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거 다 해봐

미지의 서울

by 설민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미지의 서울


설민


일란성쌍둥이 자매가 인생을 맞바꾸는 거짓말로 인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며 진짜 사랑과 인생을 찾아가는 로맨틱 성장 드라마 [미지의 서울].

쌍둥이여도 신분을 도용한다는 것은 다소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진짜 사람들이 못 알아볼 수도 있다는 가정으로 생각해 보면 그럴듯한 이야기다. 친척 중에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사람들은 헷갈려했지만, 나는 그 둘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김새는 비슷해도 성격, 기질 등이 달라서 못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다. 어릴 적에도, 커서도 사실 헷갈린 적이 없었기에 [미지의 서울]에서 엄마가 자매를 잘 알아보지 못한다는 설정은 다소 억지스럽다. 아무리 사느라 바쁘더라도, 어릴 적 미래가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졌더라도, 가족은 못 알아볼 수가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꿈과 현실, 그리고 새로운 도전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 유미지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서른 살이 되도록 닫힌 자신의 마음의 문도 열지 못한 미지가 대학에 도전하게 된다. 별 것 아니고, 후회하더라도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라는 엄마의 말, 호수의 응원에 힘입어서 서울 생활을 시작한다. 미지는 주인공의 이름이자 아직 모른다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


KakaoTalk_20250718_085137483_01.jpg 출처 네이버

미지와 미래는 같은 얼굴이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간다. 자신보다 가족을 위하는 마음은 같지만 표현하고 행동하는 모습은 다르다. 미래는 언니다. 어릴 적 많이 아팠다. 몸을 자신이 조절하기 힘들다는 것을 빠르게 인정하고 고통을 참고 견디며 공부하는데 몰두한다. 미지는 아픈 미래에게 부모의 관심을 뺏겼다고 생각해 자꾸 엇나가다 자신만의 특기를 찾아낸다. 바로 달리기다. 자신이 공부로서는 미래를 이길 수 없지만, 육상 선수로서 집중을 받을 수 있다는 부픈 기대감으로 우쭐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경기 도중 자신이 좋아하던 호수와 미래가 포용하는 장면을 보고 넘어진다. 발목 부상으로 유망주이던 육상 선수도, 대학도 갈 수 없게 되자, 미지가 마음의 문을 닫고 방 안에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을 나오지 못한다. 엄마는 미지를 다그치고 문고리를 부수지만, 할머니의 힘이 되는 말과 두드림으로 근근이 살아갈 수 있었다.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몰라.”

오늘을 충실히 살아간다면, 내일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결정된다는 의미다. 할머니는 이렇게 미지에게 용기를 주었다. 오늘은 아직 모르니 오늘만 살아내 보자고. 그러다 부엌에서 쓰러진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 얼떨결에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미지가 집안의 전화선마저 잘라 놓았기 때문에 빠른 대처를 못하고 쓰러진 할머니가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죄책감으로 병시중을 자처한다.

호수는 친엄마의 산소에 아빠와 둘이서만 가자고 조른다. 새엄마의 존재를 받아들이기 힘든 사춘기 소년 호수. 가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 사고로 아빠는 죽고 만다. 재활을 통해 몸을 돌보며 살아야 하는 호수는 재혼한 엄마에게 자신이 짐이 될까 봐 항상 멀어질 준비를 하고 있다. 아픈 몸으로 공부에 집중하여 변호사가 된다. 아빠를 잃고 두손리로 전학 온 호수가 미지의 믿음(호수가 산 정상에 올 거라고, 자신도 자기를 믿지 못하는데 미지가 믿어준 것에 대한 감사함)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을 잘 보내게 된다.

미래는 공기업에 다니지만, 회사 내 괴롭힘을 당한다. 왕따를 당하는 선배를 대변했다가 무시를 당한다. 또,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음에도 없던 일로 하자며 용서했지만, 그것을 빌미로 사내에서는 유부남을 유혹한 여직원으로 둔갑한다. 비리가 만무하는 회사 내에서 힘들어하는 미래를 보고 미지는 서로 바꿔 살자고 제안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신분 도용에 대한 이야기가 마치 액자 소설처럼 등장한다. 미지가 미래의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맡게 된 업무로 인해 찾아간 로사식당의 주인인 김로사와 현상월. 일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그 둘의 슬프고도 진한 우정의 이야기가 거짓말처럼 다가온다. 난독증이 있는 현상월의 세상의 통로가 되어주는 로사는 고아원에서 만난 친구로 책을 많이 읽어 시인이 된다. 로사는 병으로 죽기 전에 자기 대신 남편 살인으로 감옥에 다녀온 현상월을 위해 유언을 공증해 놓는다. 현상월이 김로사의 모든 것을 대신한다고.

