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불시착
사랑의 불시착
설민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판타지나 SF가 아니더라도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거나, 내가 바라는 로맨스에 대한 대리 만족 때문일 것이다.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는 불시착한 곳에서 솟아난 사랑 이야기다. 북한이 배경이 되어 더욱 흥미를 끌었다. 또 극 중 주인공의 이루어질 수 없는 애틋함, 거기에 자상함과 배려, 세리를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리중혁의 진득한 믿음으로 윤세리를 부러워하며 드라마를 기다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처럼 OTT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았기에 그 드라마를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고, 윤세리와 리정혁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궁금해했다. 이 드라마는 주인공 외에도 인물들이 살아있어서 그들이 주는 깨알 같은 잔재미와 감동도 기대하게 되었다.
윤세리는 대한민국 재벌가의 상속녀이자 패션 브랜드 CEO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돌풍과 함께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윤세리와 그녀를 숨기고 지키다 사랑하게 되는 특급 장교 리정혁의 절대 극비 러브스토리를 그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리정혁은 피아니스트를 꿈꾸지만, 형의 죽음으로 인해 그 길을 포기하고 장교가 되었고, 부모가 지정해 준 약혼자가 있었지만 끝내 윤세리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하는 순애보를 보인다. 한반도의 경계를 넘어 피어난 사랑은 정치적 현실과 문화적 차이를 배경으로 더 깊은 몰입감을 준다.
평양 장마당, 북한 요리, 부대원들이 모여 사는 특성상 남편의 계급이 아내들에게도 서열이 되는 모습, 함께 김장하고, 빨래터에서 빨래를 빨며, 집안을 수시로 검열하는 모습 등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남북한의 언어 차이와 세밀한 설정은 극의 현실감을 높이며 신선한 재미를 안겨준다.
재벌인 윤세리가 우리나라의 6~70년대 같은 북한의 세간살이와 먹거리에 불평하지만, 서서히 그곳에 적응하고 물들어가며 위기를 헤쳐나가는 잔재미가 웃음을 자아낸다. 탄수화물은 잘 안 먹는다며 누룽지에 설탕을 찍어 먹으면서 왜 맛있냐는 짜증을 내는 장면이나, 리정혁 집에 가짜 약혼녀로 머물면서 그의 세간살이를 거덜 낸다며 투덜대는 부하들과의 캐미, 거기에 남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부하직원이 그 뒷이야기를 궁금해하며 세리를 채근하고, 끝말잇기 게임으로 꿀밤 때리기를 하는 등 그들은 서로에게 길들어갔다. 그렇게 상황을 살피면서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세리는 리정혁과 그의 부하들 덕분으로 북한에서 극적으로 탈출한다. 리정혁은 그녀를 안전하게 보내기 위해 모든 위험을 감수하지만, 결국 북한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서로 사랑하지만, 현실적인 장벽 때문에 다시 만날 수 없다.
그들의 인연은 남한으로 돌아간 윤세리의 신분이 노출되어 위험해진 그녀를 구하기 위하여 서울에서도 이어진다. 신문물을 경험하며 놀라는 리정혁과 그 부하들의 좌충우돌 서울 체험기가 즐겁다. 그들은 그녀를 구하는 임무를 마치고 북으로 돌아가며 그동안 서로에게 쌓인 미운 정 고운 정 때문에 오열한다.
남한으로 돌아오고 죽음의 고비를 넘긴 윤세리는 리정혁과의 추억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우연한 기회로 스위스에서 재회하는 두 사람, 그들은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한다. 리정혁은 음악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며, 윤세리는 다시 만나게 된 운명을 기적처럼 받아들인다.
사회적 조건과 가족 간의 갈등을 어떻게 뛰어넘는지 섬세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커플 외에도 북한 5중대 원들, 세리의 가족, 서브 커플인 서단과 구승준까지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개성 넘치고 사랑스럽다.
사랑의 결말은 둘이 함께할 수 있는 그 시간 자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드라마다. 드라마의 OST도 배경과 어울리며 감동과 슬픔과 애절함을 배가시켰고, 그들이 재회한 스위스의 배경도 너무 아름다웠다.
이제는 다음 회가 나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일이 없는 것이 다소 안타깝다. 여행도 가기 전 설렘이 더 즐거울 때가 있는 것처럼, 드라마도 다음 회를 상상하며 기다리는 기쁨이 있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