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134
‘웃음’은 ‘일정 조건이 만족할 때 15개의 안면 근육이 수축하면서 나타나는 움직임’이라 정의되어 있다. 笑(웃음 소)는 뜻을 나타내는 竹(대 죽)과 음을 나타내는 夭(일찍죽을 요)가 합쳐진 한자로 ‘웃음’, ‘웃다’, ‘비웃다’ 등을 뜻한다. 웃으면 오래 산다는데 일찍 죽을 요(夭)가 소리로 들어가 있는지 아이러니하지만, 요절복통(腰折腹痛-하도 우스워 허리가 꺾이고 배가 아플 지경임)이란 말도 있듯이 웃으면 죽을 만큼 즐겁다는 뜻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웃음은 사람이 주로 기쁠 때, 웃길 때, 즐거울 때 등의 감정을 느낄 때 나오는 표정이다. 때로는 슬픔이나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도 나올 수 있으며, 감정을 통해서뿐만 아니라 간지럼 등의 자극을 통해서도 억지로 나오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눈매가 가늘어지는 표정을 지으며, 입에서 웃음소리가 나온다. 보통 사람은 웃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한다. 평소에 웃지 않는 사람은 웃는 데 필요한 안면 근육이 경직되어 웃는 모습이 어색한 사람도 있다. 이렇게 웃음은 신비로운 신체 반응이다. 모든 문화권의 모든 사람이 시도 때도 없이 웃으며 살고 있다. 또한 웃음소리만 들어도 같이 웃게 되는 전염성이 있어서,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30배 더 많이 웃는다고 한다.
기쁨을 가장 잘 표현하는 행위이자, 보기만 해도 즐거워지는 것 중 하나가 웃음이지만, 웃음이 무조건 기쁠 때만 나오는 건 아니다. 슬플 때, 어이없을 때, 화날 때 등등 여러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경우가 많다. 부드러운 웃음과 사나운 웃음이 구별되는 이유다. 잘못을 저지르고 웃음으로 대충 넘기려는 행위는 상대를 더 약 올리려는 행동으로 느낄 수 있어 관계를 더 악화시킨다.
한자에 나오는 웃음들만 살펴봐도 부드러운 웃음으로 홍소(哄笑-떠들썩한 웃음), 대소(大笑-소리가 큰 웃음), 파안대소(破顔大笑-표정 변화와 소리가 아울러 크고 유쾌한 웃음), 미소(媚笑-아양 부리는 웃음), 미소(微笑-소리를 내지 않고 방긋 웃는 웃음), 담소(談笑-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 실소(失笑-참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웃는 웃음), 희소(喜笑-기쁜 마음으로 저절로 나오는 웃음), 폭소(爆笑-갑자기 터져 나오는 웃음), 엽소(靨笑-보조개가 나오도록 웃는 웃음) 등이 있고, 불만을 나타내는 사나운 웃음으로 가소(可笑-같잖아서 웃는 웃음), 가소(假笑-거짓 웃음), 고소(苦笑-쓴웃음), 냉소(冷笑-쌀쌀한 태도의 비웃음), 조소(嘲笑-비웃음), 비소(誹笑-비웃음) 등 웃음에 포함된 의미는 다양하다. 웃는 모양이나 소리에 따라 목소(目笑-눈웃음), 비소(鼻笑-코웃음), 너털웃음(소리를 지나치게 내는 웃음), 헛웃음(표정 변화는 없이 소리만 내는 웃음) 등도 있다.
이렇게 웃음이란 다양한 감정 표현으로 여러 복합적인 감정으로부터 나온다. 일반적으로 웃음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예상했던 결과와 다를 때 터진다. 우승할 수 없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우승하면 환희의 웃음,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못했을 때 허탈한 웃음 등 상황은 무수히 많다. 이렇게 마음의 긴장이 갑자기 무너지고 즐거움·여유·대상을 비판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길 때 웃음이 나온다. 웃는 사람이 남자인가 여자인가, 나이가 얼마나 되는가, 또는 왜 웃는가에 따라서 웃음에 포함된 의미는 각기 다르다. 표정 변화는 주로 입 언저리에서 나타내지만, 눈으로 웃기도 한다. 칸트도 “긴장감의 예상이 갑작스레 무(無)로 돌아갈 때 웃음은 터진다.”라는 말을 남겼다. 술꾼이 술 마시는 이유가 무궁무진하듯 웃을 수 있는 이유도 무궁무진하다. 기뻐서, 즐거워서, 좋아서, 맛있어서, 허탈해서, 어이없어서 등등
가장 긍정적인 웃음은 행복의 척도를 나타낸다. 우리는 흔히 ‘웃음이 넘친다.’라고 표현하는 말은 행복하게 산다는 의미이듯 웃음과 행복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한편 부정적인 웃음은 우월감을 표시하는 웃음, 상대를 모욕하거나 경멸하려는 의도에서 나오는 웃음, 타인의 고통을 보고 즐거워하는 웃음 등은 공격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면서 두려움이 숨겨진 웃음들이다.
사람만이 다양한 의미가 포함된 웃음을 웃는다. 다른 동물도 기쁨과 화남 등을 단편적으로 나타낼 수 있지만 사람처럼 웃지 않는다. ‘소가 웃을 일이다.’라고 하지만 사람이 보기에 웃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고사를 지낼 때 웃는 돼지머리를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죽으면서 웃을 수 있는 돼지가 있겠는가. 웃는 돼지머리라 생각하는 사람이 웃기지 않는가. 다른 동물들은 안면 근육이 웃을 수 있도록 발달되어 있지 않고 웃을 필요도 없다. 웃음은 단순히 생리적 현상이라기보다 심리적, 문화적 다양한 의미가 있으므로 사람에게는 더욱 중요한 소통 수단인 셈이다. 많은 생각을 말로, 웃음으로 나타내는 능력은 사람과 다른 동물이 구별되는 점이다.
