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완벽한 타인]
영화 [완벽한 타인]
설민
나 같은 타인은 없다. 때로는 나조차도 완벽한 타인같이 낯설다.
핸드폰은 지극히 개인적인 비밀을 지닌 기계다. 친구들의 커플 모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시작된 ‘게임’.
“우리 게임 한 번 해볼까? 다들 핸드폰 올려봐 저녁 먹는 동안 오는 모든 걸 공유하는 거야. 전화, 문자, 카톡, 이메일 할 것 없이 싹.”
누가 이런 제안을 해온다면 게임을 시작할 것인가?
영화 [완벽한 타인]은 흔쾌히 게임을 시작하게 된 이들의 비밀이 핸드폰을 통해 들통나면서 상상한 모든 예측이 빗나가는 블랙 코미디다. 마치 연극을 보듯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배우들의 반전 연기가 돋보이며, 웃음과 불편함이 교차하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선사한다. 이 영화는 솔직함의 경계선을 탐구하며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일상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핸드폰으로 비롯되는 반전과 혼란이 오래된 우정을 자랑하지만, 그것이 허상에 불과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과연 비밀 없는 관계가 가능한가? 셀카 사진 한 장, 문자 한 줄, 단순한 장난 같은 행동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알 수 없는 살얼음 같은 관계. 이런 것을 보면 상대의 모든 것을 알아야 친하다는 것은 커다란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내가 보고 느끼는 단편적인 부분만이 상대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 인지도 모른다. 내가 바라는 상대의 모습에 콩깍지가 씐 듯, 그 사실에 만족하고 흐뭇해하면서 말이다. 그 관계가 끝날 때는 마치 상대가 잘못인 것처럼 헤어지지만, 어쩌면 스스로 만든 허상이 현실의 눈에 벗겨질 때 착각에서 벗어난다. 결국 ‘그’가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이다.
영화는 석호의 새집 집들이를 중심으로 시작한다. 태수, 준모, 예진을 포함한 7명이 모여 저녁 시간을 보내며 “휴대전화가 울리면 모두에게 내용을 공개하라는 룰”로 게임을 시작한다. 다들 대수롭지 않게 가볍게 시작한 게임이 예진의 외도 관계, 영배의 성 정체성, 준모의 불륜까지 모든 비밀이 한순간에 터지며 영화는 스릴과 긴장감을 놓지 않는다. 자신의 비밀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에 또 거짓말을 하면서 덮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만, 월식이 등장하면서 영화의 철학적 메시지, 즉 진실은 결국 드러난다는 은유를 던진다.
관계를 진지하게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의 신뢰와 비밀을 서로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 신뢰를 쌓은 관계라도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하다.
당신의 핸드폰에는 무엇이 담겨있나요?
만약에 내 핸드폰이 누군가에게 공개된다면 어떨까요?
오랜 친구들과 즐거운 저녁 식사 자리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들이 헤어질 때쯤이면 마치 아무 일도 없던 날처럼 돌아간다. 사실 긴장감 있게 펼쳐진 이 게임 자체가 인물들의 상상 속 시뮬레이션일 뿐, 현실에서는 모임이 평화롭게 끝난다.
누구나 비밀은 있다.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의심과 상상들이, 상대방을 내 방식대로 바라보는 실수를 자아낸다. 민감한 휴대폰을 통해 인간관계를 조명하는 이 영화는 서로 비밀이 있기에 더욱 인간적이고 서로 흥미로운 존재임을 보여 준다.
가장 개인적인 공간이자 동시에 가장 위험한 폭로 도구.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상대방의 진짜 모습을 완벽히 알 수 없다. 완벽한 관계란 존재하지 않으며, 불완전함을 인정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이해와 사랑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