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설민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1980년대 미국 텍사스를 배경으로, 우연히 거액의 돈 가방을 손에 넣은 사냥꾼 르웰린 모스가 사이코패스 살인마 안톤 쉬거에게 쫓기며 벌어지는 추격전을 그린 영화다.
안톤 쉬거가 감정 없이 무표정하게 사람들을 죽이는 장면은 마치 같은 일상에 지쳐버린 직장인의 모습이다. 그런 얼굴로 오래전부터 해온 일이라 지겨운 것처럼 사람을 죽이고, 동전 뒤집기로 상대의 운명을 정하고, 약을 훔치기 위해 차량 폭발을 일삼는 것이 다소 충격적이다.
살인마가 나와 무자비하게 사람을 죽이는 영화를 보면서 제목이 의미하는 것과 내용의 연관성을 찾으려 애썼다. 사실 제목 자체로 너무 짠하고 슬펐기 때문이다. 사막처럼 메마르고 몽롱한 분위기 속에서 무차별하게 이루어지는 살인이 더 잔혹하게 느껴진다.
사냥하던 르웰린 모스는 총격전 현장에서 200만 달러가 든 돈 가방을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오지만, 곧 살인마 안톤 쉬거와 멕시코 갱단, 그리고 보안관 벨에게 쫓기게 된다. 멕시코 갱단이 안톤 쉬거를 고용하여 르웰린의 행방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안톤 쉬거는 동전 던지기로 생사를 결정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광기를 지닌 인물로, 영화는 그의 무자비한 살인과 르웰린의 도주, 보안관의 추적을 긴장감 있게 그린다.
베트남전과 오일 쇼크로 1970년대 미국은 사회 문제, 경제 문제가 악화하였고, 60년대까지만 해도 극소수였던 연쇄살인이 갑자기 대규모로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의 배경이 1980년인데, 그때 살인 범죄율이 10만 명당 10.2건으로 역사상 최악이었다.
영화가 시작되면 보안관 벨이 독백 형식으로 내레이션을 한다. ‘예전에는 보안관들이 총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있었다’라면서 ‘조금 더 평화로웠던’ 과거의 모습을 회상하던 존스는 한 소녀를 살해한 죄로 사형에 처해진 살인마를 체포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살인자의 반성 없음과 살인의 잔혹성을 한탄한다.
이로 제목의 의미를 유추하자면 마치 ‘범죄가 없는 나라’는 없다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사실, 영화 제목에서 드러나는 ‘노인’의 의미는 오래된 지혜와 경험을 가진 현명한 존재로 해석된다. 그러나 현실은 노인의 지혜와 경험이 더는 대접받지 못하는 부조리한 시대임을 상징한다.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무력함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작품이다.
르웰린 모스는 상당히 똑똑하고 뛰어난 관찰력을 가지고 살인마 안톤 쉬거에 맞설 정도로 대담한 인물이지만, 돈의 행방을 찾는 멕시코 갱들에 의해 허무하게 죽는다. 혼란한 사회, 이곳에서는 세상에서 누구나 비명횡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서, 완전한 안전은 불가능하다는 가혹함을 보여준다. 안톤 쉬거조차도 자신이 예측하지 못한 교통사고로 큰 상처를 입고 도망치니 말이다. 그렇게 르웰린은 멕시코 카르텔에 의해 죽고, 안톤 쉬거는 교통사고로 다치지만, 살아남아 ‘악의 존재’로 남는다.
보안관 벨은 은퇴 후 혼돈과 무질서 인간의 무력함을 받아들인다.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닌 인간의 본성과 세상의 복잡성을 강조한다. 범죄가 일어나도 속수무책으로 범인을 잡지 못하고, 도움을 청한 위험한 시민들을 돕지 못하는 현실 앞에서 좌절과 한탄만 할 뿐이다.
제목에 걸맞은 늙은 보안관 에드 톰 벨은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양심적이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현실적으로는 모스 부부를 살리지도 못하고 유의미한 결실을 보지 못한 채, 꿈에서 본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