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시간
소년의 시간
설민
같은 반 친구의 살해 용의자가 된 14세 소년. 그의 가족과 심리 상담사, 형사는 모두 같은 질문을 마주한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드라마 [소년의 시간]은 독특하게 원테이크(롱테이크)로 촬영되었다. 인물의 동선, 카메라 이동, 시간 계산까지 고도의 연출력과 디테일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카메라맨이 인물을 찍으면서 따라가다가 드론에 부착시켜서 항공 샷을 찍기도 하고, 차량 보닛 위에 카메라를 장착시켜 운전자와 동승자를 찍기도 하며 끊김 없이 이어지는 모습이 극의 긴박감과 긴장감을 준다. 숨 막히는 심리전이 엿보인다.
루크 베스컴 형사는 플랭크 형사와 함께 학교로 찾아가 범죄에 사용된 칼을 찾고 또 다른 증언들을 듣기 위해 여러 학생을 만나지만 뚜렷한 정황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같은 학교에 다니던 베스컴 형사의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와 요즘 아이들의 트렌드나 SNS에 관해 알려준다. 베스컴은 전혀 몰랐던 아이들의 행동을 알게 된다. 어른들은 잘 모르지만, 아이들에게는 수치스럽고 가혹한 SNS의 두 얼굴. 제이미는 무슨 이유로 여학생을 죽였을까?
1화에서는 아침에 느닷없이 무장한 경찰들이 집안에 들어와 제이미를 잡아가고, 2화에서는 경찰이 학교로 가서 사건의 정황이나 살인범과 피해자의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된다. 3화에서는 구속된 지 7개월 뒤 제이미가 심리학자 상담사와 대화를 나누고, 4화에서는 사건 발생 1년 6개월 뒤 살인사건으로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과 주위의 시선으로부터 그들이 안고 가야 할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시리즈의 화제성은 한 번에 찍기 촬영기법도 한몫하지만, 아이들의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워줬다는 것에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 관해 관심은 가지고 있지만, 학교생활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으며, 집 밖에서 자녀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고 돌아다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는지 호구 취급을 받고 놀림을 당하는지, SNS상에서 놀림을 받아 고통받는지 전혀 모른다. 아이들이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극 중 강인한 카리스마의 루크 베스컴 형사의 아들도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남이 먹은 쓰레기를 치워주며 호구 취급을 당한다. 성인들은 그냥 별 의미 없이 넘길, 말 한마디와 상황들이 아이들에게는 죽을 만큼 또는 죽일 만큼 괴로운 일일 수도 있다.
영국 사회 중학생들, 아니 그곳이 어디든 이들 또래가 부딪치는 사회적 문제를 짚어 나간다. 교실에서의 왕따, 인터넷상의 사이버 블링, 젠더 갈등, 여성 혐오, 더불어 한국 사회에서는 낯선 개념인 인셀까지. 인셀은 비자발적 금욕의 합성어로 자신이 연애 파트너나 섹스파트너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자칭하는 말인데 문제는 이것이 여성 혐오량 맞닿게 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서로를 혐오하면서 막 나가고, 교사는 그런 학생들을 전혀 통제할 생각이 없다. 이런 현상을 피해자 가족의 일방적인 괴로움이 아니라 오히려 가해자와 그 가족을 통해 들여다보게 된다. 피해자 또한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굴레를.
제이미의 아빠가 아들의 방에서 침대에 놓인 인형을 붙들고 사과하며 오열하는 모습에서 큰 울림을 준다. 무슨 잘못이 있는가? 아들을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 자신의 폭력성이 아들에게 미쳤을 영향을 생각하며 후회와 자책을 한다. 아빠는 잘살아보려고 노력하느라 바빴다.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아들과 좀 더 대화를 나누고 신경을 썼어야 했다는 것을 뉘우치면서 울부짖는다.
이 드라마는 인셀 문화, 소셜 미디어의 유행성, 그리고 부모와 자녀 간 소통 문제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파되는 인셀 문화, 가짜 뉴스, 그리고 아이들끼리 통하는 비밀 언어는 부모 세대가 쉽게 감지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우리 아이가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됐을지 알 수가 없어서 두렵다.
죽은 케이티는 제이미를 인셀이라고 칭했고, 제이미는 스스로 못생겼다 생각했다. 그렇게 평생 연애도 못 할 운명이라는 자기 인식을 하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부모에게 배운 언어로 세상을 읽지 않는다. 분명 부모가 모르는 아이들만의 세계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혼자 무너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주는 거라는 이 말은,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제이미는 여성스럽고 섬세한 성격으로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강하게 키우려는 아버지의 욕심 때문에 축구나 복싱을 시켰다. 역시나 잘하지 못하는 모습에 아빠가 실망하고 자신을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제이미도 느낀다. 소외감과 자기혐오는 결국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으로 생긴다.
<소년의 시간>은 단순한 범죄 드라마가 아니라, 현대 사회가 청소년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특히 디지털 환경과 부모의 무관심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해 경고하는 작품이다.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넌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믿음을 주며 말해주는 성숙한 어른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