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언제나 "인연"은 "대화"에서 시작된다.
2박 3일 블라디보스톡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자를 맞이하는 호스트로서 여행자의 기분으로 여행을 했고, 그 감정을 다시 돌려주고 싶어서
1년에 3회 이상은 해외 여행을 가는 것 같다. 그것도 혼자서 가는 편이다.
블라디보스톡 마지막 날
#수프라 라는 샥슬리와 만두를 파는 식당에 갔었다.
맛집인지 모르고, 사람들이 줄 서있길래 따라 섰다가, 잊을 수 없는 소소한 기억을 가지고 돌아왔다.
종업원이 친절했다
메뉴판을 가져오면서 혼자 여행 오셨나고 물었고, 혼자 왔다고 대답했다.
혼자 먹을만한 메뉴를 추천해달라고 했고, 종업원이 메뉴를 추천해주고, 메뉴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기다리던 와중 종업원은 나의 상반신만한 큰 인형을 내 앞 의자에 놓아주었다.
뭔가 싶어서 쳐다만 보았는데 혼자 식사하는 나를 위해 작은 배려를 해준 것이었다.
메뉴를 뻘쭘하게 기다리는 나에게 이 인형은 톰이라는 친구인데
왜 가만히 있냐며 축져진 인형의 두 팔을 테이블 위로 올려두고
그 앞에 빈 접시와 포크, 나이프를 가지런히 놓아주었다.
여행 마지막 날이 었던 나는 맥주 대신 콜라를 시켰었고,
마침 이 인형도 술을 조금만 마셔도 취한다며 내 콜라의 반을 곰인형에게 따라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몇살이냐며 물어보았고 올해 서른이라고 답했다.
종업원은 자기는 스무살인데 나보고 그랜드 파덜이란다...그리고 동료 종업원들을 다 불러 모아놓고선 이사람 그랜파덜이라고 장난을 쳤다.
메뉴를 기다리면서, 식사를 하면서 중간중간 계속해서 나에게 말을 걸어주었다.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그리고 혼자 여행을 온 나에게 작은 배려가 보였기에 블라디보스톡의 마지막 기억이 참 따스한 기억으로 내게 남겨졌다.
나는 그 종업원 때문에라도 블라디보스톡에 간다면 다시 그곳을 찾을 것 같다.
역시 여행에서 남는건 사람이더라.
내겐 수프라 맛집의 품격있는 인테리어와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억보다 그 종업원이 대한 기억이 더 크게 남아있다.
사랑각도 그러한 공간이길 바라며 운영하고 있다.
혼자 온 여행자분들에게 더 한번 미소로 인사를 나누고, 챙겨줄 따스한 마음을 안고 돌아온 것 같다.
혼자 여행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결국 새로운 '나'를 찾는 과정
기계적으로 살아온 사람은 팔순을 살아도 단명한 사람이다.
그러니 주말엔 바다를 보러가고
퇴근길에는 다른 길로 걸어보라.
11번째 해외여행도 역시 성공적
무계획으로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도착한 블라디보스톡
푸른 하늘 아래
사람들은 친절했고
낮에는 생각보다 더웠고
밤에는 생각보다 추웠다.
일몰은 황홀했고
야경은 더할나위없이 아름다웠다.
다시 제주에서 새로운 여행자를 맞이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