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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Mar 13. 2024

148. ‘말(言)’의 의미

삶은 의미다 - 148

()’은 사람의 생각을 목구멍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말한다. 말은 사람이 생존에 필요한 공기와 음식만큼이나 중요하고 밀착되어 있다. 말이 없는 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고 모든 동물 중에서 유일하게 사람만이 말한다. 동물 중에서 울음소리 등으로 뜻을 전달하는 것도 있지만, 인간의 언어처럼 완전히 기호화되어 정확하게 의미를 전달하여 소통하는 경우는 없다.

말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고 있는 언어(言語)’는 인간이 일반적인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체계를 의미하며, 음성 등의 청각적인 수단, 혹은 손을 비롯한 신체 부위를 움직이는 시각적인 수단(body language)까지 포함한다. 말은 인류의 탄생과 함께 약 10만 년경부터 출현하여 지금의 고도로 발달한 말을 갖게 되었다. 언어는 단순한 정보전달과 소통의 목적 외에도 인류 문명의 비약적 발전을 가능하게 했고 언어 예절이라는 것을 통해 수직적 상하관계를 설정하여 조직 사회를 유지 전승하고 보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언어학자들에 의하면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이 하는 말(언어)의 종류는 대략 2,000 안팎으로 보고 있다. 그중 사용하는 인구수에 따라 큰 말들은 중국어, 스페인어, 영어, 힌디어, 아랍어 순이며 한국어는 18위 정도이다. 최초의 말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신화나 종교에서 신이 사람을 시켜 만들었다고는 하나 신의 명령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만든 것은 틀림없다. 의성어와 같은 자연의 소리를 흉내 내는 것부터 시작했으리라는 의성어 설놀라움이나 기쁨 등의 느낌에서 자연히 나오는 소리에서 시작했으리라는 감탄사 설여럿이 함께 노동이나 일을 하면서 지른 소리나 노래에서 시작했으리라는 노동요 설 등이 있다. 결국 의성어, 감탄사, 노동요 등의 소리가 몸짓과 합쳐지면서 규칙적인 목소리로 되어 말이 발달했으리라 짐작한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울음으로 의사소통한다. 이 울음은 갓난아이의 의사소통 수단이자 말하기 위한 목청을 고르고 발달시키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그러다가 엄마의 입 모양을 보고 반복해서 들음으로써 말하기 시작한다. 갓난아이에게 엄마의 입술에 립스틱을 빨갛게 바르고 이야기하면 말을 빨리 배운다고 한다. 이렇게 배우기 시작한 말을 두뇌의 발달과 함께 어휘력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놀라울 정도의 능력을 발휘한다. 말을 배우는 과정에서 갓난아이의 옹알이를 시작으로 부리는 말 재롱은 자식을 기르는 큰 기쁨 중 하나이다. 이렇게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기는 쉽고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말을 배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우리말이 아닌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이 너무 어렵다는 것을 한 번쯤 경험하는 일이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모국어만큼 유창하게 말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렇게 말이란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것이다. 어린아이의 말을 배우는 특수한 능력은 본성(언어 본능)으로 타고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말의 가장 큰 역할은 의사소통이다.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소리로서 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의사를 전달하는 도구이다. 세상 사람 누구나 생활하면서 말하지 않고 살 수는 없다. 장애에 의해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불편하지만, 구화(口話), 수화(手話), 필담(筆談), 몸짓 등을 통해 말을 대신한다. 하루에도 쉴 새 없이 말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들은 수없이 많다. 예부터 말을 경계하는 가르침이나 격언 등이 많은 것도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주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일곱 가지 보시(報施) 중에 언시(言施)가 있다. 즉 말로 얼마든지 베풀 수 있으니, 사랑의 말, 칭찬의 말, 위로의 말, 격려의 말, 양보의 말, 부드러운 말 등을 전하라는 것이다. 말처럼 극단을 오가는 것도 드물다. 내 말은 누군가에게 가서 꽃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폐부에 꽂히는 창이 될 수도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기는커녕 상대방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말하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해서 말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열 사람의 귀로 들어가고 끝내 백 사람의 입으로 옮겨가는 화살과 같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하여 첫째오고 가는 말이 분명하고 정확하며 생각을 틀림없이 전달해야 한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이겠지 하는 태도는 내 착각일 뿐이다. 말 안 하면 귀신도 모른다처럼 말해야 안다. ‘'다르고 '다르다. (於異阿異)’라고도 했다. 그것도 내 생각과 뜻이 상대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명확한 말을 해야 한다. 둘째점잖고 정다워 감정을 상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상냥한 미소와 함께 부드러운 말씨를 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라는 속담은 말씨의 중요성을 잘 나타낸 것이다. 한마디로 말에 품위를 지키라는 말이다.

