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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Nov 30. 2022

46. ‘교육(敎育)’의 의미

삶은 의미다 - 46

교육(敎育)’은 지식이나 기술을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주는 것, 특히 교육학에서는 바람직한 인간이 되게끔 가르치는 것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敎(가르칠 교)는 爻(사귈 효), 子(아들 자), 攵(칠 복의 세 글자가 합쳐진 글자로 ‘가르치다’, ‘교육’, ‘본받다’ 등의 뜻이다. ‘爻+子’는 자식이 본받도록 가르치는 것을 의미하고, 거기에 아이를 회초리로 치는 모습에서 ‘가르치다’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育(기를 육)은 여자가 아이를 순조롭게 낳은 모습을 본뜬 글자로 ‘기르다’, ‘키우다’라는 뜻이다. 영어로 교육은 ‘educate’인데 밖으로(e-) 끌어낸다(due-)’라는 뜻이다. 고유한 재능은 사람 안에 이미 다 들어 있고, 그걸 끌어내는 게 교육이란 말이다.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은 교육의 근본 뜻에 어긋나는 일이다.

교육의 기원은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면서 함께했다고 보면 된다. 인간은 백지상태로 태어난다. 인간은 개체마다 완전한 무지의 상태에서 시작하여 기본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지식기술 등의 모든 수단과 방법들을 처음부터 학습을 통해 익혀야 한다이 점에 있어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시대를 초월하여 평등하다. 살아남기 위해서 교육과 학습을 선택한 인간은 진화를 선택한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긴 양육 기간을 갖게 되었다. 이 점이 인간을 다른 동물들과 비교할 때 치명적인 약점이지만, 자연에서 가장 강하고 뛰어난 존재로 만들어 주었다. 학습이 진화보다 더 빠르고 유연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급격한 환경 변화에 더 잘 적응하여 꿋꿋이 살아남아 다른 동물을 지배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교육이 인간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는 말이다.

교육학자 이마누엘 칸트도 사람은 교육에 의해서 인간이 된다.’라고 했다. 교육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일을 하며, 인간은 교육을 통해서만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인간은 교육받는 유일한 동물이며, 교육을 통해 동물성 대신 인간성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교육의 주요 목표는 인격자 양성이라 보고 도덕적 인격교육을 강조했다.

교육의 3요소는 교육자와 학습자그리고 교육수단(교육과정, 교재 등)이고,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소에 따라 가정교육학교 교육사회교육으로 나눈다. 가정교육은 주로 가치관태도도덕관념 등을 습득하게 된다. 가정교육은 개인이 태어나서 최초로 이루어지는 교육이며 시기를 놓치면 받기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교육으로 제대로 받지 못하면 성장하면서 받는 학교 교육과 사회교육에 잘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학교 교육은 학교에서 정해진 교육과정(curriculum)에 따라 이행되는 교육이며, 사회교육은 사회에서 행해지는 교육으로서 인생의 가장 긴 기간을 차지하는 교육이다. 이구동성으로 가정교육, 학교 교육, 사회교육이 중요하다고 떠들어대지만, 가정도 학교도 사회도 교육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핵가족화된 가정은 잠자리와 쉬는 공간 더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고, 학교 역시 잠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진정한 교육보다 점수에 의한 경쟁만 있는 학생들이 벗어나고픈 공간이 되었다. 매일 쏟아지는 뉴스를 보면 교육 장소로서의 사회는 더 말해 무엇하리오. ‘이 세상에 문제아는 없다문제 가정문제 학교문제 사회가 있을 뿐이다.’라는 교육가 닐의 말이 생각난다.

