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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민 Sep 13. 2024

누군가는 계속 움직인다

영화 암살

암살

누군가는 계속 움직인다.


설민


   천만 관객이 넘은 영화. 개봉이 2015년 7월 22일이라는데 나는 그 영화를 이제야 보았다. 영화를 안내해 주는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장면이 기억나지만 어떤 흐름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는데 이제 그 실마리가 풀린 느낌이다. 염석진 역을 맡은 이정재가 법정에서 노인역할을 하며 상의를 탈의한 장면이 무엇 때문이었는지 말이다.

   암살은 사상이나 이권, 정치, 군사적 이유로 정치,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을 비합법적으로 몰래 살해하는 행위이다.

   나라가 없어지고 혼란한 시기이기만큼 누군가는 지키기 위해서 또 어떤 이는 살아내기 위해서 죽이는 일들이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대의를 위한 희생, 목숨을 건 사투의 시간들. 이 영화에 나오는 암살 작전에 주된 임무를 맡은 세 인물의 아픔과 용기가 애잔하다. 그들도 살고 싶고, 무섭고, 때로는 도망가고 싶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간다는 속사포의 말에 가슴이 뭉클하다. 더욱 또 암살 작전을 하는 그들을 돕기 위해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많은 인물들을 생각해 보면 마치 영화 같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우고 시나리오를 쓰고 그에 적합한 사람을 모은다. 주인공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돋보이게 하는 감독과 조, 주연 그리고 많은 스텝들이 없다면 만들기 힘든 일이다. 


   [암살]은 제목에서 바로 드러내듯 일제강점기에서의 독립운동을 다룬 영화다.

   1933년 조국이 사라진 시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본 측에 노출되지 않은 세 명의 암살 작전에 지목한다. 한국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신흥무관학교 출신 속사포, 폭탄 전문가 황덕삼! 김구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임시정부 경무국 대장 염석진은 이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암살단의 표적은 조선 주둔군 사령관 카와구치 마모루와 친일파 강인국. 한편 누군가에게 거액의 의뢰를 받은 청부살인업자 하와이 피스톨이 암살단의 뒤를 쫓는데……. 친일파 암살 작전을 둘러싼 이들의 예측할 수 없는 운명이 펼쳐진다.

   일제강점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친일파 암살 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로 1932년 3월에 실제로 진행되었던 조선 총독 우카키 가즈시게의 암살 작전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밀정과 함께 독립운동사에서 상대적으로 과소평가된 김원봉을 비중 있게 다룬 작품이기도 하다.


   나라가 망하니 친일파들이 기세등등하게 부귀영화를 누린다. 강인국이 죽어가며 한 말이 너무 어이가 없다.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일이었다는 변명을 하다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아내와 자식도 죽일 수 있는 이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다.

   독립운동가였지만 변절자가 되었던 염석진 또한 독립이 될 줄 몰랐다는 변명을 한다.

   한때는 독립을 운동을 했지만 나라에 대한 희망을 잃고 돈만 주면 뭐든지 한다는, ‘암살’로 돈을 벌어 하와이에 가서 살겠다는, 하와이 피스톨은 안옥윤에게 묻는다. 강인국과 가와구치를 죽이면 독립이 되는 거냐고, 이에 안옥윤은 대답한다. 

   “모르지. 그렇지만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1930년이면 1920년 한일합방 이후 조선이 망한 지 20년도 지난 시간. 희망을 품던 사람들도 점점 무기력해지고 현실에 순응하며 살기도 하고 혹자는 친일파가 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계속 싸우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는 안옥윤의 말은 가슴을 울린다. 


   안옥윤으로 오인한 강인국이 미츠코를 총으로 쏴 죽였다. 안옥윤이 자신의 다른 쌍둥이 딸인 줄도 모르고, 자신과 함께 살아온 미츠코에게 망설임도 없이 총을 겨누고 쏴버리는 모습에서 그의 모진 성격이 나온다. 이에 언니와 조국의 복수를 위해 미츠코로 살아간다. 자신이 죽이려던 자가 아버지였다는 사실이 얼마나 당혹스러웠겠는가. 어릴 적 생이별을 한 그녀가. 그럼에도 미츠코로 위장한 안옥윤은 자신과 키와 구치 마므로의 아들 슌스케와의 결혼식에서 모두는 죽일 계획을 세운다. 그 일로 인해 염석진과 안옥윤을 제외한 모두가 죽게 된다. 모든 계획에는 변수가 따르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 광복이 되어 대한민국 경찰 고위직이 된 염석진은 친일파로 회부되어 재판을 받는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그렇지만 결국 안옥윤과 과거 자신의 부하였던 명우의 손에 죽게 된다. 해방이 될 줄 몰랐다면서 죽어간다.

   서로 믿었던 동지가 살아남기 위해 밀정이 되고 그것을 합리화하는 게 마음 아프다. 


   혼돈의 시대,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자들, 노력했으나 결국 적의 편이 된 남자, 그리고 조국을 떠난 자, 암살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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