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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Sep 17. 2023

109. ‘노출(露出)’의 의미(3 노출의 지혜)

삶은 의미다 - 109

인간은 원래 옷을 입지 않고 생활했다. 추위를 막고 몸을 보호하는 옷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몸 전체를 가리는 문화가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열대지방의 일부 원시 부족은 옷을 입지 않고 중요 부위만 가리고 생활한다. 지금은 인간이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의식주 중에 하나로 자리 잡고, 몸을 보호하는 기본적 목적보다 아름다움을 꾸밀 수 있는 역할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 노출 문화도 자기의 아름다움을 표시할 수 있는 하나의 패션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원래 남성들은 노출이 심하고 매혹적인 여성에 본능적으로 끌린다. 하지만 여성은 아무 남자나 받아들이면 좋은 유전자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남성들이 여성에게 접근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좋은 유전자의 남성을 만나기 위해 노출을 피하고 온몸을 가렸으며 혼전 관계를 삼갔다. 지금도 이슬람 문화권의 여자들은 밖에 나갈 때 부르카, 차도르, 히잡과 같은 전통 복장으로 온몸을 가리고 다닌다. 하지만 이슬람 문화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산업화 이후 여성들의 사회 활동이 늘면서 그런 프레임은 깨졌다.

이렇게 여성의 얼굴과 몸을 가리고 다니는 문화의 이면에는 여성을 사고파는 ‘상품’으로 여긴 탓이다. 그래서 결혼할 때 신랑 측이 신부 측에 돈을 내는 관습이 생겨났고, 남자들의 관심을 차단하여 정조를 중요시하려고 옷으로 몸을 가렸다. 과거 가부장적 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의 신체 노출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했고, 노출한다든지 밖으로 자주 나다니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비난받았다. 나아가 ‘헤픈 여자’라는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좋은 남자를 만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노출을 피하고 집에서 조용히 신부수업을 받는 것을 여성들도 수용했다. 특히 가문과 조건이 좋은 집안의 여성들은 노출이 독으로 작용했다. 조선 시대의 여인 중에 사회적 노출이 심해서 첩이나 기생으로 산 여인들이 수두룩하다.

이렇게 옛날에는 살을 보인다는 것, 벌거벗음을 수치스러워했다. 벌거벗겨진다는 건 내 자신이 적나라하게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은 자신을 의식하는 어느 시점부터 벗고 다니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벗으면 안 된다고 학습한다. 하지만 방송, 미디어, 광고 등에서 노출에 대한 본능적인 부끄러움을 지워버린 것도 사실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크지만, 사람은 늘 이성의 몸을 보려는 욕망이 있다. 특히 남성들은 벗은 여성을 보면 자기와 섹스 가능성이 커진다고 생각한다. 포르노 산업, 소주병이나 술 광고에 등장하는 반라의 예쁜 여자, 남성용 상품 광고에 등장하는 노출이 심한 여성, 자동차 전시회에 등장하는 레이싱 모델 등은 남자들이 여성의 벗은 몸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속성을 이용한 마케팅이다.

이렇게 노출이 마케팅을 넘어 패션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중세의 명화를 보면 여성의 가슴을 드러내놓은 그림들이 많다. 가슴의 상층부를 노출한 복장인 ‘데콜타주’이다. 지금 유럽에서 논란이 되는 톱리스(topless) 패션이다. 여성이 상의(top)를 입지 않아(-less) 자기 상반신을 드러내는 패션으로 주로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유방(구체적으로는 젖꼭지)을 가리지 않는 경우를 일컬으며, 반대로 하반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것은 바텀리스(Bottomless)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하의실종, 옆선을 갈라놓은 원피스나 치마 등도 바텀리스 패션에 속한다. 이렇게 노출 패션은 문화에 따라 그 허용 범위가 조금씩 다르지만, 점점 더 과감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과한 노출이 성범죄의 원인이 된다든지,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범위를 넘어섰다든지 등의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과한 노출을 경계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것은 똑같은 사람인데 남성과 여성의 노출을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이 전혀 다르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남성들의 여성 노출에 대한 시각은 대체로 성적인 면에 고착되어 있다. 노출된 여성의 몸을 보면 본능적으로 성적인 연상을 하고 흥분한다. 따라서 자기를 유혹하고 있다고 오해하고, 여성 노출에 대한 남성들의 가장 큰 착각이다. 거리에서 만나는 ‘하의실종’이나 배꼽티, 톱리스 패션이 남성의 유혹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여성들의 주장이고 학자들의 견해다. 노출하는 여성은 자기의 몸이 자랑스럽고 자기만족이나 정체성을 찾으려는 데 있다. 남자들의 시선은 끌 수 있지만, 유혹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자기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적으로 생각하는 남자들이 문제야’라고 비난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보는 건 좋지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이 나를 보는 건 정말 싫다며 성희롱으로 고발한다. 그래 요즘은 여성을 빤히 쳐다보는 것도 범죄가 되는 시대다. 미련한 남자들만 불쌍하다. 한편 남성 노출에 대한 시각도 다르다. 남성들의 노출은 성적인 갈망이나 몸에 대한 자신감이 숨어 있다. 따라서 여성들은 남성의 노출에 대해 성적으로 공격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다. 남자의 노출은 여성들의 상당한 공포감이 된다. 그래서 더 강하게 단속하는 것이다. 남성의 지나친 노출을 막는 것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노출 자체보다는 사회적 상황, 노출의 정도와 장소가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무릎 위 치마가 허용되지 않던 옛날과 무릎 아래 치마는 살 수 없는 지금과는 노출의 사회적 허용 범위가 천양지차이다. 해수욕장에서야 비키니 차림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비키니를 입고 강남을 질주한다든지, 비키니를 입고 서빙을 하는 것은 아무리 눈길을 끄는 자신감의 표현일지라도 보기 민망하다. 공공장소에서 심한 노출을 하면 ‘과다노출죄’ ‘노출증 환자’로 경찰서에 갈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몸을 자랑하고 자신감의 표현일지라도 팬티만 입고 출퇴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과도한 노출 때문에 사람들이 자신을 이상하게 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위를 조절하지 못한다면 그건 부적절한 노출이다.  

노출할 때 부끄러움이 쾌감으로 변하는 증세를 ‘노출증(露出症)’이라 한다. 특히 자신의 벌거벗은 몸, 특히 음부 등을 노출하여 타인에게 보임으로써 성적 쾌감을 느끼거나 만족을 얻는 증세를 말한다. 노출증의 남성이 성기만을 노출하는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성기보다 전신을 노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남성은 벗은 하반신이 타인에게 가장 부끄럽다고 생각하고, 여성은 하반신뿐만 아니라 상반신도 그렇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출이 심한 옷을 입어 타인의 시선을 즐기고 자기 만족하는 정도까지가 사회의 통념인 듯하다. 그 선을 넘어가면 가벼워도 변태, 심하면 병, 더 나아가면 범죄가 된다. 보일락말락 스릴을 즐기다가 과시형의 바바리맨, 더 나가면 야외섹스와 같은 성적 행위를 하는 정도까지 심해진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눈에 보이는 가장 중요한 상품은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몸이 아닐까. 나 자신이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자랑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아름다운 몸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투자했으면 그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섹시함과 지나친 노출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부적절하지 않은 한도 내에서 자신 있게 노출을 즐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입는 것과 노출이 자유라면 보는 것도 자유다. 하지만 서로의 민망과 불쾌감은 책임이다. 때와 장소, 사회적 분위기에 맞춘 센스있는 노출로 매력을 최대한 발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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