모든 길에 왕도가 없듯이 교육도 왕도가 없다. 하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우리 교육은 미래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능력을 습득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학교 교육의 가장 큰 잘못은 시험 점수만으로 학생의 능력을 규정하고 속단하는 것이다. 단순히 전달받은 정보를 잘 암기했음을 증명하는 일이 중심인 우리 공교육의 시험이 실제로 얼마나 교육의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지식의 기본이 되는 요소들은 배워야 할 테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형태의 시험이나 평가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험 대부분이 지식의 암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평가가 잘못 끼운 첫 단추이다. 마우스 클릭만 몇 번 하면 대부분 찾을 수 있는 시험은 학생들을 점수라는 숫자로 줄 세우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대부분 학생에게 점수라는 부끄러움과 두려움으로 생각하는 힘이 자라날 가능성을 빼앗은 것이다. 시험이 학생들의 시야를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오히려 그 눈에 가리고 있는 현실이다교육에 있어 평가는 매우 중요하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왜냐하면 모든 교육은 평가에 맞추어 따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보혁명의 시대, 이제 교육을 통해 자신의 시대까지 누적된 지식을 습득하고, 그것에 의존하여 살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은 네트워크 안에 넘쳐나고 미시적이며 수명마저 짧아 누가 어떤 지식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는 관건이 아니다. 격변하는 환경에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전망과 판단을 획득하여, 그에 합당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 교육의 관심은 지식의 시대에서 생각(창조)의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점점 지식이 많은 사람보다 생각이 많은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교육의 문제에서 사교육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 물결로 패자부활도 안 되고, 승자 독식 사회가 되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점점 초식동물과 같이 집단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의식이 싹트게 되었다. 초식동물은 사자하고 싸워서 이기려고 모여 있는 게 아니라, 맨 뒤에 처진 한 명만 잡아먹히면 자기는 안전하기 때문에 모여 산다어찌 되었든 꼴찌만 안 하면 되는 것이다사람도 마찬가지로 꼴찌를 하지 않으려고, 낙오하지 않으려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남들만큼은 가려고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자기 자식들이 천재라서 시키는 게 아니고, 뒤에 처지지 말고 대충 중간이라도 끼어 가라는 뜻에서 시키는 것이다. 그 불안한 마음이 자녀를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고, 그 과정에서 ‘헬리콥터 맘’, ‘마마보이’들이 생겨난다. 사교육에 숨어 있는 깊은 뜻은 자녀의 교육이 아니라부모의 마음 편하기다.

인간이 경계하면서도 근절하지 못하는 최대의 악 중 하나가 세뇌 교육이다. 세뇌는 사람이 본디 가지고 있던 의식을 다른 방향으로 바꾸게 하거나 특정한 사상 및 주의를 따르도록 뇌리에 주입하는 일로, 사회에서 습득하고 배우게 되어서 우리의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도덕적 관념, 국가관, 논리적/과학적 사고방식과 같은 것도 세뇌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은 교육을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최강의 세뇌는 교육이라 말하기도 한다. 아직도 일부 국가나 종교에 의해 교육이란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세뇌가 비일비재하다. 사실 교육과 세뇌는 그 경계선이 불분명하다. 보통 특정한 개인의 가치관 변화를 교육이라고 정의할지, 세뇌라고 정의할지는 그 가치관이 법, 도덕, 윤리와 같은 보편적 가치와 조화되는지 혹은 어긋나는지로 구분하는 편이다. 긍정적이면 교육부정적이면 세뇌라 한다. 가해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정서적인 학대를 지속하여 판단력이 매우 낮다고 스스로 믿게 만들어, 결국 가해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끔 만드는 가스라이팅(gaslighting)도 세뇌의 일종이다. 가스라이팅의 피해자는 스스로 하는 모든 판단을 의심하여 가해자의 주장이나 행동을 비판 없이 수용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성폭력의 행동까지도 수용하게 되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현대의 교육은 이미 학생들에게 차고 넘치는 ‘더 많은 정보’에 매몰되지 말고, 정보를 이해하는 능력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차이를 식별하는 능력수많은 정보 조각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세상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학교의 교육 내용을 ‘4C(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ity))’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학교는 기술적 기량의 교육 비중을 낮추고 종합적인 목적의 삶의 기술을 강조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낯선 상황에서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일 것이다.

교육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삶으로 나누는 것이라 했다. 시험과 대학 합격 같은 천편일률적인 목표가 아니라,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가지 개성과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도록 이끌어주고, 그러는 데 필요한 근육들을 단련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 올바른 교육이다. 교육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전통과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인간이 개별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주는 데에 있다. 자기 삶을 더 풍요롭게 살 수 있고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균형 잡힌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기대해 본다.

를 잃어버린 교육에는 남들에게 보이는 거짓되고 과장된 가 있을 뿐이다교육은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세상을 아름답게 할 꽃씨 하나를 심는 일이라 했다. 우리 교육이 자신이 좋은 일꾼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시간 낭비에서 벗어나자아의 내부에서 지혜의 핵심을 뽑아내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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