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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민 Aug 30. 2024

오토라는 남자

관심받고 싶은 표현의 방식

오토라는 남자

관심받고 싶은 표현의 방식


설민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이를 방해하는 이웃이 있다면 어떨까? 

   또, 주변에 까칠하고 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 따뜻하고 다정한 ‘츤데레’가 있다면 어떨까?

   일본의 인터넷 속어로 ‘츤데레’는 겉으로는 엄하고 예민하고 화를 잘 내지만 속으로는 상냥하고 다정하고 친절한 성격을 의미한다.

   

   인생 최악의 순간, 주변 이웃들로 인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는 오토의 이야기. 그의 까칠한 모습은 오히려 오토가 보이는 작은 배려와 관심에 더 친근하게 다가가게 된다. 

   사실 관심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유일한 내편’을 만들기 위해 가족을 만들고 사랑하는 사람을 선택한다. 물론 이 전제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일 경우 그렇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비난과 멸시 조롱이 있다면 남보다 못하지 않은가 말이다. 오토는 그런 면에 있어서는 인생을 잘 살아온 거다.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기에 그 그늘이 너무나 커서 남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말이다. 


   까칠하기로 소문난 오토는 동네 주민들과 크고 작은 갈등을 자주 일으킨다. 그의 원칙주의 적인 성격 때문인 건지 노년을 외롭고 쓸쓸하게 보내는 이유 때문인 건지 그는 누군가 친절하게 다가와도 그저 날카롭게 반응할 뿐이다. 어쩌면 마음에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다시 고통받기 싫으니까 까칠하게 표현하지만 그럼에도 주변 사람들 일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돕는다.


   오토의 젊었던 시절.

   군대에 가기 위해 신체검사를 받았으나 심장이상 소견으로 떨어진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역에서 소냐를 만나게 되는 오토. 운명처럼 만난 오토와 소냐는 사랑에 빠지게 되고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던 부부, 그러나 어느 날 고통사고로 소냐는 유산을 하게 되고 심지어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 생활을 하게 된다. 몸이 불편한 소냐를 성심껏 돌보며 둘의 사랑은 더 굳건해진다. 시간이 흘러 소냐는 암으로 사망하고 홀로 남은 오토는 그녀를 따라가려 자살을 시도한다.

   오토가 살아온 삶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이렇다. 


   아내가 가족이자 친구였던 독불장군 오토는 평생 다니던 철강회사를 은퇴한다. 아내가 먼저 죽음을 맞이하자 삶의 의미를 잃고 자살 시도를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마다 그 타이밍을 방해하는 이웃들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인생 최악의 순간 이웃들은 그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주변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제 아내의 곁으로 가려는데 어쩐 일인지 새로 이사 온 이웃 주민 때문에 까칠한 꼰대기질이 폭발한다. 만났다 하면 잔소리 폭발에 깐깐하지만 누구보다 다정하고 츤데레 백 퍼센트의 다정한 이웃인 오토.

   아내가 없는 세상을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기에 그녀가 없는 아침, 그녀가 없는 집에서 아내의 물건은 그 어떤 것도 건드릴 수가 없었다. 모든 추억이 바스러질까 봐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지 못하는 여린 남자다.

   이른 아침 눈을 뜨고 자신의 빌라 단지를 순찰하고 평소처럼 출근을 하지만 허울 좋은 희망퇴직, 사실 쫓겨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조용히 자신의 집에서 목을 매달던 오토는 갑자기 들이닥친 이웃집 사람들 때문에 실패하고, 이번엔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오토는 이번에도 역시 이웃집 마리솔이 다리를 다친 아들을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하는 바람에 자살에 실패한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이번엔 산탄총으로 자살을 시도하지만 이웃의 방해로 또 실패한다. 

   모든 것을 포기했던 오토는 소냐의 제자였던 말콤을 만나기도 하고, 새로운 이웃 마라솔에게 소냐에 대한 이야기도 털어놓는 등 이웃들과 함께 점점 다시 삶의 의지를 일깨운다. 


   매사에 화를 내고 만나는 사람마다 까칠하게 대하던 오토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변해가면서 어느덧 이웃과 함께 하는 사람이 된다. 투덜대면서도 이웃을 도우면서 조금씩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아간다. 아내와 둘 만이었던 세상의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다. 

   마리솔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운전수가 되기도 하고 아내의 제자였다는 맬컴에게는 자신의 승용차를 선뜻 내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심장 문제로 오토가 갑자기 쓰러졌을 때는 이웃들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기도 한다. 또한 이웃들과 힘을 합쳐 루벤을 요양원으로 몰아내려는 악덕 부동산회사에 대항하며 어느새 오토는 주변사람들과 한가족처럼 지내는 사이가 된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마리솔의 남편 토미는 오토의 집 앞에 눈이 그대로 쌓여있는 것을 보게 된다. 루틴처럼 아침마다 앞마당을 쓸던 오토였다. 불길한 예감을 직감한 마리솔은 오토의 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마침내 소냐의 곁으로 떠난 오토를 발견한다. 오토는 그런 날이 올 것을 알고 있었던 듯 마리솔 앞으로 편지를 남겼다. 작은 추도식을 치러주고 그의 집과 트럭 그리고 남은 재산을 이어받는 편지를 읽는 장면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죽으려고 할 때는 번번이 실패했는데 이웃들과 잘 지내던 어느 날 지병이던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게 된다. 


   각박한 요즘 세상에 다정한 이웃들이 아직 있다는 사실에 마음 따듯한 영화다. 오토가 까칠하기만 했다면 아마 이웃들이 그의 주변에 다가가지 않았을 것이다. 투덜대며 어쩔 수 없어하면서 이웃을 도와주는 오토의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한 사람을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쩌면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다 안다고 착각하는 거다. 그럼에도 그 사람에 대해 이해하려면 그의 과거, 살아온 인생과 환경을 알아야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다.

   노년의 주인공을 통해 상실과 고독 그리고 삶의 마무리를 엮어내는 영화. 오토처럼 결국 혼자 남게 될 인생에서 그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의미를 찾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늙어가는 것, 혼자 남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나이 들어가면서 당연하게 따르는 일과 부수적인 고통은 감내하면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를 미리미리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어쩌면 오토가 상냥한 마리솔을 만나지 않았다면, 자신이 마음을 열고 한 발짝 이웃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면 오랜 친구의 문제와 오해를 풀 수도, 또 더 따뜻한 이웃의 정을 알지 못하고 홀로 죽어갔을 것이다.



#오토라는남자 #영화 #이웃 #관심 #츤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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