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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민 Aug 02. 2024

비밀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비밀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설민


   실화 같은 영화다.

   실제 학교나 군대, 어느 사회 집단에서건 폭력과 학대가 일어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영화가 더 아프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상적인 사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누군가의 말 한마디나 행동 때문에 상처를 받아 본 적이 있다면 더욱 공감할 것이다. 


   잔혹한 살인 사건을 맡아 유력 용의자를 추적하는 형사. 그러나 수사가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피살자가 군 복무 시절 저지른 추악한 과거가 모습을 드러낸다.

   연쇄 살인, 모든 증거가 10년 전 죽은 녀석을 가리킨다. 한밤 중 화장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강력반 형사 동근은 사체에서 10년 전 날짜가 적힌 일기 조각을 발견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동근은 사건의 유일한 증거인 쪽지가 피살자와 함께 군복무를 했던 영훈의 일기 일부분이라는 것과 그가 10년 전 자살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근은 당시 군대 가혹 행위의 배후에 있던 인물이자 제약회사 임원 성현을 용의자로 지목하지만, 그 역시 똑같은 방식의 연쇄살인 사건의 피살자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한편, 사건을 파고들면서 동근은 영훈이 그와 중학교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잊었던 기억과 함께 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살인 사건의 배후를 수사하던 중 영훈의 엄마를 만나러 가는 길, 동근의 눈빛이 흔들린다. 알고 보니 영훈은 중학교 단짝이었다. 친구들의 놀림에도 그저 웃기만 하는 세상 착한 영훈을 감싸주면서 친해졌던 동근. 중학교 졸업식 날 영훈의 진심이 담긴 솔직한 말 한마디와 포옹에 진저리를 치며 일방적으로 절교를 한다.

   “네가 좋아. 고등학교에 가서도 친하게 지내자.”

   영훈은 소심하고 약한 아이다. 어려서부터 친구들의 자잘한 괴롭힘은 있었지만 그냥 참고 지나가길 기다리는 아이였다. 그런 그를 위해 나서주고 친구로 대해 준 동근은 영훈에게는 최고의 친구이자 솔메이트였을 것이다. 용기를 내서 친구에게 자신의 진심을 말했지만 동근은 중학교 졸업 이후, 찾아오는 영훈이를 외면한다.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 때 마주친 길에서 여전히 괴롭힘을 당하는 영훈을 외면하면서 일진 무리에 끼어있던 친구 경태에게 영훈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말을 얼결에 흘린다. 이 말 한마디 때문에 영훈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무심코 한 말이 한 사람의 인생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그 말이 씨가 되어 일진들의 괴롭힘은 더 과감해진다. 영훈을 이용한 그들의 지나친 장난(?)으로 인해 고등학교 친구 한 명이 자살을 하고 이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는다. 영훈은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서서히 치유해나가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어른이 된 영훈. 새로운 인생을 꿈꾸며 자원해 간 군대에서 또 다른 지옥을 만나게 된다. 어린 시절 부잣집 아들이었던 성현 또한 영훈과 함께 괴롭힘을 당했다. 자신이 그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 일진들에게 영훈이가 동성애자라는 말을 흘린다.  그들과 한패가 되어 영훈을 괴롭혀왔는데 그 악마를 군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성현은 부하였던 봉진을 내세워 끈질기게 영훈을 괴롭혔고 마침내 인간으로서는 하지 말아야 하는 선을 넘었다. 교도대의 죄수 정해근을 시켜 영훈을 강간하게 한다. 모든 괴롭힘을 참던 영훈이 처절하게 무너진 사건이었다. 이로 인해 영훈은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아들이 자살하던 날 걸려온 전화. 한 번만 면회와 달라는 부탁을 바쁘다는 이유로 거절한 엄마는 아들을 지켜주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교도소 봉사활동을 하고 1인 시위를 하면서까지 자식의 죽음을 조사해 달라고 하지만 끝내 외면당한다. 결국 엄마는 스스로 아들의 사건을 파고들어 가면서 아들의 죽음과 연관된 일들과 사건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영훈의 수첩에 쓴 일기를 통해서. 엄마가 아들의 복수를 시작한 것이다. 

   아들의 죽음과 연관된 인물들을 차례로 죽이고 마지막으로 성현을 죽인다. 나약한 인간은 도태되는 거라며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모습에서 인간의 잔인함은 어디까지일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엄마는 그제야 아들의 첫제사를 준비한 후 동근을 부른다. 

   동근은 자신의 가벼운 말 한마디로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사실 영훈이의 지나치는 말 한마디로 자신은 경찰이 되었는데 말이다.  영훈의 엄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한다.  영훈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달라고 부탁하며 엄마는 이 말을 남기고는 죗값을 치러야 한다며 투신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잊으면 안 돼요……. 우리가 여기 있었다는 거”

   엄마의 마지막 말이 가슴을 후빈다.


   착하고 약하다는 이유로 괴롭히고도 그 잘못을 모르는 사람들. 또 무심코 던진 돌 같은 말들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고 죽음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먹먹한 영화였다. 

   나는 그동안 살면서 괜찮았을까?

   내가 타인의 말과 행동, 눈빛 때문에 상처를 받고 잊지 못하는 것처럼 다른 이에게 상처를 준 말과 행동은 없었을까? 되짚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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