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살인자 리포트]
살인자 리포트
설민
리포트는 조사나 연구, 실험 따위의 결과에 관한 글이나 문서를 말한다. 누군가 살인을 위한 보고서를 제시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기자님께서 인터뷰에 응하면 피해자를 살릴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특종에 목마른 위기의 기자 백선주에게 자신이 연쇄 살인범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연락을 해왔다. 고민 끝에 선주는 호텔 스위트 룸에서 살인자와의 인터뷰를 시작한다. 그는 정신과 의사 이영훈이라고 소개하며 새로운 살인을 예고한다.
인터뷰를 멈추면, 누군가 반드시 죽는다. 스위트 룸에서 펼쳐지는 팽팽한 대화의 끝은 어떻게 될까?
영화 [살인자 리포트]는 기존 범죄 스릴러물과 비교하면 공간과 등장인물이 한정돼 있다. 스위트 룸 안에서 벌어지는 두 인물의 대화와 심리묘사가 연극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 정도다.
살인범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호텔로 가는 선주는 연인이자 경찰인 상우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녀의 안전을 위해 인터뷰 현장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게 하여 위급 시에 도우러 가기로 하고 인터뷰를 시작한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의 살인 동기가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고백한다. 자신 또한 피해자다. 아내가 임신한 상태에서의 강간을 당하여 정신적으로 고통을 겪다가 출산 후에 아이와 함께 투신자살한 것이다. 임산부를 강간하고도 심신 미약으로 빠져나가는 범죄자를 죽이기 위해 살인을 계획하지만, 어이없게도 그가 감옥에서 죽자 폐인처럼 살아가게 된다. 그러다 자신과 같은 피해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진료하면서 삶의 목적을 바꾼다. 심리 치료 명분으로, 죽이고 싶은 마음을 대신 실현하면서 환자들에게 대리 만족을 시키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섬뜩하고 잘못되고 있음을 느끼고 도망가려던 선주에게, 지금 인터뷰를 멈추면 또 한 명이 살해될 것이라며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낸다.
연쇄 살인범이자 정신과 의사인 영훈은 법과 제도가 자신과 자신의 환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거나, 혹은 가해자들에게 정당한 처벌을 내리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정의의 실패가 자신에게 국한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좌절한다. 이러한 경험은 그를 윤리적 딜레마로 몰아넣는다.
이 영화는 반전과 정교하게 구성된 복선으로 선주를 뒤흔든다. 정신과 의사 영훈은 말한다. 사랑하고 가장 믿었던 상대인 상우가 비리 경찰이며, 선주가 파헤치고 있던 기사의 증거품을 훔치려다 이를 본 그녀 딸의 입을 막기 위해 성폭행까지 한 사실을. 그 결과 딸은 영훈에게 정신과 상담을 받는 상황이었다. 이로써 선주 또한 영훈의 의뢰자가 된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영훈이 왜 굳이 박선주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영훈의 말을 듣고 선주는 딸과의 통화와 또 최근 몇 개월간의 딸의 행동을 통해 깨닫게 된다. 영훈은 정신과 의사라는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면서 선주를 통한 인터뷰를 통해 또 하나의 치료로 발전시킨다. 자연스럽게 살인을 묵인하며 심리적 치유를 위한 동의를 받아낸다.
하지만 선주는 끝내 영훈의 폐부를 찌른다. 그래서 당신은 행복하고 치유가 되었는가? [살인자 리포트]에 깔린 인지 부조화는 중층적이다. 영화의 반전과 결말에 자연스럽게 수긍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