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내 사랑
설민
폐기종과 관절염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내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 급하게 병원으로 데려가는 남편.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늘 괜찮다고 거짓말한 아내가 원망스럽다.
침대에 누워 힘들게 숨을 몰아쉬는 모드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에버릿이 혼잣말처럼 이야기를 꺼낸다.
“나는 왜 당신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까?”
모드는 가까스로 숨을 쉬며 말한다.
“이리 와.”
꿈쩍하지 않는 에버릿을 힘겹게 다시 부른다.
“이리 와.”
서서히 머리맡으로 다가온 남편에게 속삭이듯 모드는 말한다.
“난 사랑받았어. 에버릿.”
그리고는 마지막 숨을 뱉지 못하고 숨을 거둔다. 그 모습을 먹먹하게 바라보는 에버릿.
무엇을 보는지 알 수 없는 공허한 눈빛과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아내 모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집 – 벽이며 계단에 그린 그림이며, 그녀가 남긴 작품들이 가득하다. 아프고 고달플 때마다 위안 삼았던 그림들은 하나같이 그녀처럼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 으로 돌아가 그림을 판다는 간판을 집안으로 들이며 쓸쓸하게 문을 닫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계속 가슴 먹먹하게 남는다.
제목은 [내 사랑]인데 처음부터 도무지 그런 분위기가 아니어서 의아했다. 도대체 '무슨 사랑 이야기'를 하는 건가 싶었다. 집에서도 사람대접을 못 받던 모드가 끝내 고모의 집에서 나왔다. 일거리를 찾아 처음 도전한 것이 애버릿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 것이었다. 에버릿 또한 모드를 무시한다.
걷는 것이 불편한 모드는 집안의 천덕꾸러기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몸이 불편한 동생을 돌봐야만 하는 오빠는 고모에게 여동생을 맡기고는 제멋대로 부모님의 집을 팔아 사업을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고모 또한 생활비를 받기는 하지만, 그녀를 데리고 있는 것이 탐탁지 않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낙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지만, 그것마저 집이 더러워진다며 못 그리게 하는 고모. 조카의 존재가 창피하기만 하다.
그런 모드가 가게에 들렀을 때 우연히 집안일을 하는 여자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인 메모장을 집어 들고 나온다. 무작정 그곳으로 찾아가며 모드와 에버릿의 만남이 시작된다. 불편한 다리로 절뚝이며 걸어온 모드를 보고 에버릿은 맘에 들지 않는다.
생선을 팔고, 보육원의 일을 돕는 등 여러 가지 돈 되는 일을 하는 에버릿은 바쁜 일 때문에 집안일을 할 수가 없어서 사람을 고용한 것인데, 무엇 하나 잘하고 빠릿빠릿한 게 없어서 불만이다. 고아로 자라 외로운 에버릿. 쉽게 곁을 내주지 않는 냉철한 성격에 모드가 상처를 받지만, 그녀는 자기가 갈 곳이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일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퉁명스럽고 불친절하지만, 먹고, 자고,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는 희망인 것이다.
에버릿은 이 집안의 서열이 개나 닭보다 더 아래라며 모드의 존재를 무시하지만, 불현듯 사람의 온기를 느낀다. 표현할 줄 모를 뿐, 에버릿은 어느새 모드에게 길드는 중이었다. 그녀의 음식, 그리고 종종 벽에다 그림을 그리고 집안을 꾸미는 게 싫지는 않다.
어느 날 밤 그녀를 안으려 하는 에버릿에게 모드는 자신이 과거 이야기를 한다. 아이를 낳았지만, 기형이 심해서 죽었다고. 얼굴도 보지 못하고 떠나보냈다며 슬퍼한다. 또 어느 하루도 욕정이 생기는 에버릿이 그녀를 안으려다 피한다. 모드는 왜 그러냐고 묻는다. 그러자 냉소적으로 말한다. 그렇게 내 인생에 끼어들지 말라고. 당신과 하느니 나무토막이랑 하는 게 낫다고 말하자 모드는 상처를 받는다.
밤사이의 일이 미안했던 에버릿이 아침에 마실 차를 모드에게 건네지만 당신이 주는 거는 안 먹는다며 거절한다. 모드는 묻는다.
"같이 살고 자는데 결혼은 왜 안 되나요?"
아무리 찾아오는 여자가 없다고 해도 아무나 결혼할 수 없다고 말하는 에버릿.
"남들은 이렇게 오래 같이 살면 결혼을 해요."
