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135
‘눈물’은 ‘안구의 눈물샘에서 흘러나오는 액체 형태의 분비물’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흘리며 소변, 땀과 같은 노폐물은 아니다. 눈동자 앞의 이물질을 씻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눈물을 뜻하는 한자 淚(눈물 루)는 뜻을 나타내는 氵(물 수)와 음을 나타내는 戾(어그러질 려)가 합쳐진 한자로 ‘눈물’을 뜻한다. 戾는 문(戶-지계 호/외짝 문) 안에 개(犬-개 견)가 갇혀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氵(삼수변)’이 붙은 淚는 개가 문안에 갇혀 밖으로 나가기 위해 운다는 뜻이다.
눈물은 눈의 외부에 노출되어 있고 액체 상태라서 세균과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이 크다. 따라서 눈물 속에는 라이소자임이나 루그더닌(lugdunin) 같은 신체 항생물질이 분비되어 세균과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날씨가 건조하면 제일 먼저 눈에 부담이 오고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다. 건조하면 눈물이 잘 퍼지지 못하여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다.
보통 우리는 2~3초 간격으로 눈을 깜박인다. 이때마다 흰자위에 60여 개의 덧눈물샘에서 1분에 약 1.2㎕씩 눈물을 내보내고 눈동자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눈동자는 핏줄이 연결돼 있지 않아 눈물이 없으면 눈동자 세포가 말라 죽는다. 눈물은 눈을 보호하는 최전선의 첨병인 셈이다.
눈물샘에서 분비되는 눈물은 각막 표면을 광학적으로 균일하게 유지하고, 각막과 결막 표면으로부터 세포의 노폐물이나 이물질을 물리적으로 씻어낸다. 또한 각막에 영양을 공급해 주고, 항균 작용을 하므로 눈의 광학적 특성과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우리가 눈을 깜박일 때마다 눈물을 각막 표면에 균일하게 발라주는 것이다. 나이가 들거나 알레르기 등의 원인으로 인하여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 눈에 큰 불편을 느낀다. 이때는 수시로 인공눈물을 점안하여 불편을 해소한다.
눈물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은 눈알 위쪽 위치한 주눈물샘이다. 주눈물샘에서 나온 눈물은 눈 밖으로 흘러나오기도 하지만, 눈물관을 통해 코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울면서 눈물을 흘릴 때 콧물이 함께 나오는 이유다. 드라마에서 울고 있는 여주인공이 눈물만 흘리고 콧물이 나오지 않는 것은 가짜로 울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진다고 한다. 하지만 사실은 나이를 먹을수록 눈물의 양은 줄어든다. 눈물샘의 기능은 아기 때 가장 활발하며, 나이가 들수록 기능이 떨어져 눈물이 잘 나지 않게 된다. 노화로 인해 눈물관이 좁아지면서 밖으로 넘쳐흐르기 때문에 눈물이 많아진다고 느낄 뿐이다. 또한 나이 들면 작은 일에도 감정이 약해져 울기 쉽다.
눈물에도 종류가 있다. 첫째, 눈물샘에서 안구 표면 눈물층을 따라 일정 간격마다 눈물이 계속해서 분비되는 기본적(지속적) 눈물이다. 평소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극소량이다. 눈은 4~5초마다 한 번씩 깜빡이면서 이 눈물을 고르게 펴줘 촉촉한 눈 상태를 유지해 준다. 둘째, 양파를 깔 때, 최루탄 가스, 티끌 등 자극을 받았을 때 흘리는 반사적(자극적) 눈물이다. 순간적으로 많은 눈물을 흘림으로써 항균 작용을 강화하는 즉각적인 방어 체계를 구축해 눈을 보호하는 것이다. 셋째, 희로애락의 감정을 표현할 때 흘리는 정서적(감정적) 눈물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호흡과 심장박동수를 안정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동물의 눈물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이다. ‘거짓 눈물’ 또는 ‘위선적인 행위를 이르는 말’로 사용되는데, ‘이집트 나일강에 사는 악어는 사람을 보면 잡아먹고 난 뒤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라는 고대 서양 전설에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악어는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리는데, 이는 슬퍼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라 눈물샘의 신경과 입을 움직이는 신경이 같아 먹이를 삼키기 좋게 입 안에 수분을 보충시켜 주는 과정에서 부차적으로 눈물도 나오는 것이다. 주로 위선적인 거짓 눈물, 동정심을 얻기 위해 흘리는 눈물 등을 가리키는 말로 널리 쓰인다. 특히 위정자들의 패배한 정적 앞에서 흘리는 위선적 눈물을 가리킬 때 쓰인다.
‘남자는 여자의 눈물에 약하다.’라는 말이 있다. 여자의 눈물에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이 남자다. 여자들은 이런 특성을 십분 이용해 남성을 다루는 무기로 사용한다. 연구에 의하면 여성의 눈물에서 나는 냄새가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혈중 농도를 감소시켜 남자의 공격성이나 성욕을 누그러뜨린단다. 속설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남자들이여, 여자의 눈물에 약하지 말 것, 그리고 속지 말지어다.
