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의미다 - 199
안을/보셨으면//그만/나오시지요//이제/밖도 보셔야//하지/않을런지요 [詩 『외도(外道)』 전문 이동윤]
‘외도(外道)’는 세 가지 뜻이 있는데, ①올바른 도(道)를 벗어난 잘못된 행동이나 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②본업을 떠나 다른 일에 손을 대는 것, 즉 전문 분야나 주업을 벗어나 부업이나 다른 활동을 하는 경우 ③결혼한 사람이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과의 관계를 맺는 행위로 ‘불륜(不倫)’, ‘바람을 피우다.’와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순화된 표현으로 한국에서 가장 흔히 쓰인다. 여기서는 마지막 의미를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에서 외도(불륜)를 ‘바람을 피우다.(’피다‘는 잘못된 표현)’로 표현하는 것은 ‘바람’의 은유적 뜻이 포함된 한국어의 독특한 비유적 관용구다. 여기서 ‘바람’은 실제 ‘바람(風)’이 아니라, 들뜬 마음, 흥분, 또는 일시적인 열정을 가리킨다. ‘바람’은 ‘신바람’ ‘춤바람’ 등과 같이 원래 바람처럼 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떠도는 상태를 비유적으로 쓴 것이다. 외도의 경우, 결혼이나 관계라는 안정된 틀을 벗어나 일시적으로 들뜨고 방황하는 마음과 행동을 ‘바람’으로 비유한 것이다. 마치 바람이 불어와 마음을 흔들고, 방향 없이 떠돌아다니듯이. 외도가 바람처럼 잡히지 않고 예측 불가능하며, 일시적이고 가벼운 이미지가 딱 맞아떨어진다. 또 일상에서 더 자주 쓰이는 이유는 직접적인 불륜보다 순화되고 은유적인 표현이기 때문이다. 직설적이면 거북할 수 있으니, 바람처럼 가볍고 덧없는 이미지로 돌려 말하는 한국어의 재치(?)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외도 본능’은 진화생물학에서 번식 전략에서 유래한 것이다. 많은 동물 종에서 정해진 짝 외 교미는 흔한 현상이며, 인간과 같이 사회적 일부일처제에도 불구하고 발생한다. 이는 다음 세대에 유전자 전달 성공을 극대화하고 생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유전자 확보 방안이다.
수컷의 경우 가장 많은 암컷을 상대하는 것이 진화론적으로 자기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남기기 위한 가장 좋은 전략이다. 상대하는 숫자에 따라 얼마든지 많은 유전자를 남길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암컷은 낳을 수 있는 새끼의 수가 한정되어 있다. 한 명을 상대하나 열 명을 상대하나 자기 유전자를 남길 숫자는 비슷하다. 다만 열 명을 상대할 때 좋은 유전자를 받아 질적인 향상을 할 수는 있다.
수컷은 한 암컷에만 투자하지 않고 여러 암컷과 교미하면 더 많은 새끼를 남길 수 있고 암컷은 유전적으로 우수한 수컷의 유전자를 받아 새끼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진화적 이점이 있다. 특히 암컷의 경우 수컷의 먹이, 보호 등 자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어 늘 장기 짝에게는 안정적 투자, 단기 짝에게는 우수한 유전자 전략을 병행하게 된다.
