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우리
먼 훗날 우리
설민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 때문에 극장에 간다.”
어느 감독의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잃어버린 사랑, 시간, 추억 때문에 예술을 추구하는 지도 모른다. 영화로, 글로, 노래로 때로는 춤으로 그것을 승화시키는 것이다.
청춘의 기억. “그 시절의 나”는 어떠했는가?
[먼 훗날 우리]라는 영화는 우리를 그곳으로 데리고 간다.
“그때 네가 안 떠났다면 그 이후에 우리는 달라졌을까?”
우연히 재회한 젠칭과 샤오샤오. 그는 그녀에게 묻는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젠칭과는 달리 샤오샤오는 아직 혼자다.
“I miss you.”
그녀는 아련하게 대답한다. 그립다는 뜻이 아니라, 그를 놓쳐버렸다고 말한다.
너무 어리고(여기서는 어리석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폐인처럼 게임에만 빠져있는 젠쳉의 행동으로 인해 절망하며 샤오샤오가 집을 나갔으니까.) 순수했던 사랑은 가난한 현실 앞에 무너진다. 누구 하나의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 궁핍한 생활로 인해 서로의 존재가 버거워진 까닭이다.
‘이별은 나에게 쉼표 같았다.’
샤오샤오와 헤어진 후,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명하니 있다가 닥치는 대로 막일을 한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게임 만들기에 전념하며 열심히 살기 시작하는 젠칭. 꽉 막혔던 미래에 대한 불확실과 불안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재기를 한다.
이 영화는 현재를 흑백으로, 과거를 칼라로 표현한다. 찬란했던 청춘, 서로 사랑했던 그 시절이 더 현실적인 것처럼.
2007년 춘절, 귀향하는 기차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린젠칭과 팡샤오샤오. 베이징에서 함께 꿈을 나누며 연인으로 발전하지만, 현실의 장벽 앞에 결국 가슴 아픈 이별을 하게 된다. 10년이 흐른 후, 두 사람은 북경행 비행기에서 운명처럼 재회한다. 그들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추억을 떠올린다.
린젠칭은 베이징의 대학에서 공부하고 졸업하지만, 취직하지 못한다. 뜻이 맞는 친구들과 컴퓨터 가게를 운영하며 가까스로 버티는 현실의 벽은 높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 팡샤오샤오. 엄마는 재혼하여 외국에서 살고 있다. 베이징 출신의, 집을 가진 남자와 결혼하는 것을 꿈꾸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고향으로 가는 길에 기차표가 없어지는 사건으로 알게 되어 가까워진다. 춘절을 혼자 보낼 수밖에 없는 샤오샤오는 젠칭의 집에서 시끌벅적하게 보내게 된다. 그 뒤 두 사람은 베이징에서 서로를 알아가면서 의지하며 살아간다.
결국, 린젠칭의 친구들은 베이징의 어려운 현실에 지쳐 일을 그만둔다. 가게 운영이 어렵자, 고향으로 내려가거나 다른 회사로 가게 된 것이다. 그 사이에 샤오샤오는 젠칭과 동거를 한다. 두 사람은 베이징에서의 성공을 기약하며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컴퓨터 가게를 접고 지하철에서 불법 DC를 복제해서 판매하는 젠칭. 그러다 감옥에 가게 된다. 그 일로 인해 두 사람은 자신의 옆에 항상 있어 주고, 지켜주는 것이 서로임을 깨닫고 연인이 된다. 집에 갈 수 없는 젠칭을 대신하여 춘절에 고향으로 내려가 그의 아버지를 챙기는 샤오샤오. 어느덧 아버지도 그녀를 의지한다.
두 사람은 가난하고 베이징에서의 삶이 힘들지만, 서로 노력하면서 행복하게 산다. 이 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게임개발자가 꿈인 젠칭은 자신의 게임 속 스토리를 샤오샤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꿈을 향해 다가가고 있지만, 현실은 가혹하다. 그나마 살고 있던 방 한 칸도 당장 빼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며 두 사람은 살던 곳을 떠나 반지하의 집으로 가게 된다.
그 후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전부 다 번듯하게 성공하여 허세를 부리고, 자신만 실패자라고 느끼는 젠칭. 하는 일을 모두 그만두고 정신이 피폐해진다. 현실 도피성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에 푹 빠지게 된다. 평범한 일상과 샤오샤오를 뒷전으로 밀어버린다. 결국,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젠칭을 떠난다.
이별이 자극제가 되어 게임 개발에 시간을 투자하며 게임을 만든다. 다시 열심히 사는 젠칭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며 성공에 가까워지게 된다.
그 후 좋은 집도 구하고 고향인 야오장에서 아버지와 베이징에 집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꿈인 샤오샤오를 집으로 데리고 오려고 하지만, 그들은 그 제안을 거절한다.
사랑은 (마음과 시간의) ‘때’가 맞지 않으면 이루어지기 어려운 법이다.
10년이 지나 비행기 안에서 재회한 두 사람, 폭설로 근처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면서 서로가 한없이 좋아했던 그 시절을 돌아보며 추억하고, 이번에는 서로에게 제대로 이별을 말한다.
우여곡절이 없기를 바라는 청춘!
2007년 우리는 만났다.
2008년 우리는 가까워졌다.
2009년 우리는 성공을 다짐했다.
2010년 우리는 사랑했다.
2011년 우리는 다퉜다.
2012년 우리는 상처받았다.
2013년 우리는 이별했다.
2014년 우리는 그리웠다.
2015년 우리는 사무쳤다.
2016년 우리는 연민했다.
2017년 우리는 재회했다.
영화를 소개하는 광고 영상에 나오는 문구들이다.
인생을 되돌아볼 때, 누군가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연민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척 공감되는 말이다. 한 때는 사랑을 하고, 자신들의 세상인 것 마냥 행복했었던 추억으로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은 아픔이지만 축복이기도 하다.
[먼 훗날 우리]는 꼭 마지막까지 보아야 한다. 펑샤오샤오에게 젠칭의 아버지가 남긴 편지도 감동이지만, 그 이후 쿠키 영상이 뭉클하다.
“소중한 이를 잃기 전에 미안하다고 말하세요! 더 늦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영화의 앤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일반인들의 영상이 나온다. 과거 연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종이에 써서 보여준다. 게 중에는 후회하지 않는다. 나 살 뺐다, 어떠냐는 말도 하지만, 여전히 사랑한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을 많이 남겼다.
이별이란 당시에는 힘들고 괴롭지만 지나가면 추억이 된다. 마치 수채화같다. 물이 번지면서 전에 없던 채색이 은은하게 종이에 스며 들어간다.
취직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는 20대라면 공감할 것이고, 한 번이라도 사랑의 폭풍을 보내 보았던 30대라면 그 시절이 사무칠 것이고, 40대라면 미소 지으며 그런 때가 있었지, 하며 그리울 것이라 여겨진다.
50대인 지금 이 영화를 보면서는 살고, 사랑하고, 싸우고, 이별하는 일 또한 덤덤해지는 느낌이다.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감정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연민'이다. 애쓰며 인생의 터널을 지나는 모든 사람들, 각자 삶은 다르지만 지금을 살아가는 모습이 눈물 나게 아름답게 느껴진다.
진정한 새해의 시작, 지금의 시간과 일들을 매일매일 소중하고 아름답게 지켜나가야 한다. 놓치지 않고 덜 후회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