말이 너무 많아 탈인 세상이다. 내가 하지 않아도 인터넷과 SNS, 유튜브 등을 통해 하루에도 엄청난 양의 말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다. 아무 말 대 잔치란 말이 실감 난다. 내게 필요하고 의미 있는 말만 가려내는 것이 아무 말에 현혹되지 않고 나의 중심을 잡고 살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이런 시대는 내게 영양가 있는 말을 취사선택할 줄 아는 지혜가 필수조건이라는 말이다.

정말 말을 가볍게 여기는 풍조가 만연하다. 검증되지 않은 언론과 유튜브 등이 무제한으로 팽창하다 보니 말이 무척 헤퍼지고 거칠어진 것이 사실이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라고 했다. 거칠고 헤퍼진 말은 유행을 따라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더욱 영향을 미쳐, 그들의 말을 옆에서 듣노라면 무슨 외계어를 듣는 듯하다. 또한 말의 특징 중 대표적인 것은 한 번 내뱉은 말은 도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것이다. 쌀은 쏟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라는 가르침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겨 말 한마디 한마디를 신중히 가려서 하도록 해야 한다. 말은 삼가서 적게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라고 했으니 말하기란 참으로 어렵기 그지없다.

눈과 더불어 사람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 수단이 바로 사람이 하는 말이다. 말을 영혼의 거울인 셈이다. 말 한마디에 그 사람의 영혼이 비치고 속이 빤히 보인다. 여기에 더해 말은, 감정뿐만 아니라 마음 자세까지 다르게 한다. 말과 감정 그리고 행동은 서로 연결돼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말에는 알 수 없는 예지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도 있다. 말이 씨가 된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라는 속담은 그런 믿음을 있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앤서니 라빈스는 저서 『네 안의 잠든 거인을 깨워라.』에서 말이 가진 놀라운 능력을 우리 삶의 경험을 그대로 나타내는 말을 효과적으로 선택하면 활력을 주는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반대로 말을 잘못 선택하면 사람이 순식간에 황폐해진다그런데도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사용할 말을 아무 생각 없이 선택한다자신이 가진 가능성의 미궁 속을 생각 없이 몽유병자처럼 떠돌아다니는 셈이다현명하게 선택하기만 해도 말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 깨달아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말의 선택을 신중히 하라 권한다.

말하고 듣는 데에도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쓸데없고 영양가 없는 말을 하고 들으면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은 정작 내 삶에 중요한 무언가에 집중하고 몰입해야 하는데 방해가 된다. 누가 무슨 말을 하기만 하면 기어코 한마디 거들어야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냥 가만히, 조용히, 묵묵히, 묵직하게, 은근히, 차분하게, 고요하게 있어 보자. 입을 다물고 말을 아껴야 한다. 침묵도 말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말을 삼가는 한시(漢詩) 한 편으로 갈무리한다.

     

口是禍之門(구시화지문입은 재앙을 여는 문이고

舌是斬身刀(설시참신도혀는 자신을 베는 칼이니

閉口深藏舌(폐구심장설입을 닫고 혀를 깊숙이 간직한다면

安身處處宇(안신처처우어디서나 거뜬히 몸을 편히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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