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의 양상

모범 형사

by 설민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의 양상

모범 형사


설민


‘모범’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왠지 생각이나 행동을 올바로 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 나와는 별개인 세상 사람들 이야기인 듯 멀뚱멀뚱 쳐다보게 되는 까닭이다.

제목이 모범 형사라니? 너무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 중에 모범적인 사람이 어디 있는가 말이다.

깡패짓하다 정신 차려 형사가 된 강도창은 모범적이라기보다는 사건을 파고드는 근성이 있고, 몸을 안 사리는 저돌적인 인물이다. 자신의 결혼식장에서 쫓고 있던 범인을 보고 잡으러 달려 나가는 일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결혼이 깨지고 혼자 사는 신세가 되었지만, 눈물 많고 마음 여린 이웃집 아저씨 같다. 그래서 더 측은하고 안쓰럽다는 생각이다. 승진은 하고 싶어 하지만, 윗선에서 못하게 하는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는 고집을 누구도 못 말린다. 또, 자신이 붙잡아 넣은 범인이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사형을 막으려 재심을 여는 용기를 과연 누가 낼 것인가 말이다. 강도창은 사건을 조사하면서 이대철이 진범이 아니라는 증거를 찾아내고 그 용의자가 지역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다양한 권력자들과 연계를 갖춘 오종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누명을 벗기지 못하고 이대철이 죽게 되자, 혼자 남게 된 딸 은혜를 보살피는 따뜻함에 가슴이 뭉클하다. 겉으로는 철 수세미같이 거칠고 투박하게 말하고 행동하지만, 마음은 양털같이 보드랍고 상처받기 쉬운 강도창의 무모함에 빠져들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는 특히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나쁜 짓을 한 사람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범인들도 누군가의 피해자이고 상처받은 영혼이다.

시즌 1에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비리 경찰과 검찰의 외압으로 억울하게 사형까지 당하는 이대철의 안타까운 사연과 끈질긴 두 형사가 아니었으면 묻혀버렸을 진범을 잡는 과정이 잘 짜여 있다. 또 의외의 인물이 살인을 저지른 범인으로 나오는데 살인사건의 진범을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투신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경찰의 고문과 성폭행으로 목숨을 잃은 누나가 있는 유정석이기에 더욱 그랬다.

시즌 2에서는 대기업에서 벌어지는 비리와 회사를 차지하려는 배다른 남매의 심리전과 기싸움도 만만치 않다. 천나나라는 인물 또한 눈앞에서 엄마의 죽음을 목격하고도 그 기억조차 왜곡시켜 버리는 인물이다.

이 드라마는 연쇄살인을 다루고 있는데, 실제 범인 또한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로 젊은 여성을 괴기스럽게 죽인다. 이런 중 한 사건만이 연쇄살인을 모방한 범죄. 두 개의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스토리에 몰입도를 주는 반전이 있다.

범인들도 그러하지만 강도창의 파트너 오지혁 또한 어릴 적 눈앞에서 아빠가 살해당하고 엄마가 자살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등 큰 트라우마가 있다. 그래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그런 까닭에 술 한잔이면 기절하듯 쓰러져 자는 버릇이 있다. 천나나가 그런 지혁의 트라우마를 건드리며 이용하려는 모습이 잔인하다 여겼지만, 그 둘의 상처가 너무 크기에 안타까웠다.

통장에 얼마가 들어있는지 모를 정도로 부자인 지혁, 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알아보지 못한 죄책감에 늘 시달린다. 또 살인 사건 수사 상 용의 선상에 있는 사람이 사촌지간인 오종태인데도 증거 찾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인다.

결국 정치적, 사회적으로 커다란 외압에도 불구하고 사건을 끝까지 파헤친 강도창과 오지혁은 모범형사가 되었다.


진실에 다가가려는 자와 은폐하려는 자들 간의 대결을 담은 리얼한 형사들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 누구나 모범이 되어야 할 순간이 있다.

드라마에서 경찰서장에게 강도창은 말한다.

“당신 하나만의 잘못은 아니지.

알고 있는 사실을 숨겼던 우리 모두의 잘못이지.”

때론 우리는 알면서도 외면하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 피해가 되거나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하지만 때로는 누군가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 잘못된 건 인정하고 바로 잡아야 한다.

개성 있는 스토리와 인물이 돋보인 [모범 형사].

힘들지만 유머를 잃지 않는 정의롭고 인간다운 형사 강도창의 소탈한 웃음과 이미 부자여서 일하지 않아도 되지만, 정의를 위해 끝까지 파고드는 형사 오지혁의 엉뚱한 발상과 정곡을 찌르는 다소 얄미운 행동이 종종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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