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일상적 종교 체험 및 세계의 실재성과 검증 가능성
초월이라고 여겨지는 경험을 물질적 차원에서 논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할까? 우선 인간은 특정 환경 내에 특정 정보들만 감각할 수 있다. 물질세계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전부를 인지할 수 없다. 한 대표적 예로 색으로 인식하는 빛은 일정 파장을 가진 전자파인데 이것이 사람 눈으로 들어와 시각 신호를 만들어낸다. [16] 인간은 여러 빛의 파장 중 가시광선만 볼 수 있을 뿐 적외선, 자외선, x선 등과 같은 빛은 눈앞에 있더라도 보지 못한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되는 인간의 상황 인식은 보통 시각과 청각 등 오감을 통한 인식인데 감각 범위 밖의 현상들은 이해할 수 없고 기이하게 여겨진다.
신경현상학은 인간 신체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환경이란 외부적 요소를 포함시켰다. 바스케즈는 인지과학에서 뉴런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과 연결을 통해 사고와 의미 있는 행동이 발생한다고 보았던 연결주의 이후, 경험에 맞춰 뇌가 신경 경로를 변화시키는 능력인 신경가소성과, 개인 뇌와 의식이 사회적, 문화적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탐구하는 문화 신경현상학의 등장을 언급하면서 뇌에서의 신경 변화를 의식 발생 원리로 설명하고 있다. [17] 인지를 뇌, 신체,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발생하는 동적 과정으로 이해하는 ‘행위적 접근법’은 인지 시스템을 자기 생산적(autopoietic), 세계를 ‘지각자 의존적’이라고 본다. [18] 이는 “지각자가 마음대로 ‘구성’ 하기 때문이 아니라, 관련된 세계가 지각자의 (신경) 연결 구조와 연결 이력에서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지각자 의존적이다.”[19]
비일상적 종교 경험에 흔히 수반되는 환각은 실제 감각으로 느낄 수 없는 사물이나 사건을 인식하는 경험으로 인간의 감각과 인식 작용이 다르게 작동한다. 윌리엄과 아니타는 변형의식상태(ASC)에 관한 글에서 환각은 인간만의 특징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신경심리학 연구는 트랜스와 같은 상태에서 인간의 마음이 광범위한 환각을 생성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부는 청각적이고, 일부는 물리적이며, 일부는 후각적이지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시각적 환각이다. 이러한 환각은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으며, 침팬지, 원숭이, 고양이, 개, 그리고 다른 동물들도 환각을 경험한다는 증거가 있다. 이 능력은 인간이 아닌 포유류 신경계의 기능이다. [20]
정신의학과 의사인 패트리샤는 “환각은 외부 자극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지각으로, 그 현실성에 대한 강력한 감각을 동반하는 것이다. 환각의 기원에 대한 주요 개념 중 하나는 환각을 경험하는 개인이 내부에서 생성된 말(또는 감각 자극)을 외부 출처에서 온 것으로 잘못 여길 수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패트리샤는 환각을 경험하는 인간의 뇌 상태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는데, 신경 과정은 환각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줄 수 있을 뿐, 환각을 확실하게 유발한다고 입증할 수 없다고 밝혔다. [21]
신성을 경험할 때 신체적 변화를 연구한 신경신학자들과 종교적 의식 상태를 연구한 신경과학자들은 이러한 경험들이 단순히 생각이나 환상에서 그치지 않고,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하고 신경 세포를 만들며 최종적으로 뇌를 포함한 신체와 감각을 변화시킨다는 것을 밝혔다. 그리고 의식은 다시 외부 환경을 조정한다.
이러한 연구들에서는 측두엽에서 강한 활동이 확인되며 신경신학자들은 신성에 대한 경험이 이 특정 뇌 영역에 위치한 비병리적 소발작이라고 주장한다. 유전학자 딘 해머는 뇌가 종교적 경험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신 유전자’(VMAT2)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유전자는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뉴런과 결합할 수 있게 하는 세포막 단백질을 코딩한다. 이러한 신경전달물질은 강력한 기분, 감각, 감정을 생성하며, 이 중 많은 것이 종교적 황홀경과 연관된다. [22]
신경과학은 불교 승려와 같은 대상에 초점을 맞추는데, 이들은 ‘종교적’ 의식 상태 중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과정에 대해 예리한 인식을 발달시켰을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현상학적 자기 성찰(introspection)의 방법에 대해 훈련받았다(해링턴과 자이녹 2003). 예를 들어, 루츠, 던, 데이비드슨(2007)은 불교 명상 실천과 상태들과(호흡 조작, 염송, 특정 자세, 대상이나 신체의 다른 부분에 대한 집중된 주의 등에 의존하는지, 또는 수행자들이 명확성, 안정성, 공(emptiness), 균형 등을 선호하는지)과 그에 대응하는 신경 및 생리적 특성들의 상세한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연구의 핵심 용어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뇌가 변화하는 성질. 역주)’으로, 통제된 유형의 경험 입력에 의해 뇌 경로가 활성화되고, 재구성되며, 강화되는 방식이다. [23]
이러한 분석들은 종교 체험 시 인간에게 일어나는 변화와 의식과 감각의 연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다만 초월 세계가 외부 환경에서 독립적으로 실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데 인지과학적 관점에서는 초월 세계를 환경으로 보기보다는 의식이든 감각이든 인간 신체에 일어나는 작용으로 보고 있다.
물질화된 것, 예를 들면 물건은 개인을 떠나 타인에게 전달될 수 있고 생각 또한 전달되고 공유되어 이동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초월 경험에서 목격하는 존재나 세계는 물질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없는가? 실재성과 물질성은 어떻게 정의되는가?
참고문헌
[16] 박연선, 「색채용어사전」 (국립국어원, 2007).
[17] Vasquez, More Than Belief, 177-85.
[18] Vasquez, More Than Belief, 182.
[19] Vasquez, More Than Belief, 183.
[20] William A. H and Anita de L. H, “Glimpses of the Supernatural: Altered States of Consciousness and the Graffiti of Tikal, Guatemala” in Latin American Antiquity, (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95), 296.
[21] Patricia Boksa, “On the neurobiology of hallucinations” in J Psychiatry Neurosci, 34(2009), 260-62.
[22] Vasquez, More Than Belief, 191.
[23] Vasquez, More Than Belief, 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