‘웃다’라는 단어만으로도 다양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요사이에는 ‘웃기다’의 활용형 ‘웃기네’와 ‘웃기지 마’가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나타낼 때 널리 쓰인다. 우습다고 여겨지는 대상이 불만스러워 시비를 가리고자 하는 생각까지 일으키면 ‘우스꽝스럽다’라고 한다. ‘웃다’와 ‘우습다’로는 정상적이고 부드러운 웃음을 일컫는다면, ‘웃기다’·‘비웃다’·‘우스꽝스럽다’로는 불만과 반감을 나타내는 사나운 웃음을 지적한다. 웃음과 관련된 한자어 ‘해학(諧謔)’과 ‘풍자(諷刺)’자 있는데, 해학은 스스로 웃자는 부드러운 웃음이라면, 풍자는 상대방을 공격하자는 사나운 웃음이다.
웃음에 관한 속담 중에 ‘웃는 낯에 침 뱉으랴.’는 웃음이 반감을 누그러뜨리는 구실을 한다는 것을 지적한 속담이다. 그런데 ‘우습게 본다(여기다).’라고 하면 실상 이하로 가볍게 본다는 말이다. 웃는 집에 복이 온다는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웃으면 좋고 화를 내면 나쁘다는 ‘일소일소 일로일로(一笑一少一怒一老)’의 처세 격언도 있다. 하긴 ‘한 번 웃으면 이틀을 더 산다.’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세상에 숨길 수 없는 게 기침, 사랑, 가난이라 하지만, 웃음도 참기 힘들고 숨기기 어렵다. 그래서 웃으면 안 되는 장소나 상황에서 갑자기 웃음이 나오면 상당히 난감하다. 특히 생방송에서 그런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또한 웃을 때도 장소와 상황에 따라 웃음소리의 크기, 표정 등을 잘 조절해야 한다. 분위기에 맞지 않게 너무 크게 웃으면 주변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고 눈총을 받게 된다. 썩소(썩은 미소-한쪽 입꼬리만 올라가는 웃음), 또한 상당히 난감하다. 분명 웃고 있지만 보는 사람으로서 기분이 나쁘다.
웃음이 스트레스인 경우도 있다. 서비스직 직원들은 웃기 싫은데 웃으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즉 감정노동을 강요하는 거다. 사실 웃음이 건강에 좋다는 일반적 통념이 확실히 증명된 바 없지만, 웃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쌓인다면 건강에 좋을 리 없다. 웃음이 건강을 넘어 치료에 사용된다는 웃음 치료의 효과를 과학적으론 설명할 길이 없지만, 우리나라에는 ‘웃음치료사’라는 민간자격증이 존재한다. 2004년 7월 24일 한국 웃음센터에서 최초로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만들었다.
명확하게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웃음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통념은 유효하다. 박장대소와 같은 큰 웃음은 일종 운동의 한 부분으로 인정할 수 있어 당연히 우리 신체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생리적 효과가 있다고 한다. 웃을 때 다양한 기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건강에 도움을 준다. 첫째, 심혈관 건강에 좋다. 웃음을 자연스러운 심혈관 운동을 해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여러 장기 조직에 혈액 공급을 강화한다. 둘째, 스트레스와 통증을 감소시킨다. 우리 몸의 천연 스트레스 해소제인 엔도르핀의 방출을 촉발하여 강력한 스트레스와 통증 해소제 역할을 한다. 셋째, 면역 체계를 강화한다. 웃음에 의한 긍정적인 감정이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신경펩타이드의 방출로 면역력을 강화하여 질병 퇴치에 도움이 된다. 다섯째, 근육을 이완하고 호흡을 개선한다. 신체적 긴장을 풀어주고 산소 섭취량을 늘려 폐활량을 증가시킨다.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기분으로 불안과 우울이 줄어들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웃음을 만병통치약이라 믿는 웃음치료사들은 이렇게 웃음도 일반적인 운동 효과 및 정신적 안정을 통한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부드러운 웃음을 손해 볼 일 없고 건강에 좋다니 웃으며 살 일이다. 활짝 웃은 모습이 제일 행복하고 예쁘기도 하지 않은가.
웃음과 유머 능력을 살면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필수 능력이라 믿는 것을 보면 중요한 것임이 틀림없다. 남과 같이 웃는 유머는 친근감을 느끼는데 최고의 촉매이며, 다정하고 온화하며 지친 마음에 위안을 준다. 유머가 있는 사람이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훨씬 잘 이겨낸다는 것은 널리 확인된 사실이다. 유머는 단 한마디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커다란 위력이 있다. 여기엔 순발력, 타이밍, 언어능력의 3박자가 필요하다. 유머는 최고급 소통 기술이자 우리 삶의 ‘멋’을 만드는 핵심 코드다. 유머는 소통의 최강 무기인 셈이다.
건강한 어른으로 살아가려면 유머를 사용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환하게 웃는 자만이 현실을 가볍게 넘어설 수 있다.’라고 니체는 말했다. 어떨 때는 맞서 이기는 것보다 가벼운 웃음으로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고, 그 내공이 쌓여야 어른이 되는 것이다.
일상에서 웃음을 주고 위로와 위안이 되어, 당신 곁을 지켜주고 있는 이들에게 그 고운 미소를 선물해 주는 어른으로~!, 웃을 수 있는 능력과 유머 능력을 갖추어 웃음소리로 가득한 세상을 만들며 살아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