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124
‘꿈(夢)’은 ‘잠자는 동안 일어나는 심리적 현상의 연속’. ‘이루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理想)’을 뜻한다. 夢(꿈 몽)은 침상(爿)에 사람(人)이 누워 눈(目)을 손으로 가리고 있는 모양으로 ‘누워서 자는 사람과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본떠 만든이라는 한자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뜻을 이루다’라는 말속의 ‘뜻’은 ‘어떤 일이나 행동을 하는 가치나 중요성’을 나타내는데 ‘꿈’이란 말과 거의 같은 뜻이다.
누구나 꾸는 꿈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잠자는 밤에 꾸는 꿈으로 아침에 깨어나면 사라지는 꿈이다. 말 그대로 헛된 꿈이다. 다른 하나는 깨어있는 낮에 꾸는 꿈이다. 낮에 꾸는 꿈은 실현시켜려 행동하는 꿈이다. 누구나 꿈꾸는 성공은 잠들지 말고 잠에서 깨어 실행해야 이룰 수 있다.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에 붙어 있는 30가지 명언 중에 첫 번째가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라는 문구라고 한다. 한때 엄청나게 유행하여 학교 다닐 때 교실 칠판 위에 급훈으로 가장 많이 애용됐다. 공부 시간에 졸지 말라는 뜻에서. 그 시절 ‘지금 공부하면 배우자 얼굴이 바뀐다.’라는 급훈도 유행했었다. 배우자 얼굴이 꿈이었던 학생들을 유혹하기 위한 문구다. 그때 그 시절 공부 열심히 해서 배우자 얼굴이 바뀌었나요? 난 살아보니 다 똑같더구먼.
2002년 월드컵에서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응원으로 4강까지 진출했던 기억이 있다. 박진영이 미국 음반시장에 진출하고 “꿈은 분명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저는 배웠습니다. 꿈은 아주아주 어렵게 이루어집니다. 그렇게 어렵게 이루어진 꿈이야말로 지속적이고 진정 가치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누구나 선택한 꿈을 위해 인내하면서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어린 시절 학교 다닐 때 ‘꿈이 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여기서 꿈의 의미는 장래 희망으로 어떤 직업을 갖고 싶냐는 의미로 통한다. 옛날 우리 때 학생들의 장래 희망은 초등학교 때는 대통령, 판사, 검사, 의사이던 꿈이, 중고등학교에서 공무원, 교사, 경찰관, 회사원 등 좀 더 현실적으로 바뀌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이라도 하는 것이 꿈이 된다. 그러나 시대가 바뀜에 따라 학생들의 장래 희망도 많이 바뀌었다. 요즘 초등학생의 희망하는 직업 순위는 운동선수, 교사, 유튜버(크리에이터), 의사 순이고, 중고등학생은 교사, 의사, 운동선수, 간호사(여), 군인(남) 등이다. 학생들의 꿈만 봐도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학생들에게 부모가 정해준 꿈 말고 ‘나만의 꿈’을 가지라고 지도한다. 특히 박근혜 정부부터 시작한 중학교의 자유학기(년)제는 시험 성적에 얽매인 학생들에게 이른 시기에 직업을 탐색하고 장래 꿈을 갖는 것을 목표로 했다.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는지 모르지만, 학교 현장에서 학습 방법, 학생 지도, 직업 탐색 등의 분야에서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꿈과 끼를 기를 수 있는 방향으로 많은 변화를 준 것만은 사실이다.
학생이 꿈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학생들이 갖는 꿈이 자신이 정한 꿈이 아니라 부모가 심어준 꿈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부모가 자식의 꿈을 디자인해 넣어주는 이상한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많은 부모가 자식을 소유물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에게 투사하여 자신의 꿈을 대신 이뤄주기를 바라고, 자식을 닦달한다. 조급한 마음에 자식을 자신의 굴레에 매어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어리면 어릴수록 부모의 양육 감옥에 갇혀 정말로 부모의 소유물이 되어 버리고, 자신의 감정이나 바람을 용기 있게 말하지 못한다. 결국 부모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무능력한 성인이 되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 꿈도 부모가, 학교도 부모가, 회사도 부모가, 결혼도 부모가 선택한다.
요즘 초등학생이 의사가 되기 위한 학원 특별반에 들어가 공부한다는 데, 거기서 공부하는 아이의 몇 명이 스스로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지 의심스럽다. 의대 정원을 늘린다는 발표가 대한민국의 교육을 흔들고 있지 않은가. 정말 이상한 나라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온전한 자신의 꿈을 꾸려면 용기와 반항심을 갖춰야 한다. 제일 먼저 부모의 말부터 거슬러야 한다. 불효자가 되어야 자신의 꿈을 시도할 수 있다. 순수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갖는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사회가 이상하지 않은가. 부모에게서 독립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자립하여 살아가는 것이 정상적인 삶이다.
