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현실이 된다면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by 설민

소설이 현실이 된다면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설민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읽던 판타지 소설의 내용대로 세상이 멸망한다면? 또 오직 나만이 이 결말을 알고 있다면 어떨까? 믿을 수가 없는 현실 앞에서 많이 당황할 것 같다. 그것도 일상이 아니라 환상의 세계라면 어떻게 살아나갈지 막막할 것이다.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판타지 액션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바로 그러하다.


KakaoTalk_20260122_221040722_03.jpg 출처 네이버

주인공 김독자가 10년 넘게 읽어온 비인기 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이 현실이 된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가 소설의 내용을 알고 있는 유일한 독자로서, 멸망해 가는 세상에서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소설 속 주인공인 유중혁은 무한 회귀의 삶을 사는 인물이다. 단순히 괴물과 싸우고 그것을 넘어 ‘성자’라는 초월적 존재들은 인간들의 사투를 지켜보고 후원한다는 독특한 설정이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한다.

결말을 바꾸려는 김독자와 수없이 많은 회귀를 통해 인간성을 잃어가는 유중혁. 두 사람의 팽팽한 긴장감과 협력 관계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동력이다. 무너지는 세상 속에서 동료들을 모으고, 함께 시나리오를 격파해 나가는 과정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선 묵직한 동료애를 선사한다.

과거 학교 폭력 피해자로 비열하게 대처했던 아픔을 지닌 김독자는 자신만 결말을 아는 웹 소설 세계가 현실에서 펼쳐지자 그 결말을 바꾸고자 한다. 자신만 살아남기 위해 행동하는 게 아니라, 팀을 의지해 앞으로 나아가는 그는 다른 결말에 대한 희망을 쓴다. 혼자 강함을 추구하던 유중혁이 이런 김독자를 보며 변화의 가능성을 느끼게 된다. 멸망해 가는 세계에서 드러나는 인간들의 탐욕과 비열한 순간을 보여주며 멸망하지 않도록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애잔하다.


웹툰을 영화로 만들었다니 사실 인과관계를 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방대한 세계관과 철학적인 메시지, 화려한 액션이 조화를 이룬 작품이다. 제목의 뜻처럼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전지적인 시점에서 시나리오를 공략해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다른 사람을 죽여야 살아남는 치열한 세계에서. 우리가 모두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서로를 믿고 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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