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날짜를 세는 방법도 요일을 세는 방법도
잘 모르겠다.
혹여나 내 머릿속에 거대한 지우개가 들어 있는 건 아닐까?
종종 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큰 실례를 저지르곤 한다.
주말도 아닌 요일...
특히나 사람들이 대체로 좋아하지 않는 요일에
아무렇지도 않게 행복한 주말을 보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티 나게 내색은 하지 않지만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주말이 되려면 아직 며칠이나 남았는데... 지금 나랑 장난해? 라는 웃픈 표정을 지어 보이곤 한다.
참 이상하다... 내가 느끼기에
모든 요일은 그저 똑. 요. 일 같이 느껴지는데
가만있어보자...
오늘은 또 무슨 요일이었더라?
일을 하다 슬쩍 내다본 창밖 풍경은
그야말로 온통 흰색으로 가득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모든 색들이 흰색으로 다시 깨끗하게
덧칠되고 있는 느낌.
이 광경을 그저
아름답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난감하다고 해야 하나?
예전 같으면 펑펑 쏟아지는 흰 눈에
나 역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흥분해서
좋다고 날뛰며 어서 끝나면
선술집에 들러야겠다고 좋아했겠지만...
이제 그런 갬성은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다.
당장이라도 퇴근하는 길이 근심으로 서서히 잠식되어 가는 나 자신.
나라는 사람이 마치 오래된 나무의 나이테같이 느껴지기만 한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이 오늘 같다면 미래 역시 오늘 같겠지.
누군가가 그랬던가? 나이를 먹으면 그날이 그날 같다고...
감정이 요동을 치는 일도 없이 그저 고요하다고...
어려서는 뭔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라고
가뿐하게 흘려들었겠지만...
이제는 그 말의 뜻을 확실하게 알 것 같다.
나이를 정말 아름답고 우아하게 먹고 싶지만
이런 무미건조한 감정을 느낄 때마다
나이만 먹는다는 것이 그다지 달갑지만은 않다.
마음은 늘 열정이 한가득한 그때로 회기라도 하고 싶지만 몸은 전혀 따라가 주지를 않으니 말이다.
감정이 전혀 동요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꼭 그렇게 나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그런가...?
철부지 같이 그저 하고 싶은 건
해야 직성이 풀렸던 그때의 철딱서니 없던 나로.
첫사랑으로 가슴이 설레 밤잠을 설쳤던 그때의 나로..
이별의 아픔으로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져 요동을 쳤던 그때의 나로...
감정의 증폭기를 달고 변화무쌍하게 살았던 그때의 나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단 몇 시간이라도 좋으니
잠시 동안이라도 훌쩍 다녀왔으면
참 좋겠다.
타임머신이라도 있으면
내 전 재산을 탈탈탈 털어 투자할 가치가
충분할 것 같은데...!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모든 요일을 금요일이라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예전에 내가 가장 사랑했던 요일은
토요일도 일요일도 아닌 금요일이었으니까...!
매일매일 금요일이라면 나는 아마도
조금쯤은 다시 설렐 수도 있지 않을까?
일주일 내내 금요일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무조건 다 금. 요. 일.
이렇게라도 나는 다시 한번 설렘을 느껴보고 싶다.
목석같이 죽어 있는 심장을 다시 콩닥콩닥 요동치게 만들고 싶다.
내 마음속 안에 인분 가루를 흩날리는 오색찬란한 나비 한 마리를 키우고 싶다.
눈이 엄청나게 쏟아진 오늘
나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선술집에 들러 따뜻한
술 한 잔을 음미할 것이다.
그 예전의 철없던 내가 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