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가끔 금주령이 내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서양에서 술이 금지되는 것은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고, 동양,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술이 곡주(쌀)가 많아 식량 보존의 차원에서 사적으로 술을 제조해서 마시는 행위를 금지했다. 어렸을 적 시골에서 막걸리를 사적으로 빚지 못하도록 공무원들이 수시로 집집마다 수색하였고, 발각되면 벌금을 물기도 했다. 아랫마을에 점검하는 공무원들이 떴다는 말이 들리면, 집안의 술동이와 누룩을 이고 뒷산으로 가서 숨기고 솔가지를 덮어놓던 모습이 선하다. 지금도 사적으로 술을 빚어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이렇게 인간은 마실 물과 곡물이 남아돌면 어김없이 술로 담가 마셨다. 술 마시는 걸 금지한 금주법이 있을 때도 몰래 술을 담그고 몰래 마셨다. ‘인간은 술을 마시는 종족’이란 말이 맞는다. 상황이 어찌 됐든 기어이 술을 마시고 살아왔다. 또한 술은 마시는 데에만 쓰인 것이 아니라 요리에 넣는 식재료로 널리 사용된다. 주로 국물을 내는 요리에서 술을 넣고 끓이면 재료의 잡내를 에탄올과 함께 날리고 술의 향과 풍미를 요리에 입히게 된다. 일본의 미림이나 한국의 맛술이 대표적인 요리 술이라 할 수 있고, 이 밖에도 일반적인 소주, 포도주, 맥주 등을 그대로 넣어 사용하기도 한다.
술에 대한 바보 같은 명언으로는 “술은 인간에게 해로운 것이니 몽땅 마셔서 없애버려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참 모순적이면서도 술과 인간 사이의 애증을 엿볼 수 있는 말. 프랑스 속담 중에도 “너무 취하면 기억이 빠져 죽는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는 말이다. 소위 말하는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 현상인데. 반복적으로 일어나다 보면 알코올성 치매가 올 수 있다. 그래도 인간과 술을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술로 인한 범죄행위는 술이 직접적 원인이라기보다 술에 의해 심신이 미약해진 상태에서 범죄에 노출되기 쉬워진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상당히 많은 범죄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술에 의해 이성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범죄에 노출되면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비율이 매우 높다. 심하면 술이 깨고 난 후 자신이 범죄를 저지른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음주운전이다. ‘음주운전(飮酒運轉)’은 ‘술이나 약물을 음용한 후 정상 상태로 신체가 회복되기 이전에 교통수단을 운전하는 행위’를 말한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의 운전에 해당하며, 사고로 사람을 상해하거나 사망하게 했을 때는 가중처벌 되는 심각한 범죄행위로 취급한다. 운전 자체는 범죄는 아니지만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여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타인에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에 모든 나라에서 음주운전을 강력한 범죄로 취급하여 처벌한다.
술 역시 강한 의존성이나 중독성을 가지고 있는 물질 중 하나이다. 중독성은 한 번에 마시는 양보다 얼마나 자주 마시는 가에 따라 좌우됨으로 매일 마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중독이 아니더라도 과음하여 취하게 되면 자제력 상실, 고성방가, 음주운전, 폭력성 증가, 폭언 및 같은 말 반복, 구토, 신체 불균형 등 주변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커지고, 본인도 그런 행동에 무감각해진다. 음주 절제 또는 금주 필요성을 못 느끼고, 느끼더라도 잠시 순간뿐이고 술이 주는 쾌락에 빠져 만취를 반복하기 쉽다. 이 바탕에는 음주에 대한 관대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술이 약물(마약) 등과 같은 향정신성 물질만큼 해롭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술은 알맞게 마시면 잠을 부르고 피의 순환을 좋게 하며 식욕을 돋우고 스트레스나 욕구불만을 해소한다. 또 신진대사를 높여 피로를 푸는 효능이 있다. 그러나 과음하면 대뇌피질의 작용을 방해하여 긴장 상태를 해이 시키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게 될 뿐만 아니라 숙취(宿醉)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또한 과음을 계속하면 소화기 및 혈관 계통의 많은 병을 유발한다. 이런 술을 현명하게 마시는 방법은 있을까? 금주 외에 적정 음주량이 있긴 한가?
