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모메 식당
카모메 식당
설민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곳, 언제라도 가서 음식을 먹든, 차를 마시든, 술 한 잔을 하더라도 괜찮은 곳. 그런 식당을 알고 있는지요? 거기다 주인이 친절하고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면 정말 좋겠지요.
혼자든 친구와 함께 가든 편안하게 잘 먹고 쉬다 온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식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카모메 식당을 보면서 내가 사는 동네에 그런 곳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음식점은 많은데 끼니를 때우듯 급하게 먹고 나가야만 하는 식당, 내부 장식은 멋있지만 음식이 너무 비싸거나 맛이 별로인 곳, 맛은 좋지만 허름한 그런 곳은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은 안 든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는 일이 줄어드니 장소를 바꾸지 않고 가볍게 술 한잔, 커피 한잔 마시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일하고, 사색하며 끼니도 해결할 수 있는 카모메 식당 같은 곳이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곳을 단골로 두고 내가 취향을 잘 아는 주인에게 밥이든 커피든 술을 주문한다면 완전 개인 맞춤형 식당인 것이다.
핀란드의 수도이자 항구도시 헬싱키의 길모퉁이에 새로 생긴 카모메 식당. 이곳은 체구는 작지만 당차고 야무진 일본인 여성 사치에가 경영하는 조그만 일식당이다.
‘카모메’는 갈매기를 뜻하는 일본 말이다. 헬싱키의 갈매기들은 살이 쪄서 뚱뚱했는데, 그녀는 살찐 동물들을 좋아했다.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좋아 보였기 때문이란다.
주먹밥을 대표 메뉴로 내놓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한 달째 파리 한 마리 날아들지 않는다. 그래도 꿋꿋이 매일 아침 음식 준비를 하는 그녀에게 언제쯤 손님이 찾아올까?
새로 생긴 식당, 그것도 외국인이 하는 음식점 앞에서 기웃거리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에는 경계심이 가득하다. 낯선 음식, 이국적인 식당 주인을 밖에서 바라보기만 한다.
그러던 중 불쑥 일본 만화 마니아인 토미가 첫 손님으로 찾아온다. 그는 대뜸 ‘독수리 오 형제’의 주제가를 묻는가 하면, 첫 손님으로 온 기념으로 이곳에 오면 커피를 공짜로 주겠다고 하니 수시로 식당을 드나든다.
또 눈을 감고 세계지도를 손가락으로 찍은 곳이 핀란드여서 이곳까지 왔다는 미도리가 나타나는 등 하나둘씩 늘어가는 손님들로 카모메 식당은 활기를 더해간다.
홀로 여행 중인 미도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것을 보면 사치에는 따뜻한 사람이다. 그런 그녀에게 무보수로 가게 일을 돕겠다는 미도리. 사치에는 자신이 희망하는 음식점의 성격을 설명한다. 일식당이긴 하지만 스시와 사케를 찾는 외국인이나 일본인들이 찾는 재페니즈 레스토랑이 아니라 그냥 동네 사람들이 길 가다 편하게 들어와서 식사하고 쉴 수 있는 이웃집 같은 식당이 되기를 원한다고. 그래서 대표 메뉴를 주먹밥 같은 간단한 음식으로 정했다고 말한다.
사치에의 식당에 또 한 명의 일본인 손님이 나타났다. 미치코라는 이름의 중년 여성인데 난생처음 해외여행을 떠난 그녀는 비행기 환승을 하며 캐리어가 사라져 난감해한다. 대화를 나누던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치에를 부럽게 쳐다보더니 그동안 입고 다니던 구질구질한 옷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옷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한동안 쇼윈도 바깥에서 식당 안을 노려보던 험악한 인상의 여자 손님이 어느 날은 들어와 술을 요구했다. 그녀는 사치에에게도 술을 권했는데, 난처해하는 사치에 대신 마사코가 술을 받았다. 그 여자가 술을 마시다 말고 갑자기 쓰러져버린다. 토미를 비롯해 식당 안에 있던 모두가 리사를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녀는 같이 살던 남자가 떠난 후 괴로워하고 있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그녀를 다독이며 위로해 주는 마사코. 공감능력이 뛰어난 마사코는 알고 보니 지긋지긋하게 가족들 병시중을 들며 살아온 인물이었다. 그러다가 간호하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자 텔레비전에서 봤던 여유로운 핀란드를 떠올리고 여행길에 올랐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사치에, 미도리, 마사코, 리사는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얼마 후 어떤 남자 손님이 방문해서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미도리의 의견으로 현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식재료를 시도해 봤지만 실패로 끝나버렸다.
사치에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현지인들이 먹을만한 음식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도한 시나몬 롤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쇼윈도 너머로 구경만 하고 지나치던 동네 아주머니들도 냄새에 홀려 가게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던 식당에 각기 다른 사연으로 하나 둘 모여드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소박하지만 힐링이 된다.
카모메 식당의 주인인 사치에가 손님은 없지만 꾸준히 음식 준비를 하고, 처음 만나는 이들을 따뜻하게 대해준다. 손님들 또한 사치에의 마음에 고마움을 표시한다. 그러면서 점점 사람들로 붐비게 되는 카모메 식당의 모습에서 희망이 느껴진다.
카모메 식당을 배경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 같은 인상을 주는 영화를 보면서 오며 가며 편안하게 식사하고 차를 마실 수 있는 식당이 그리워졌다. 나도 카모메 식당이 가까이 있다면 가보고 싶다.
나만의 카모메 식당에서 시나몬 롤과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러다 배가 고파지면 야채 가득 넣은 비빔밥을 주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