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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7. 기울어짐에 대하여(문숙)

[하루 한 詩 - 237] 사랑~♡ 그게 뭔데~?

by 오석연

친구에게 세상 살맛이 없다고 하자

사는 일이 채우고 비우기 아니냐며

조금만 기울어져 보란다

생각해보니 옳은 말이다

노처녀였던 그 친구도 폭탄주를 마시고

한 남자 어깨 위로 기울어져 짝을 만났고

내가 두 아이 엄마가 된 것도

뻣뻣하던 내 몸이 남편에게 술쩍 기울어져 생긴 일이다

체 게바라도 김지하도

삐딱하게 세상을 보니 혁명을 하였고

어릴 때부터 엉뚱했던 빌게이츠도

컴퓨터 신화를 이뤘다

꽃을 삐딱하게 바라본 보들레르는

악의 꽃으로 세계적인 시인이고

노인들도 중심을 구부려

지갑을 열 듯 자신을 비워간다

시도 돈도 연애도 안 되는 날에는

소주 한 병 마시고 그 도수만큼

슬쩍 기울어져 볼 일이다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도

흔들리지 않고 피는 사랑도

없다 하지 않던가.

흔들리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리.

사는 내내

꼿꼿이 산다는 게 어디 쉬운가.

때로는 흔들리고 비틀거리며

때로는 넘어지고 일어서기도 한다.

기울어지는 것이 비운다는 것이니

새로운 기적이 채워짐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미치지 않고 살기 어렵다.

미친 세상에

미친 놈으로

미친 듯이 사는 게 답일지 모른다.

그러지 못하니

소주 한 병으로 불난 속 다스리고

취한 척 살아가려는 것이다.

그런데 물가가 천정부지라

그것도 어렵다는 것이 더 슬프다.

한 잔 술에 몽롱한 이 밤

누군가에게 기울어져 볼 일이다.

마음이 기울어져 기대다 보면

몸이 넘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

한 사람에 푹 기대고 넘어져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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