 표현을 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상대의 말을 들으며 침묵하는 것이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은 상대의 말에 공감하고 수용한다는 뜻을 포함한다. 이러한 소극적 경청은 상대방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도록 격려해주는 효과적인 비언어적 방법이며, 내가 침묵함으로써 상대방의 이야기를 수용 경청하면서 공감을 전달할 수 있다. 소극적 경청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은, 상대방이 자신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도록 모르는 이야기나 관심 없는 이야기라도 최대한 재미있게 들어주려 노력해야 한다.

적극적 경청이란 자신이 상대방의 이야기를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상대가 지각할 수 있도록 외현적인 표현을 하면서 듣는 방법이다. 대화 중에 명확하지 않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질문과 공감의 표시를 할 수 있고, 간단한 맞장구, 추임새 등을 하며 듣는 것이다. 나아가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응시하는 등의 행동으로 호응의 외현적 표현을 함께 할 수 있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의 흥분과 감정을 잘 처리하고 진정시킬 수 있으며 듣는 사람이 자신의 느낌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듣는 사람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도와주며 말하는 이의 말을 경청하는 주의력을 높여준다. 그럼으로써 듣는 이와 말하는 이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의미 있는 관계가 된다.

 ‘말하기가 쉬울까?, 듣기가 쉬울까?’라는 질문에 대부분 사람은 듣기가 쉽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공자(孔子)는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리고침묵을 배우는 데는 60(耳順)이 걸린다.’라고 했다. 그만큼 듣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다. 듣는 것이 어렵고 힘든 만큼 경청의 힘은 대단히 크다. 첫째가 경청은 상대를 기분 좋게 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귀 기울여 듣는 것 자체로 내 이야기에 관심을 둔다는 것이고,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그러므로 경청은 성공을 부르는 대화 습관이다. 영업의 달인으로 소문난 사람들의 비법이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얼굴에는 환한 미소로 잘 들어주는 것이 최고의 영업 비결이다. 둘째상대방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바로 경청하는 습관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습관 하나가 상호 간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이 세상에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셋째가 설득은 경청에서부터 시작된다. 상대를 설득하여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으면 경청은 필수이다. 앞의 두 가지에 더하여 이미지 및 호감도가 상승할 것이며, 더불어 대화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 관심을 보이며 잘 들으면 상대방의 기분이 좋아질 것이고 그로 인해 내가 의도하는 대로 그들을 움직여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잘 듣는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이타적 행위이고 유창한 말보다 설득력이 있다.

본다는 것은 소유하고 지배하겠다는 의지라면, 듣는다는 것은 소유 당하고 지배를 기꺼이 당하겠다는 의지가 숨겨져 있다. 그래서 전통적으로 보는 자는 우월한 지위에 있고, 듣는 자는 열등한 자리에 있었다. 왕 앞에서 조아리고 있는 신하들의 모습을 연상해보면 보는 자와 듣는 자의 위계질서를 명료하게 볼 수 있다. 종교적으로도 신은 우리를 보지만, 우리는 신을 볼 수 없는 존재이다. 당연히 신은 우리보다 우월한 것이다. 그렇다고 시각이 청각보다 우월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시대가 많이 변하여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말을 귀담아듣는 시대가 되었으니.

많은 전문가가 리더의 필수 덕목으로 경청을 지목한다. 미래학자인 톰 피터스(Tom Peters)는 “20세기가 말하는 자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경청(傾聽)하는 리더의 시대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또한 스티븐 코비(Stephen R. Covey)는 “성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대화 습관엔 뚜렷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단 하나만 들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경청하는 습관’을 들 것이다.”라고 역설했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을 CEO(Chief Operating Officer)가 아닌, CLO(Chief Listening Officer)라 불러달라고 주문했단다. 이청득심(以聽得心)’이라는 말도 있다 상대를 존중하고 귀 기울여 경청하는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다.’라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뭔가 하고 싶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힘, 그것은 바로 리더가 가져야 할 태도이다. 리더십은 소통이며, 경청은 소통의 필수조건이다. 리더십에서 경청이란 단순히 듣는 기술이 아니라들음으로써 설득하는 기술이다.

들어주기에 대한 여담 하나 더~! 한국 남자들이 퇴근 후 집에 가지 않고 술집에 가는 이유를 아는가? 집에 가면 아내는 TV와 자식은 핸드폰과 노느라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하나도 없고, 술집에 가면 마담이나 술친구 등 내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란다. 거기에 예쁜 마담이 옆에 앉아 손을 꼭 잡고 장삿속 콧소리로 ‘사장님이 이렇게 따뜻한 사람인 줄, 사모님은 모르시죠?’라는 한 마디면 거기서 죽지 않은 남자가 없다. 주부들이여~! 남편을 술집으로 내몰아 건강을 잃게 하지 말고남편의 말을 잘 들어주는 배려로 집으로 불러들이시기를~! 

우리가 듣는 것을 강조할 때 사람의 입은 하나인데 귀는 두 개인 이유가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두 배로 하라는 탈무드의 말을 들먹이지 않아도 경청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이 되었다. 영국 속담에서는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라고 했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청구영언(靑丘永言)에 나오는 시조(時調)에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라는 구절도 있다. 이런 연유로 입(口)은 화를 부르는 근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모두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리라. 

무엇을 듣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듣는가가 우리의 삶을 만들어 나간다. 경청의 핵심은 듣는 자체가 아니라 듣는 자세라는 말이다. 남이 말할 새도 없이 자기 말만 해서 얼마 되지 않는 바닥을 드러내지 말고, 남의 말을 정성껏 듣는 것도 말을 잘하는 방법임을 깨달아라. 말보다 더 강력하게 상대와 교감하는 방법이 듣는 것이라는 것도.

말의 달인이 되어 바닥을 드러내기보다듣기의 달인이 되어 교감과 설득의 삶으로 발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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