모드의 말에 에버릿은 난 사람들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모드는 사람들도 당신을 싫어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모드는 에버릿을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당신 또한 내가 필요하다고. 이에 에버릿은 간소하게 모드와 결혼을 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무표정인 데다가 무뚝뚝하고 퉁명스럽지만, 모드가 바라는 것은 다해주는 에버릿의 표정이 관건이다. 마지못해서 한다는 태도인데도 그녀에 대한 사랑이 묻어난다. 결혼식을 마치고 수레에 태워 벌판을 달리는 모습, 모드는 행복해하지만 에버릿은 표정이 없다. 행복도 느끼고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한 듯하다.
어느 날, 생선을 사러 온 이웃이 아내 모드의 엽서 그림에 관심을 보이자 그것을 판다. 독특한 그녀의 그림에 관심이 많은 이웃은 다음에도 그림을 그려주면 사겠다고 했다. 이 말에 모드는 틈틈이 나무판에,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또 유리창에 벽에 자신이 상상하는 꽃과 새를 자유롭게 그린다.
무시하고 뺨을 때린 에버릿을 피해 집안에 들어온 모드가 페인트를 발견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자신이 무시하던 아내의 그림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 급기야 지역 방송에서 인터뷰하고 점점 유명 인사가 되어간다. 모드의 그림을 사러 오는 사람들도 북적이기 시작하는 에버릿의 집. 이에 질투인지 불만인지 모르게 에버릿은 모드에게 짜증을 낸다. 당신을 만나 삶이 더 괴로워졌다고. 자신은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고. 아침에 눈 뜨면 사람들, 일하고 집으로 돌아와도 북적이는 사람들 때문에 좋은 일 하나 없다고. 당신이 없으면 더 나아졌을 거라며 화를 내자 모드는 차에서 내린다.
모드 또한 그동안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오빠가 방송을 보고 찾아오고, 거기다 고모까지 노쇠하여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는 자신의 그림을 들고 찾아갔던 날이었다. 고모는 텔레비전에서 봤다고, 지금 우리 집안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모드라며 죽기 전에 꼭 말할 게 있다면서 고백을 한다. 모드가 낳은 아이는 정상이었고, 그녀가 아이를 키울 수 없을 거라고 단정하여 오빠가 부잣집에 돈을 주고 팔았다는 것이었다. 충격을 받고 집으로 걸어오던 모드를 차에 태우더니 에버릿은 그녀의 힘든 상황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자신의 불만을 터뜨렸던 것이었다.
모드가 차에서 내려 자신의 그림을 처음으로 알아봐 준 이웃의 집으로 간다. 그곳에서 신세를 지는 동안 모드도 에버릿도 같은 일상이지만 쓸쓸하게, 서로의 빈자리를 확인한다.
결국, 모드를 찾아온 에버릿이 그녀에게 말한다. 개보다 보살피기 힘들다고. 그러자 모드는 그보다는 낫다고, 개보다는 낫다고 이야기한다.
서먹하고 어색한 분위기를 모면하려는 듯 모드가 에버릿에게 구름을 보라며 말을 꺼낸다. 구름이 엉덩이가 펑퍼짐한 여자 같다고. 머리 한쪽은 대머리 같다고. 또 당신을 보고 있다고 농담하며 웃는다.
“당신은 뭐가 보여요?”
모드가 묻자 에버릿은 말한다.
“당신은 잘 보여. 내 아내인 모드가 보여. 처음부터 그랬어. 그러니까 내 곁을 안 떠났으면 좋겠어.”
“내가 왜 떠나?”
“나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니까?”
“아니야, 못 떠나지. 당신과 있으면 아무것도 더 바랄 게 없어.”
모드의 말에 감동한 에버릿이 머뭇거리며 손을 잡는다.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이 마치 눈물을 삭이는 듯했다.
그렇게 그녀를 이웃의 집에서 데리고 나온 에버릿은 살아있다는 그녀의 딸이 있는 집으로 향한다. 멀리서나마 성장한 딸을 보여주는 에버릿의 깊은 사랑에 모드는 감동한다.
운명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집에서 만난 에버릿과 모드. 혼자인 게 익숙했던 이들은 서서히 서로에게 물들어가며 깊은 사랑을 하게 된다.
낡은 양말 한 쌍이지만 누가 신지 않는 새하얀 양말처럼 살고 싶어 하는 그녀와 혼자가 익숙했던 남자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게 되는 영화다.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는 모드지만 그녀의 낙천적인 성격과 재치 있는 말솜씨가 사랑스럽다. 거기다 당신 덕분에 그림을 그린다며 자신의 그림에 남편 이름까지 사인을 새기는 배려도 너무 귀엽다.
에버릿은 작은집에 사람들이 몰려오는 걸 싫어했지만, 왠지 그곳에 들러 모드의 온기를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