같이 있으면 웃게 되는 미지와 호수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귀기로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키워오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 그 오늘들이 내일을 약속하게 만든다. 오늘보다 조금 더 나은 내일도, 꼭 함께하자고. 내일을 약속한다는 건 얼마나 오만한 것인가 당장 오늘의 나도 알 수 없으면서.”

호수는 자신이 했던 희망찬 약속들이 부질없음을 느낀다. 갑작스러운 돌발성 난청으로 잘 들리지 않게 되자, 교통사고로 망가진 몸이라서 앞으로 더 나빠질 거라 여기며 동굴 속으로 숨는다. ‘혼자 있으면 나 혼자 무서우면 되지만 옆에 누가 있으면 그 사람까지 괴롭게 하는 거 같아서.’ 혼자를 택한 호수에게 엄마는 혼자 버티지 말고 잡으라고 설득한다. 남이라며 자꾸 밀어내려는 호수를 다그치며 엄마가 사는 이유가 호수라고 말한다.

“사랑은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지더라도 끝까지 한편이 되어주는 거라고, 백번이고 천 번이고 옆에서 함께 지는 게 사랑”이라고 말해준다. 좋은 것만 나누는 게 사랑이 아니라 힘든 것도 함께 짊어지는 게 사랑이라고 말하는 엄마. 이 말에 용기를 얻은 호수는 먼저 헤어지자고 말한 미지에게 찾아가 사과를 한다. 앞으로 더 힘들어질 테지만 함께 있어 달라고.

한세진이라는 인물은 드라마에서 미래를 돕는 은인으로 등장한다. 잘 나가던 일을 뒤로하고 할아버지가 살던 두손리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다. 유학을 다 마치지 못하고 돌아온 세진이 죄송스러운 마음을 할아버지에게 표현하자, 졸업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일의 시작. 시작이 중요하다. 졸업 못 해도 내릴 때 내리면 된다며 무덤덤하게 말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할아버지의 전화를 받지 못한 때, 열사병으로 밭에서 죽은 할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회의를 느끼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 드라마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어느 면에서 인간관계에 마음이 닫혀있는 사람들이다. 미래와 미지, 할머니와 엄마, 호수와 미지, 호수와 새엄마, 고교 동창인 미지엄마와 호수엄마, 한세진과 그의 할아버지, 친구의 인생을 사는 김로사는 각자의 방식으로 친구와 두려움 때문에가족을 위한다. 다만 혼자만의 생각이기에 그 방법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물어봐야 한다. 서로 표현하고 소통해야 한다. 궁금증이 있거나 모르겠으면 물어보고 확실하게 넘어가야 하는데, 두려움때문에 직접 부딪히지 않아 오해가 생기고 속앓이가 시작된다. 고등학교 때 미래와 호수가 사귄다는 오해로 서로 엇갈린 10년의 시간, 미지의 할머니와 엄마와의 오래된 오해 또한 솔직하게 말하지 못해서 서로 사랑하지도 받지도 못한다 여기며 퉁명스럽게 대하는 것만 봐도 ‘표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내 삶은 복잡하게 꼬여있는데 타인의 삶은 참 단순하면서도 쉬워 보일 때가 있다. 내가 저 외모였으면, 저 조건이었으면, 저 성격이었으면 인생이 지금보다 잘 풀리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그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의 아픔과 고난을 가지고 그저 행복하기 위해 치열하게 애쓰는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비로소 사랑과 연민으로 그 사람을 바라보게 된다. 또, 정작 스스로에게는 어떤가? 내가 어떤 마음으로 아픔과 고난을 안고 살아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남들에게는 들이대지 않는 가혹한 잣대로 자신을 몰아붙이고 무시한다. 나를 사랑하고 다독여야 한다.

[미지의 서울]은 서로 인생을 바꿔 살아보며 내 입장에서 보던 것만이 다가 아님을 깨닫게 되는 사랑스러운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다. 다른 이의 삶을 마음 깊이 이해하는 다정함과 더 나아가 나의 삶도 너그럽게 다독일 수 있는 따뜻한 연민, 소통의 중용성을 갖게 한다. 또 하고 싶은 일은 후회하지 않게 다 해보라고 토닥이는 용기를 준다.

KakaoTalk_20250718_085137483_03.jpg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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