예부터 남자는 쉽게 눈물을 보여서도 안 되었고 일생에 세 번만 울어야 한다고 했다. 태어날 때, 부모님이 세상을 떠날 때, 그리고 나라가 망할 때이다. 여성들은 잘 모르겠지만,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 소변기에 보면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이 눈물만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다른 깊은 뜻이 있는 문구지만, 역시 남자는 울지 말라는 뜻 아닌가. 그래서 특히 남자들은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숨어서 운다.
남자든 여자든 가끔 감정적 눈물을 흘려야 산다. 울면 바싹 말라 갈라진 논바닥 같은 마음에 비가 내리는 것이다. 남이 볼까 불편하다면 한여름 비가 오는 날, 밖으로 나가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리고 맘껏 소리치며 울어보아라. 그러면 빗물에 씻긴 듯 후련한 마음을 볼 것이다.
또한 눈물 흘리면 건강에 좋다는 말도 한다. 과연 그럴까? 사람은 살면서 울지 않고 살 수 없다. 슬픔, 고통, 분노 등의 나쁜 감정뿐만 아니라, 기쁨, 감동 등의 좋은 감정이 격할 때도 눈물을 흘린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은 울고 난 뒤 열에 아홉은 기분이 좋아졌다.’라고 응답했다. 의학적 연구에서도 실제로 눈물은 우리 몸에서 해로운 물질과 스트레스에 관련된 물질을 씻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독성 물질을 제거할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어 고통스러운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가끔 우리들은 슬퍼서 울고 있는 사람을 위로할 때 ‘실컷 울어요. 울면 풀린다.’라고 한다. 실컷 울고 나면 어쩐지 시원하고 홀가분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그럴까? 목 놓아 울면 뇌를 리셋시키는 효과가 있으나,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눈물을 참으면 독이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몸은 슬프거나 화가 나는 등의 격한 감정의 변화가 생기면 스트레스로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눈물은 이런 과다 배출된 호르몬을 배출하는 역할을 해서 눈물을 참으면 화를 차곡차곡 쌓아가기도 하지만 독을 쌓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화와 독을 품다가 한 번에 폭발하는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가슴이 답답하고 힘들 때 실컷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질 때가 있다. 울음이 정신적, 정서적으로 이점을 가져다준다는 과학적 근거가 있다. 지나친 눈물은 우울, 불안, 신경질환 등의 징후일 수 있지만 ‘적당한 감정적 눈물’은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
눈물은 감정적인 반응으로 슬플 때 가장 많이 흘린다. 슬픔뿐만 아니라 기쁨, 감동, 분노, 짜증 등이 격해질 때 흘리게 된다. 눈물에는 부신피질 자극성 호르몬(ACTH)이 많이 있어, 울게 되면 인체의 과도한 스트레스 물질을 배출하는 것을 도와 마음을 안정시키고 긴장을 완화한다. 또한 신경 세포의 발달과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 성장 인자도 들어있어 통증 완화 및 온도와 접촉 전달에 관여하는 감각 신경 세포에 큰 영향을 준다.
영국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죽었을 때 비탄에 잠긴 영국 국민이 눈물로 애도를 한 후, 우울증 환자가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두고 ‘다이애나 효과(Diana Effect)’라고 부른다.
우리가 잘 몰랐던 눈물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나 속설들이 많이 있다. TV 동물의 왕국 등에서 새끼가 죽었을 때 굵은 눈물을 흘리는 장면, 옛날 어른들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왕방울만 한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 진실일까? 동물들도 생물학적으로 눈물을 흘려야 눈을 뜨고 감을 수 있다. 다만 인간과 같이 감정적인 눈물을 흘리는가? 사실이다. 인간 외에 다른 동물들도 감정의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이 동물학자들의 관찰 결과 확인되었다.
그러면 감정적 눈물은 어느 정도 흘려야 하는가? 뭐든 지나치면 좋은 게 없다. 개인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국심리학회(APA)에 의하면 여성은 평균 1년에 30~64회, 남성은 5~17회 빈도로 ‘감정적 눈물’을 흘린단다. 이는 여성은 매달 4번, 남성은 1번 정도 운다는 의미다. 자신이 이 범위에서 운다면 보편적이겠으나, 평균 수치를 웃도는 수준이라면 우울증, 불안증 등 기분장애가 있는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 병원을 방문해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 자신의 상태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눈물~! 늘 가슴 찡하게 다가오는 단어다. 비 내리는 모습에 비유하여 ‘내 마음에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라며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진실한 눈물보다 더 상대의 마음을 적시는 것이 또 있을까. ‘인간은 웃음과 눈물 사이를 왕복하는 시계추이다.’라는 바이런의 말도 있다. 그래 웃음과 눈물의 의미를 짚어봤다.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고통의 눈물보다 기쁨과 감동의 눈물로 살아가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