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투와 열등감으로 얼룩진 우정

은중과 상연

by 설민

질투와 열등감으로 얼룩진 우정

은중과 상연

설민


우정이 늘 따뜻하기만 할까?

가끔은 사랑보다 더 복잡하고 미움보다 더 오래 남는 감정이 친구 관계가 아닌가 싶다. [은중과 상연] 일생에 걸쳐 얽히고설킨 두 친구의 시간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그들은 매 순간 서로를 가장 좋아하고 동경하며, 또 질투하고 미워했다.

드라마의 도입부에는 은중과 상연이 절연한 상태다. 영화 기획자로 성공한 상연이 시상식에서 은중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 둘의 인연이 다시 시작된다. 이에 은중은 상연에게 노골적으로 안 좋은 감정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은중 앞에 태연하게 나타난 상연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안락사를 하기 위해 스위스로 가는 여정을 함께 하자고 한다. 상연은 어떤 마음이고, 과연 은중은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까?


그녀들의 지난 서사가 나오기 전까지, 객관적으로 그들을 보았을 때, 상연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로 한 은중이 공항에서 다시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우정이라는 한 단어로는 정의 내릴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우정을 뛰어넘는 애증 섞인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한때 친구로서 서로를 좋아했던 마음 등이 뒤죽박죽이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친구에 대한 마지막 도리라고 은중은 생각했을까?

KakaoTalk_20251010_080402705.jpg 출처 네이버

스위스에서 둘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은중’ 앞에서는 애써 미소를 띠는 ‘상연’과 ‘상연’ 몰래 눈물을 훔치는 ‘은중’의 모습까지……. 서로를 지울 수 없는 두 사람의 30년에 걸친 관계가 애잔하고도 깊이 있게 담겨있다.

징 하게 얽힌 두 사람의 서사 속에서 가끔은 서로 은중이처럼 배려심 있고 따뜻한 친구이기도 하고, 또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상연 같기도 한 모습인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된다. 이 드라마는 서로의 선망과 원망 사이에서 여자 친구들 간의 뒤틀린 감정들이 잘 녹아있다.

KakaoTalk_20251010_080402705_03.jpg 출처 네이버

“나에게는 엄마의 사랑이 필요했다. 그것만이 필요한 작은 아이였고, 지금도 나의 일부는 여전히 그런 채로 남아있다.” 어릴 적부터 부잣집 딸로 남부러울 것이 없었던 상연은 엄마에게 관심받고 싶은 마음을 반항으로 표현했고, 우주 같았던 오빠조차도 친구에게 더 관심을 주는 것 같아서 은중이를 질투했다. 그런 오빠가 어느 날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더는 웃지도, 말하지도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은중에게만은 웃어 보이고 말을 했다. 여기에 상연은 이렇게 말한다. “은중이를 좋아하기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미웠다. 나만 은중이를 좋아한 게 아니었으니까.” 손은 안으로 굽는다고 엄마와 오빠는 상연을 더 사랑했을 텐데도 그녀는 은중이 때문에 자신의 사랑이 빼앗겼다고 생각했다. 상연의 동경과 질투, 선망과 원망은 거기부터 시작되었다.

은중은 상연의 가정환경을 부러워 질투는 했지만 원망하고 미워하지는 않았다. 천상연은 할아버지가 전직 장관이며 엄마는 세상 인자한 류현숙 선생님 그리고 사진을 너무나 잘 찍는 은중의 첫사랑 천상학 오빠까지, 거기다 공부는 물론 춤과 운동까지 못 하는 게 없고, 선망의 대상인 화장실이 두 개 있는 아파트에 사는 그런 아이니까. 그런 상연 앞에만 가면 은중은 기가 죽었다. 그러다 둘은 친구가 되었다. 은중은 상연이 가진 모든 것을 부러워하고 동경했고, 상연 또한 누구나 좋아하는 은중을 질투했다.

그러다 아버지의 사업실패와 오빠의 죽음으로 가세가 기울고 가정이 파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상연은 외롭고 사나워진 마음으로 혼자 세상을 버텨나간다.

대학생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된 은중과 상연. 사진 동아리에서 다시 만나 다시 친한 친구가 되지만 그녀들 앞에 나타난 김상학이라는 인물로 인해 감정이 얽히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상연의 오빠와 이름이 같아서 혼란스러워하지만,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 은중과 상학. 하지만 상연이 친오빠의 죽음을 파헤치고 다니다가 먼저 김상학을 알았지만, 은중의 남자친구인 사실을 알고 혼란스러워한다. 결국, 상연은 애매한 감정을 흘리며 김상학을 홀리고 이에 흔들린 상학은 은중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헤어지게 된다.

10년 만에 다시 영화 제작 PD와 촬영감독으로 세 사람은 다시 만나는데, 여전히 얽힌 감정 속에서 자신의 고백에도 끝내 봐주지 않는 상학을 보고, 상연은 비뚤어지기 시작한다. 은중에게 질투심이 폭발하며 자신처럼 은중도 힘들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녀가 몇 년 동안 공들여 준비한 영화를 훔쳐 영화 제작사 대표가 된다. 이로써 두 사람은 세상에서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미움의 대상이 되고 만다.

은중의 작품으로 승승장구하는 상연은 크게 성공하지만, 엄마처럼 온몸에 암이 퍼져 죽음의 문턱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인생의 단 한 사람인 은중을 찾는다.

은중은 가난으로 인해 친구들을 집에 한 번도 초대한 적이 없었지만, 엄마와 선생님(상연 엄마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아빠가 없는 설움을 달래주었다.)이 뿌리내려준 힘으로 결국 자기에게로 돌아와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공부도 잘하는 밝은 성격으로 성장했지만, 끝내 자기를 사랑할 수 없었던 상연은 뒤틀린 어린아이 같은 감정으로 성인이 된다. 이런 성장 배경이 은중이 끝내 자신을 배신하고 상처를 준 상연을 받아줌으로써 마지막 순간에 자기와 화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은중과 상연>은 어쩌면 ‘자기 자산을 수용’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싫든 좋든 우리는 모두 각자 자기로서, 자기를 데리고 살아야 한다. 그러기에 ‘내가 나를 어떻게 보고 대하느냐’가 삶의 질을 좌우하는 가치일 것이다.

10대부터 함께한 은중과 상연. 동경과 질투, 애증이 20대, 30대를 채우다 결국 돌이킬 수 없이 멀어졌다. 이제 마흔둘, 은중은 상연의 죽음에 동행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어떤 선택이든 후회는 남는다. 은중이는 아마 자신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했을 거라 여겨진다.

KakaoTalk_20251010_080402705_01.jpg 출처 네이버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관계를 만나게 된다. 어떤 만남은 선물처럼 마음을 밝혀주고, 어떤 만남은 상처로 남아 오래도록 흔적을 남기기도 한다.

내 안에 상연이 드러날 때는 안아주고 들어주고 때로는 호되게 야단도 치면서 자신의 다른 은중이를 꺼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인터뷰한 말을 적어본다.

“상연이처럼 외롭고 힘든 날엔, 여러분이 여러분의 은중이가 되어주세요. 네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은 네가 사람이어서 느끼는 거야”라고 끊임없이 말해주는 하루하루 되시길. “서툴고 흔들리는 순간조차 결국은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 가는 과정의 일부이다. 모든 것이 완벽히 이해되지 않아도 괜찮다. 불완전하지만 진심이 깃들었던 그 순간들 덕분에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고, 또 성장해 나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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