의사 선생님들은 조금 서운할지 모르지만, 말이 나왔으니, 사람의 삶에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보자. 가장 중요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는 자부심, 아픈 사람에 대한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병을 고칠 수 있는 전문적 기술 등이 의사 선생님의 필수 조건일 것이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매우 어려운 직업인 것도 사실인 만큼, 그에 걸맞는 보수와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환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외과적 손기술(솜씨)이 필수인 의사가 왜 그리 대한민국에서 제일 공부 잘하고 똑똑한 학생만 가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성적으로만 본다면 고교 3등급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역시 보수(돈) 때문이겠지만, 의대 쏠림 현상은 교육의 큰 병폐임은 틀림없다. 공부 잘하고 머리 좋은 학생은 창조적인 분야로 가는 것이 교육의 적재적소가 아닐까.
학생들이나 자식에게 꿈 갖기를 지도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 되겠다.’라는 막연한 꿈보다 ‘무엇이 되어 어떤 일을 하겠다.’라는 구체적인 꿈을 가지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사, 판사, 선생님이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떤 의사, 어떤 판사, 어떤 선생님이 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의사가 되어 돈을 버는 것보다 ‘소아과 의사가 되어 아픈 어린이들을 치료하겠다.’, ‘특수학교 선생님이 되어 장애 학생들을 가르치겠다.’ 등의 구체적인 계획으로 어떤 일을 해서 이웃과 함께 살 것인가 하는 꿈을 꾸는 것이다. ‘무엇’이 되고 싶다 보다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 라고~
꿈들의 공통점은 다 ‘이루어지기 힘들다.’라는 것이다. 꿈은 이루어질 수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살다 보면 이루어지지 않은 꿈이 더 많다. 꿈꾸던 대로 되지 못했다고 실패한 인생은 아니다. 실패한 인생이란 없다.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꿈이 없는 것은 삶의 목표가 없는 것이다. 꿈은 이루어지는 순간 이미 그것은 꿈이 아니다. 한 꿈이 이루어지면 또 새로운 꿈을 꾸기 때문이다. 꿈은 끊임없이 꾸는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꿈같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다. 급여, 복지 등이 내가 원하는 눈높이에 맞고, 내가 하고 싶은 일, 나를 인정해 주는 회사 등이 꿈같은 직장의 환상이다. 하지만 그런 직장은 없고, 그런 직장에 입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현실은 내가 생각했던 꿈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꿈같은 직장’은 말 그대로 ‘꿈’일 뿐이다. 그래도 ‘꿈같은’ 꿈은 포기할 수 없어 늘 내 속에서 꿈꾸는 것이다. 그게 현실의 삶인 것이다. 그래도 우리 시대 팔팔한 젊은이들의 꿈을 오직 좋은 직업에 묶어놓기는 너무 아깝다. 직업보다 더 넓은 뜻을 품고 시대정신을 발휘하여 더 좋은 세상을 위한 꿈을 갖어야 청춘이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꿈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루지 못한 경우는 조금 힘들 수도 있다.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면 더욱더 아쉽고 미련이 남는다. 어른이 되어 밥벌이를 위한 직업을 가지게 되면 오랜 기간 이루지 못한 꿈으로 간직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나이 들어 여유가 되면 취미로 조금이라도 꿈에 대한 아쉬움을 푸는 사람이 많다. 꿈을 포기하는 것이 괴로울 정도라면 취미로 그 빈 마음을 채우면 된다. 또 이렇게 하다 보니 꿈을 이루게 된다. 늦깎이 예술가들이 많지 않은가. 사실 계획해서 이루는 꿈보다 하다 보니 이루는 꿈도 많다.
어는 책에서 보니 ‘꿈’의 정의를 ‘지향하는 바를 드러내는 것일 수 있지만 자신에게 가장 결핍된 부분일 수도 있는 것’이라 하고, 꿈은 도달하고 싶은 희망 사항이란다. 맞다. 내가 부러움과 질투심을 느끼는 그곳에 내가 원하는 꿈이 있다. 질투심과 열등감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거울 역할을 해준 것이다. 당신의 감정이 요동칠 정도로 강한 질투심이 느껴지는 것에 당신이 진정 원하는 꿈이 있다. 그것을 향해 뛰어라.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꿈의 다른 이름으로, 한 글자로 ‘꿈’, 두 글자로 ‘희망’, 세 글자로 ‘가능성’, 네 글자로 ‘할 수 있다.’란다. 나이는 살아온 햇수가 아니라 꿈이라 했다.
우리의 눈을 가리는 허황한 꿈의 날개를 접고 현실을 직시하여 희망의 꿈이 꿈틀대는 삶을 향해 무소의 뿔처럼 뚜벅뚜벅 걸어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