적정 음주에는 음주량과 음주 패턴의 개념이 모두 들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자신과 타인에 해가 되지 않는 정도의 음주를 말한다. 하지만 적정 음주를 명확히 정의하기란 쉽지 않고, 건강 음주(healthy drinking), 안전 음주(safe drinking), 저위험 음주(low risk drinking), 조절 음주(controlled drinking) 등의 개념과 비슷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적정 음주의 개념은 나라마다 다르며, 특히 나라마다 선호하는 술의 종류와 양이 다르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을 만들기는 어렵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저위험 음주를 순수 알코올 섭취량으로 보았을 때 남자는 하루 40g(약 소주 3잔) 미만, 여자는 하루 20g(약 소주 2잔) 미만으로 권장하고 있다. 음주문화가 널리 퍼져있는 우리나라에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을 전혀 안 마시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적정 음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어 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두잔 이내로 마시도록 권하고 있다.
절주와 금주가 건강을 위한 최선인 것만은 확실하다. ‘술은 먹는다고 하여도 두 잔 이내로~!’라는 건강 음주 슬로건이 있지만, 술꾼들에겐 정말 지키기 힘든 일이다. 그래도 건강해야 좋아하는 술을 오랫동안 즐기면서 살 수 있기에 전문가들이 권하는 절주와 금주 방법들을 살펴보자. 첫째, 술을 줄이기 위한 자신만의 동기를 만들고 주변에 알린다. 본인의 결심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절주와 금주 사실을 주변에 널리 광고하여야 지인들도 술 권하는 문화에 동참시키지 않는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알림으로써 자신의 결심을 더욱 다지는 효과도 있다. 둘째, 음주를 권하는 환경에 대비해 방안을 마련해 둔다. 어쩔 수 없이 술자리에 함께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술 대신 물로 분위기를 맞춘다든지, 함께하는 술쟁이들의 양해를 구해 한잔 받기만 하고 마시지 않는 등의 방책을 마련해 둔다. ‘오늘까지만 마시자’, ‘딱 한 잔만 하자’ 등과 같은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주 초기 단계에서는 술을 마셔야 하는 모임은 참석하지 않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혼자의 노력으로 안 될 경우는 지역 보건소나 알코올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또한 암을 예방할 수 있는 음주 습관으로는 첫째, 알코올 도수가 낮은 술 종류를 선택해서 마신다. 둘째, 식사를 먼저 한 후 술을 마신다. 셋째, 술을 마실 때 물을 자주 마신다. 넷째, 자기 전에 꼭 양치질을 한다. 다섯째, 술자리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등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절주나 금주의 결심을 지키려는 피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그 노력이 일정 기간 지속되면 술 마시지 않고 함께 놀 수 있는 습관이 만들어지고 평생 가지고 간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금연과 금주의 최대 방법은 몸이 아파 죽을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아픈 후에 담배나 술을 끊어봐야 망가진 몸은 회복하기 어렵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라는 말과 같이 건강할 때 절주와 금주를 실천하는 것이 최선이다.
술을 마시면 세 가지 마(魔)의 마음이 일어나는데, 첫째는 화나는 것, 둘째는 슬퍼지는 것, 셋째는 생각에 조리가 없어지는 것이라 했다. 더불어 이 세 가지 마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면 술을 마셔도 좋단다.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신이나 군자의 경지가 아니겠는가. 술을 경계하는 가르침이겠으나 사람과 사람이 사귐에 있어 술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옛말에 ‘술 마시는 일은 군자가 평생 즐기는 것으로, 이 일이 끝난즉 그 명(命)을 다했음을 알 수 있다.’라고 했다.
팔팔한 술꾼과 술쟁이들도 ‘술에 이기는 장사 없다.’라는 말 명심하고 절주를 실천하여 오래오래 술을 즐기면서 마시는 행복을 누리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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