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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민 Sep 20. 2024

무덤 안의 무서운 진실

영화 파묘

파묘

무덤 안의 무서운 진실


설민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과 ‘봉길’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라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과 장의사 ‘영근’이 합류한다.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그들은 안다.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그곳에서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


   파묘는 무덤을 깨뜨리다는 의미로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해 무덤을 파는 것을 말한다.

   제목 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실화를 모티브로 완성된 영화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다.

   등장인물 이름과 장소의 명칭 등이 일제강점기 시대를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항일 퇴마 영화’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최민식이 연기한 풍수사 상덕, 김고은이 맡은 무당 이화림, 이도현이 연기한 제자 봉길 등이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같다는 것과 묘의 위치한 ‘보국사’도 나라를 지키는 절을 뜻하고 주지 스님의 법명인 원봉도 김원봉을 염두에 두고 지었다는 해석이다.

   영화 속에 나오는 차량번호 또한 광복한 해, 삼일절, 광복절로 독립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를 가진 숫자다.


   요즘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면 귀신의 장난으로 여긴다. ‘신병’이라는 이름으로 현대의학에서는 없는 병명이다. 육체는 아무 이상이 없지만 환자는 끊임없이 통증을 호소하니 참 기이하다. 정신적인 문제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런 현상들은 주변에서 종종 만날 수 있다. 이사를 하고 나서, 혹은 어떤 물건을 집으로 들이고 나서 통티 났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동티란 신령이나 영적인 존재를 모욕하거나 손해를 입히는 등 노하게 만들었을 때 보복당하는 것이다. 질병이 걸리거나 운수가 꼬인다. 나무를 자르거나 이장을 할 때, 집을 수리할 때 등 큰 작업을 치를 때 미리 산신제나 지신제를 올리는 이유가 ‘살’을 막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화림과 봉길이 이 묫바람을 해결해 주기 위해서 나서면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 또한 동티의 일종이라 여겨진다. 풍수가와 장의사가 함께 합류하면서 파묘의 과정에서 끔찍한 비밀이 발견된다.


   파묘는 공포영화라기보다는 오컬트 영화에 더 가깝다. 무서운 장면보다는 끔찍하고 깜짝 놀랄만한 장면들이 나온다. 허리가 끊겨 양분된 후 힘 못쓰는 이야기다.

   한 나라와 가족의 불운이자 괴기스러운 이야기다. 파묘도 무서운데 거기다 첩장이라니 오싹할 지경이다. 음양오행을 기초로 한 음양도로 점을 치거나 땅을 살펴 풍수지리를 보는 여우 음양사, 게다가 검은 털과 인간 여자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일본 요괴 누레온나나 무서운 얼굴을 한 일본 장수 오니, 도깨비불까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비현실적인 존재가 영화를 더 긴장하며 볼 수밖에 만든다.

   묘지는 친일파 박지용의 것이지만 첩장을 통해 다른 이의 무덤을 아래에 깊숙이, 그것도 세로로 숨겨 두었다. 첩장의 이유와 과정이 더 기가 막히다. 땅의 정기를 막기 위해 박은 쇠말뚝도 섬찟한데, 사람의 몸에 검을 쑤셔 넣고 관을 말뚝 마냥 박아놓았다니 말이다. 오니라는 인물을 비방하여 그를 매장함으로 쇠말뚝을 대신했다는 것이 무섭다.  

   묘의 위치는 공교롭게도 풍수지리로 호랑이의 허리 위치다.


   무당 화림에게 연락을 한 박 씨 가문의 조부는 일제강점기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로 그와 가족 모두 “여우 음양사”에 속아 죽은 뒤 악지 중 악지에 묻히게 된다. 누가 봐도 사람이 누워있을 수 없는 묫자리에 누워 있으니 조부의 한이 대단했을 것이고 그렇게 백 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으니 악귀로 변해 자신의 후손들을 벌하려고 하는 것도 스토리상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또 일본 전국시대의 유명한 무장까지 밑에 첩장 돼 있어 한반도의 허리를 끊어놓고 있었으니 조부의 한은 극에 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상황이 이러니 파묘를 반대하는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친일파라는 사실이 밝혀질까 봐 겁내하고 현재는 한국을 떠나 사는 것으로 나온다.


   모든 일들이 끝나고 겨울이 지나자 각자 평소의 삶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화림은 굿을 하다 오니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자 깃발을 떨어뜨려 굿이 멈추고, 영근은 교회식 장례에서 성가를 부르다 얼굴을 천으로 덮은 시신이 눈을 껌뻑거리는 듯한 환상을 보고 그때가 생각나 노래를 잇지 못하고, 상덕은 건물 방향을 잘못 잡은 공사 책임자에게 화를 내다 수술 부위가 터져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을 겉옷으로 가란다. 즉 그들이 오니를 상대로 운 좋게 살아남으며 승리했지만 그 여파로 얼룩진 상처가 아물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한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백두대간 척추 위치에 쇠말뚝(일본 오니)을 박은 것도,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대표적인 친일파였던 박 씨 가문의 조부의 시신을 위장막으로 쓴 것도 여우 음양사였다.

   이 영화로 인해 일본 귀신과 한국 귀신의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국 귀신은 살아서 한을 풀지 못해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는 경우가 많고 관련 없는 인간을 해하는 일이 극히 드물다. 하지만 일본 귀신은 원한이 없어도 무차별적으로 사람을 죽인단다.


   무속신앙, 가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현상을 영상에서 접하게 되면 부인할 수 없는 심정이다. 최근에 본 영화도 새로 이사한 집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에 대한 것이다 보니 이 세상은 사람의 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혼이 깃든 모든 것들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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