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자백의 대가]
자백의 대가
설민
평범한 일상. 느닷없이 남편이 죽었다. 그것도 모자라 남편을 죽인 살인자가 된 윤수. 그녀라고 특정하고 수사하는 검사의 올가미에 속수무책으로 걸려들고 만다. 모든 증거와 상황이 그녀로 향하는 현실 앞에서 자신의 말을 들어달라고 애원하지만, 그저 혼자만의 외침일 뿐이다. 윤수가 범인이라고 믿고 싶은 검사의 신념이 그녀를 남편을 죽인 살인자로 몰고 간다. 그녀가 평소에 했던 말과 행동, 중등 미술 교사라고 하기에는 화려한 옷차림이나 자극적인 그림들, 무엇보다 남편이 죽었는데도 미소를 짓는 모습이 검사의 눈에는 몹시 거슬린다. 그런 모습이 남편을 죽인 정황을 더 확실하게 만든다. 과연 그녀는 남편을 죽인 살인자일까?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윤수와 마녀로 불리는 의문의 인물 모은. 비밀이 많은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자백의 대가]는 흔들린 일상에서 시작되는 갈등의 축이 무섭게 이야기 속으로 스며든다. 이야기는 미술 교사였던 윤수가 남편을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으면서 급격하게 틀어진다. 평범했던 생활이 하루아침에 뒤집히는 모습이 낯설고 아찔하게 다가온다. 결국,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로 향하는 그 순간부터 윤수의 삶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곳에서 만난 모은이라는 인물이 또다시 모든 갈등의 축을 만들어 낸다. 모은은 자신을 ‘마녀’라고 부르는 존재이다. 해박한 의료 지식으로 치과의사 부부를 약물로 죽인 희대의 살인마이자 사이코패스로 불린다.
감옥에서 모은이 윤수에게 접근해 충격적인 거래를 제안하면서 이야기가 급격하게 굽어진다. 전개 자체가 심리적 압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보는 사람도 긴장감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모은이 윤수에게 내놓은 조건은 한마디로 위험한 거래다. 자신이 윤수 사건의 진범이라고 말해주겠다며 대신 다른 사람을 죽여 달라고 제안한다. 살인을 피하고자 살인을 저지르라는 격이다. 말 그대로 양쪽 모두 파국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길이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이유로 이 상황에 휘말리는 모습이 묘하게 서늘하게 다가온다. 누구도 쉽게 옳고 그름을 단정할 수 없는 분위기라 스릴러지만 감정의 결이 촘촘하게 느껴진다. 작품의 긴장감이 단순한 사건 중심이 아니라 인물의 선택과 욕망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깊은 여운이 남는다.
모은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녀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의사로 해외 자원봉사를 하던 도중 동생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 문제의 영상까지 보게 된다. 이어 아버지까지도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한 사건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그녀와는 달리 가해자들은 평온하게 사는 모습에 더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녀의 살인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너무 이해가 된다. 피해자의 언니인 신분을 버리고 모은이라는 인물로 철저하게 복수를 준비한다. 그 복수의 마지막인 가해자인 치과의사 부부의 아들을 죽이지 못하고 감옥에 와버리자 연수와 거래를 한 것이다. 공모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범죄지만, 남편의 살인범을 잡기 위한 연수의 도발과 과감성과 끈질김으로 남편을 죽인 범인의 단서를 찾아간다. 복선과 반전이 이어지는 이야기 안에서 예측 불가능한 불안과 파국을 이어나가는 이 드라마는 입체적인 플롯 안에서 예측 불가능한 파국을 이어나간다.
사람을 죽이는 이유가 단지 자신이 받은 모욕감과 원하는 방식 대로의 사과가 없었다는 게 다소 충격적이다. 결국, 이기대 살인사건의 범인이 자신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했다는 이유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뜻밖의 인물로 밝혀지지만, 모은은 자신이 안윤수에게 제안했던 자백의 대가를 스스로 치르게 된다. 각각의 캐릭터가 보유한 정교한 복선과 암시는 보는 이의 호기심을 끌어낸다. 관계의 개연성으로 이어져 있는 인물이 만들어 내는 단조롭지 않은 에피소드의 연결성이 이 드라마를 쫀득거리는 심장으로 지켜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