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흑백요리사
설민
남동생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흑백요리사가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무슨 드라마인 줄 알았다. 그러면서 우리는 배달 치킨을 먹고 있지만, 눈으로 보면서 대리 만족을 하라는 거였다. 예술이라고!
이야기가 담긴 요리! 요리는 이미 예술의 경지에 다다랐다. 만드는 과정도 플레이팅을 하는 것도 평범 그 이상인 실력자들의 대결. 흑과 백으로 나뉘어 놓았지만, 그것은 단순히 인지도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같아 보였다.
맛 하나는 최고라고 평가받는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밀며 치열하게 맞붙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
맛 하나로 대결하는 세계를 그리는 요리 대결이 흥미진진했다. 평생의 업으로 여기고 요리를 갈고닦은 나름의 고수들이기에 흑수저건 백수저이건 자부심이 있는 요리사들일 것이다. 하지만 주어진 미션과 스토리텔링, 미세한 맛의 차이로 인해 탈락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운’도 중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또 그 맛을 찾아내는 심사위원의 미각도 감탄스럽다. 얼마나 많은 음식을 먹어본 데이터가 작동해서 그 미세함을 찾아내는지…….
요리를 대하는 진심, 맛에 대한 열정,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갖춘 사람들이기에 순간의 선택이 실수로 이어지는 모습에서 더 안타까웠는지도 모른다.
공통 주제에 대한 스토리텔링, 요리 재료에 대한 깊은 이해, 다각적인 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창의적인 면이 어떻게 표현되는지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를 떠올렸을까, 싶었다.
음식은 문화이고,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음식이 나를 만드는 것이니 신선한 재료로 풍미를 살리는 요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배달음식이 다양한 요즘의 추세를 보면 다소 안타까운 면이 있다. 취향이라는 것이 사라지고 일괄적인 맛과 재료로 간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음식 재료를 사고, 손질하고 씻어서 용도별로 자르고 요리를 하는 과정은 어찌 보면 번거롭기도 하다. 쓰레기가 나오는 음식이 건강식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그만큼 집에서 음식을 만들지 않고 반조리나 전자레인지에 데워먹는 음식들을 선호하는 추세다. 사실 그런 음식을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는 것을 보면 첨가물이 많이 들어있긴 한 것 같다. 젊었을 때는 대사가 잘 이루어졌지만, 어느 틈엔가 소화 능력이 떨어지고 천연재료가 아니면 몸이 거부한다는 것을 느낀다.
또 음식은 추억이다. 어릴 적 먹었던 장떡, 비지찌개나 김치 칼국수는 그때 당시는 무슨 개밥 같다고 투정을 부리곤 했지만, 지금은 그 맛이 그립다. 문득, 우리 아이들이 엄마를 떠올릴 때 생각나는 추억의 음식이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 식사 준비하는 게 일상이 되다 보면 때로는 정성을 들이지만, 어떤 때는 귀찮아서 대충 끼니를 해결할 때도 있었으니 말이다. 우리네 엄마처럼 모든 음식을 직접 해서 먹어야 했던 시절이 아니었다.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 만해도 간편 식품들이 나오기 시작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조미료 안 쓰고 신경을 쓴다고 했어도 커갈수록 나의 손맛을 벗어나는 순간부터는 맛이 없다고 느꼈을 수도 있을 터이다.
맛만 있는 음식보다 맛과 영양이 있고 만들기도 쉬운 음식들을, 그 재료 자체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요리를 더 많이 해 먹었으면 한다. 음식이 나를 만드니 건강한 것을 먹어야 한다.
흑백요리사를 보면서 다양한 요리와 그 아이디어에 놀라웠다. 세상 다양한 음식들을 어떻게 알고, 공부하고, 만들 수 있고, 그를 바탕으로 응용까지 할 수 있을까, 셰프들의 순발력이 놀라웠다.
또, 요리를 제한 시간 안에 만들어 내는 것을 보면서 어찌 보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빨리 마칠 일도 뻔하게, 가 아니라 조금 더 색다르고 창의적으로 만들어간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삶에서 그런 재미를 찾아낼 수 있다면 그 인생은 즐겁지 아니한가 말이다.
흑백요리사 대결을 보면서 상황과 입지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확고하게 든다. 떨리고 자신이 없더라도 그것을 이겨내면서 끝까지 도전하는 모습, 실패한 모습을 인정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인생을 맛나게도 만들 수 있는 것도, 맛없게도 요리할 수 있는 사람도 나이다. 조금 더 정성을 다해 좋은 재료를 구해서 남은 인생 요리를 구수하게 만들어 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