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왕좌의 게임
설민
허구의 세계인 웨스테로스 대륙의 7개의 국가와 하위 몇 개의 국가들로 구성된 연맹 국가인 칠 왕국의 통치권과 철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그려낸 드라마 [왕좌의 게임]. 잘 짜인 군상 극의 표본이다. 인물 묘사가 입체적이고 캐릭터의 목표와 상황이 명확하다. 긴 서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연출도 뛰어나 몰입도를 높인다. 시즌이 8개나 있고, 등장인물들이 많은데도 인물과 인물이 대화하는 대상, 대화 내용, 충격적인 상황과 장소가 화면에 담백하게 담겨 줄거리를 잘 따라갈 수 있다. 작가의 확실한 추구와 이상이 담겨있는 작품으로 정치, 배신, 사랑, 전쟁, 영웅주의 등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중세 판타지 세계를 형상화했다.
마법 같은 스토리텔링 능력과 풍부한 상상력이 담겨있어서 중세 판타지 세계가 마치 어딘가에 있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강력한 왕국들과 왕좌를 둘러싼 복잡한 정치, 음모, 싸움 그리고 인간 감정의 복잡성은 지금의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아 설득력이 있다.
8년이라는 긴 드라마의 이야기처럼 배우들도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이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앳된 배우들이 키가 크고 얼굴이 성숙해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있다. 외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여러 사건(아버지가 죽고 전쟁을 경험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내면적으로 단단해지는 과정도 흥미롭게 그려진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끌고 가는 중심에 선 스타크 가족들인 롭, 산사, 아리아, 브랜의 변화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신체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피가 튀는 파격적인 싸움 장면에 처음에는 인상이 찌푸려졌으나 나중에는 그러려니 했다. 노골적인 남녀의 전라도 서슴지 않고 나온다. 지금껏 본 영화나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획기적인 노출이다.
왕국과의 권력다툼을 벗어나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싸움에서 죽어도 되살아나는 백귀의 모습이 소름 끼치도록 무서웠지만, 죽은 이들을 살린 주동자가 없어지자 끝나버리는 전쟁이 긴박감 있게 그려졌다. 그 외에도 용이 날고 불을 뿜고, 마녀가 마법을 쓰고 거인이 나오지만 묘한 설득력이 있다.
주인공처럼 이야기를 이끌어갈 것 같은 사람인 에다드 스타크가 매몰차게 참형을 당하고, 지배자는 자기 뜻을 따르지 않으면 가차 없이 사형에 처한다. 불의 마법과 용으로 사람들에게 강력하고 대단한 존재임을 각인시키며 권력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 사람이 얼마큼 악랄하고 비열한지 잘 드러내 주는 조프리와 램지 스노우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분노가 치솟는다. 그만큼 그들의 최후도 만만치 않으니 인과응보를 엿볼 수 있다.
전쟁 중에도 사랑은 피어나고 전략적인 결혼도 성사되는데, 스타크 가문의 장자 롭과 그의 어머니 캐틀린이 조카의 결혼식에서 부하의 배신으로 죽임을 당하는 장면, 특히나 롭의 임신한 아내를 죽이는 모습은 너무도 끔찍했다.
[왕좌의 게임]에서 많은 인물이 나오지만, 난쟁이로 태어난 것이 죄인 티리온이 눈에 가장 띈다. 힘으로는 약하지만 타고난 전략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며 끝까지 살아남는다. 자신의 야망에 의해서든, 살아남기 위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이간질과 거짓말을 일삼는 인물들이 나오지만, 티리온은 제법 소신 있게 자신의 견해를 밝힌다. 물론 나중에 자신을 죽이려는 아버지와 누이에게 분노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살아남으려는 방법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또 왕이었던 자식들이 죽고 하늘보다 높은 절대 권력을 가진 세르세이의 굴욕 장면은 자기 꾀에 넘어간 치욕의 끝을 보여준다. 자신의 권력을 높이기 위해 종교에 힘을 실어주자 종교가 왕권을 집어삼키고 결국 친족과 정을 나눴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게 된 세르세이, 결국 나체로 시민들의 비난과 욕설을 들으며 거리를 걷는 속죄의 행진을 한다.
왕좌에서 쫓겨난 타르가르옌은 가문의 대너리스가 유목 민족 도트락의 족장 칼드로고와 결혼하면서 힘을 얻고 많은 시련 끝에 마지막 세 마리의 드레곤을 부활시키며 자신이 철왕좌에 오를 인물이라 여긴다. 가는 곳마다 노예를 해방하며 전투력을 키워가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그녀가 점점 더 권력에 눈이 멀어 폭정을 저지르게 되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스타크 가문의 서자로 알았던 존 스노우가 결국에 세눈박이(과거와 미래를 보는자)인 브랜에 의해서 타르가르옌의 후손임을 알게 된다. 칠 왕국에 정통성을 지닌 왕으로 오를 수 있는 위치였지만, 대너리스의 폭주를 멈추게 하고 자신은 밤의 장벽을 지키는 자로 남는다.
[왕좌의 게임]은 중세적인 판타지와 현대적인 정치 드라마의 유니크한 결합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와 복잡한 캐릭터를 통해 광범위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1년에 한 편의 드라마를 제작하며 2011년~2019년에 걸쳐 8부작을 제작한 저력도 대단하다. 그런데도 끊어지거나 어색한 부분이 없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멋졌다. 이것이 이야기의 흡입력이 아닌가 한다.
라니스터, 타르가르옌, 스타크 가문 등 철 왕좌에 오르기 위한 왕국, 가문들의 전쟁.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배신과 음모가 때로는 괴기스럽지만 사실적으로 다가온 [왕좌의 게임]을 보면서 여름밤이 길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