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캐슬
스카이캐슬
설민
그들만의 세상. 스카이캐슬을 보면서 그것이 누구를 위한 단단한 성인지 궁금했다. 자신들만의 성을 만들고, 더 높은 곳으로,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또 자식들에게 그 명성과 영예를 물려주고 싶어 한다. 자녀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이 성공한 발자취를 그대로 따르게 한다. 그것이 행복이라 여기면서.
대한민국 상위 0.1%인 주남 재단의 이사, 대학병원 의사와 판검사 출신의 로스쿨 교수들이 사는 스카이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제 자식은 천하제일의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특히 자식들의 대학 입시 준비 과정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재의 서울 의대 입학 축하 파티를 하는 스카이캐슬 사람들. 세상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한 모습이다. 그곳에 입학한 포트폴리오 정보를 받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에게 영재 엄마는 쉽게 알려주지 않고 입시 코디네이터에 관한 이야기만 건넨다.
부모가 강요한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힘든 영재가 서울 의대를 입학하고서 가출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엄마가 자살한다.
스카이캐슬 안에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한서진은 차츰 그 이유를 알면서도 자신의 아이는 영재와 다르다는 착각, 그 부모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눈을 감고 귀를 닫지만 결국 잘못된 길임을 깨닫는다.
부모라면 자식을 잘 키우고 싶은, 자신보다 나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과하면 욕심이 되어 분수를 모르고, 자신만 아는 어른으로 자라날 수밖에 없다. 어릴 적부터 모자란 것 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으니 다른 사람을 둘러볼 힘이 없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입시 코디네이터의 존재는 학생은 물론 학부모 관리부터 입시에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관리하는 존재다. 1년에 2명 만을 엄선해서 집중관리를 한다니 그 비용이 집 한 채 값을 한다는 대사가 거짓은 아닐 것 같다. 집에서는 아이의 건강만 챙겨라, 그 외 모든 것은 전적으로 자신을 믿고 맡기라는 대사가 떠오른다. 서울 의대 입학에 목맨 부모와 아이를 가스라이팅 하기에 아주 적합한 사람이다.
특히 김주영이라는 인물은 천재적인 자신의 아이를 자기 욕심으로 다그치다가 오히려 바보로 만든 죄책감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물론 극에서는 사고로 인해 뇌를 다쳐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것처럼 나오지만 어릴 적 천재였던 아이라도 그 강압적인 분위기와 기대를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싶다.
학업적으로 뛰어난 아이들을 다른 것은 배제하고 입시에만 맹목적으로 활용하는 도구처럼 만든다. 시험지를 유출하여 내신을 만점 받게 하고, 아이를 서울 의대 입학이 부모에 대한 복수라 여기도록 하여 자신만을 믿게 만든 결과로 가족이 파탄 나고 죽음에까지 이르렀지만 일말의 죄책감은 없다. 부모가 선택한 결과이고 자신은 최선을 다해 입학시켰다고 말한다.
또 한 명의 피해자까지 만들어내는 결과를 빚어내면서 경쟁자를 없애는 계획을 세우는 치밀함이 소름 끼친다.
자신의 과거를 세탁하여 의사 남편과 결혼한 한서진은 물론 예서를 성공시키려 하지만, 딸을 앞세워 시댁에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그나마 이 드라마에서 이수임, 황치영 부부와 노승혜는 어른답게 옳고 그름의 기준을 세우는 사람들이다. 이수임은 편향적인 독서 모임을 없애는 데 일조를 하고, 자신도 못 오른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자식들이 올라야 한다며 아이들을 다그치는 가부장적인 남편 차민혁에게 불만이 많았던 노승혜는 압박감을 주는 감옥 같은 공부방을 없애고 애지중지하는 피라미드도 버리며 그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일깨운다. 그 결과가 거짓으로 하버드대에 입학한 딸이 있는데도 인정을 못 하는 차민혁이 정신을 차릴 때까지 밥도 안 차려주고 혼자 지내게 하는 모습은 통쾌하기까지 하다. 고분고분하던 아내가 그렇게 나오니 더 분해하는 남편의 모습이 어린애 같다.
사회적 지위는 높지만, 어린아이 같은 사람들. 왜 의사가 되었냐는 질문에 엄마가 하라고 해서라니, 이 말을 듣고 가슴이 먹먹했다. 사람을 돕고 살리겠다는 사명이 있어도 하기 힘든 일인데 그런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다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 환자를 어떻게 대할지 뻔할 테니까. 왠지 처방전도 엄마한테 물어보고 낼 것 같다.
교육 경쟁과 계층 상승 욕망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는 스카이캐슬 드라마는 소신껏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의 이야기 같다.
강준상이라는 인물이 울부짖으며 자신의 엄마에게 하소연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사춘기를 그제야 겪는 모습이다. 사회적으로는 주남대 병원 의사지만 정작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지 못하고 엄마가 하라는 대로, 부모의 자랑거리로 자랐다. 사랑하던 여자도 지키지 못하고 결국은 자신의 친딸을 알아보지 못하고 병원장 손자의 수술을 먼저 하느라 치료 시기를 놓쳐 죽게 만든 자신을 한심해한다.
좋은 대학을 나온 것이 벼슬이고 출세의 시작일까? 서울대·고대·연대를 나온 이들은 그들 나름의 자부심이 있을 것이니, 그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느낌을 알 수가 없다.
대학에서 배운 전공을 살려 일하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도 각자의 자리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 그 일이 만족스러우려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더 가까워야 하지만 말이다.
이제는 대학을 가는 이유가 자신의 꿈을 위해, 필요 때문에 선택하는 도구이기를 바란다. 더는 입시로 인해 자살하거나, 절망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닌 또 다른 출발점, 내지는 새로운 길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