외도는 단순히 도덕적으로 잘못된 행동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복합적인 심리 현상이다. 외도는 대부분 관계 내 결핍이나 개인적 욕구에서 비롯되며, 행복한 관계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본능적인 면도 있다. 외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첫째, 서로 간의 감정적·정서적 결핍이다. 연인이나 배우자와의 우정이나 친밀감이 깨졌을 때 시작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외로움, 무시당한 느낌, 대화 부족으로 인해 외부에서 인정과 애정을 찾게 되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충족되지 않은 애착 욕구(안정감, 공감)가, 남성의 경우 성적 욕구 외에 자존감 회복이나 모성적 따뜻함 추구가 강한 동기가 된다. 둘째, 권태기와 새로움 추구다. 장기 관계에서 생기는 습관화 현상, 즉 아무리 매력적인 배우자라도 시간이 지나면 설렘이 사라진다. 새로운 자극(을 통해 일상의 지루함을 탈출하려는 심리에서 출발한다. 그 밖에 외부의 관심·칭찬으로 자신을 확인하려는 자존감 추구, 성적 불만족이나 호기심, 배우자의 무시·배신에 대한 보복심리 등이 있다. 또한 직장·사회 활동, 취미 생활의 증가로 만남 기회가 많아지면서 외도의 발생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외도에 있어 남성과 여성의 현격한 차이점이 있다. 남성의 경우 성적 다양성 및 호기심과 자존감이나 권력 과시가 주요하며 섹스만을 위한 경우도 많다. 반면 여성은 감정적 친밀함과 연결 욕구가 강하고 사랑에 빠진 느낌을 추구하며, 모든 걸 걸고 몰입하는 경우 많다. 남자가 육체적이고 감각적이라면 여자는 정신적이고 정서적이다.
어찌 되었든 외도의 중요한 점은 ‘결핍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외도는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욕망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가정을 지키고 싶다’라고 느끼고 후회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새로움, 자유, 인정의 욕구를 채우려다 발생한다. 조사에 의하면 기혼자의 80% 이상이 외도 욕구를 느껴본 적이 있다고 답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건 소수다. 하지만 강력한 일부일처제라는 사회적 제도하에서도 외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남성의 경우 성적 외도, 유전자 확산 본능, 새로움의 욕망 등 다양하고 진화적으로는 동물과 같이 번식 기회의 최대화이다. 여성의 외도는 감정적, 좋은 유전자, 안정성과 우수한 유전자 병행 등의 목적이지만 관계 불만족 시 더 나은 짝으로 이동하거나 유전자 업그레이드 본능이 강하다. 그렇다고 모든 외도가 진화 본능 때문만은 아니며 스트레스와 기회 등 개인적․문화적 요인이 크고, 지금까지 살펴본 진화심리학적 외도에 대한 것들은 설명일 뿐 ‘정당화’는 아니라는 것을 밝혀 둔다.
옛날에는 일반 남자들의 외도는 감추지 않고 행해졌다. 외도 상대인 작은 마누라가 사는 ‘작은 집’이 같은 동네에 있었고, 심지어 한 집에서 본처와 후처가 함께 살기도 했다. 양반은 젊은 여종을 안방마님은 변강쇠 머슴을 언제든지 제 방에 들여 외도를 일삼았다. 그것을 질투하는 본부인이 있으면 투기하는 여인으로 몰아 쫓아내는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있었으니 말해 무엇하리. 그러나 지금은 외도에 남녀 구분이 없다. 외도하는 남자가 있으면 외도하는 여자가 있는 것이다. 본능, 결핍, 욕망 등을 핑계 삼지 않더라도 애인 없는 아줌마가 멸시받으며 자유연애와 외도가 넘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늘 신세계나 내가 갖지 못한 외부의 것들에 대해 동경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늘 현실에서 탈출하는 꿈을 꾸고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닌가. 어쩌면 외도(外道)는 여행과도 같을 것이다. 집을 나설 땐 룰루랄라 엉덩이 흔들며 떠나는 여행길이지만, 아무리 화려하고 좋았던 여행도 그 마지막 방향은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와 대문을 여는 순간 제일 먼저 하는 말, ‘역시 집이 최고야~!’이다. ‘안(內)’에 있을 땐 ‘밖(外)’을 동경하고, 밖에 있을 땐 안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밖(外)의 사랑이 더 짜릿하고 열정적으로 보이지만, 안(內)의 사랑만큼 편안하고 포근하지는 못하다. 집토끼와 산토끼를 비교하기도 한다. 역시 진짜 사랑은 안에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몰랐던 것은 내 안에 있지 않고 항상 밖에 있는 법이고, 더 넓은 세상으로 힘차게 나가라 하지만 삶의 진정한 의미는 내 안에 잘 들여다보는 데 있다는 것도 기억할 일이다. 담을 타고 넘는 덩굴장미처럼 울타리 밖을 넘보지 말고, 안에 있는 뿌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랑을 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