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당할 수 없는 슬픔 앞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

영화 [셔터 아일랜드]

by 설민

감당할 수 없는 슬픔 앞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는가

영화 [셔터 아일랜드]

설민


출구 없는 섬, 누군가 사라졌다. 범죄자들이 수용된 정신병원과 등대만이 존재하는 섬 ‘셔터 아일랜드’. 탈출 불가능한 그 섬의 정신병원은 일반병동과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이 수감된 격리병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느 날, 일반병동에서 한 환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조사를 위해 연방 보안관 테디 다니엘스와 그의 파트너 척 아울이 셔터 아일랜드로 파견된다. 실종자의 방에서 의미 불명의 쪽지를 찾은 테디와 척은 병원 곳곳을 조사하며 그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병원 관계자들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폭풍이 섬을 덮치고, 그들은 외부의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태로 섬에 갇히고 만다.

뭔가 비밀이 많은 정신병원. 테디는 사실, 이 정신병원에서 정신병자에게 강제로 뇌수술을 해서 살인하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좀비로 만든다는 제보를 듣고 찾아왔다. 또, 불을 질러서 아내를 죽인 래디스란 흉악한 놈이 여기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기에 목숨을 걸고 달려온 것이다. 그리고 레이첼이라는 정신병자는 자기 자녀 셋을 익사시키고 본인이 자녀를 죽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여자인데 문제의 뇌수술을 받은 것 같은 의심이 되는 상황이다.

사실, 이 모든 건 래디스라는 남자의 피해망상증에서 온 환상이다. 테디가 래디스다. 그의 아내는 심각한 정신 질환자였다. 정신착란에 자식 셋을 익사시키고는 태연하게 학교에 보냈다며 그네를 타고 있다. 잠시 정신이 돌아온 찰나에 그녀는 래디스에게 ‘나를 해방시켜 달라'는 아내를 죽인다. 아내를 죽인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또 그녀가 자식을 죽였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제3, 제4의 인격(아내가 방화로 죽었다거나 자신이 연방 보안관이라 믿는다)을 만든 그는 정신병원에서 2년간 치료를 받았다.

이 영화에서는 정신의 병을 인정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가족 파탄의 비극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가족이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거나 단순히 “괜찮아질 것”이라며 현실을 부정할 때, 끔찍한 비극이 이렇게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보여준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동시에 잔혹한 행위(사랑하는 이들을 죽이는 일)를 한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하는지도 묻는다.

또, 뇌엽절리술은 과연 옳은 치료법인가?라는 질문도 하게 된다. 영화의 배경인 1950년대는 정신과 치료에 있어 뇌엽절리술이 논란의 중심에 있던 시기다. 영화는 ‘치료’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기억과 자아를 영구적으로 파괴하는 이 시술이 과연 옳은 정신과적 치료인지 아니면 잔혹한 인권 침해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아내를 잃은 보안관의 상처, 그리고 수사하며 드러나는 심연이 깊은 심리 스릴러 영화인 줄 알았는데, 진실과 망상을 오가는 주인공의 사건을 다룬 영화였다는 것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망상일까?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픔이 마치 심리적 미로에 빠진 듯하다.

셔터 아일랜드의 진정한 묘미는 ‘다시 보기’에 있다. 처음에 무심코 지나쳤던 간수들의 태도, 환자들의 눈빛, 그리고 동료인 척의 어설픈 행동들이 모두 거대한 복선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또, 섬이라는 폐쇄적인 공간, 몰아치는 폭풍우, 그리고 기괴한 신경 정신병원의 분위기가 섞여 숨막히게 한다.


괴물로 살 것인가, 선한 사람으로 죽을 것인가?

주인공이 정말 끝까지 미쳐 있었던 걸까? 아니면 모든 진실을 기억하고도, 그 고통을 외면하기 위해 ‘망상’을 선택한 걸까?

그는 자신의 가족을 죽게 만든 끔찍한 진실을 직면하고, 스스로 기억을 지워달라는 선택을 한다. 즉, 그는 제정신으로 미친 척하며 죽음보다 잔인한 치료(로보토미)를 선택한다. 래디스는 마지막 순간에 제정신으로 돌아왔지만, 스스로 뇌수술을 받는 비극적인 선택하는 것이다. 그는 정신병원의 배려로 진행된 거대한 ‘연극’을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는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진실은 감당하기에 너무나 참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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