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_ 점묘법을 도입한 후기 인상주의 화가
그랑자트 섬(La Grande Jatte)은 프랑스 파리 서쪽에 위치한 센 강(Seine River)의 섬이다. 파리를 가로질러 서북쪽으로 흐르는 센강은 길게 구불거리면서 대서양으로 빠져나가는데, 그런 흐름 속 강물 가운데 있는 특징적인 모래섬이 바로 그랑자트이다. 19세기 후반, 산업 혁명과 도시화로 인해 파리 시민들의 생활 방식이 변화하면서 여가와 휴식에 대한 욕구가 커졌고, 이에 따라 센 강변의 그랑자트 섬은 파리 시민들이 주말 오후에 피크닉을 즐기거나 산책을 하는 등 휴양을 위한 인기 있는 장소로 각광받게 되었다. 공원과 유원지가 조성되면서 이곳은 도시 생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평온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이상적인 휴식처가 되었다. 2km 정도의 길이에도 폭은 200m 정도밖에 되지 않아 넓고 긴 사발과 같은 섬(Island of the Big Bowl) 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실제로 센강은 당시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사용되었다. 센강을 오고 가는 배와 사람들의 모습을 함께 그려내며 산업혁명 시대 파리의 근대화를 이끌어온 역할로서 센강의 면모를 부각하는가 하면, 파리와 베퇴유, 샤토와 아스네르 등을 지나며 다양한 경관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자연으로서의 모습을 담아내기도 하였다.
그리고 쇠라는 센강의 대표적인 섬, 그랑 자트를 일요일 오후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의 표정과 함께 독특한 화풍으로 그려내며 센강 작품 가운데 압도적인 유명세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조르주 쇠라의 그림을 통해 그랑 자트 섬이 유명세를 타기도 하였다.)
조르주 쇠라는 인상주의 이후 미술 사조의 하나인 신인상주의(Neo-Impressionism)를 이끈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의 화풍은 흔히 점묘법(Pointillism) 또는 분할주의(Divisionism)라고 불리웠는데, 인상주의의 즉흥적이고 순간적인 색채 표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색채를 탐구하려는 시도였다.
점묘법이 탄생한 19세기 후반에는 색채 이론과 광학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쇠라는 셰브뢸(Chevreul)의 '색채 대비의 법칙'과 헬름홀츠(Helmholtz)의 '색채 지각 이론' 등 당시의 과학적 연구에 깊은 관심을 가졌는데, 이에 영향을 받아 팔레트에서 물감을 섞어 색을 만드는 대신, 순수한 색점들을 캔버스에 나란히 찍어 병치시킴으로써 관람자의 눈에서 색이 혼합되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각기 다른 오리지널 색상들을 연속하여 표현함하며, 빛의 삼원색(빨강, 초록, 파랑)과 색의 삼원색(마젠타, 노랑, 사이언)의 원리를 회화적 장치로 옮기고자 한 것이다.
조르주 쇠라의 과학에 대한 태도는 그림의 대상을 관찰하고 밑그림을 그려가며 준비한 모습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실제, 쇠라는 ‘그랑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를 그리기 위해 2년여에 걸쳐 약 40여점의 습작들을 미리 그려보았다고 하니 그 인내심과 집념이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점묘법을 사용한 이 작품에서 쇠라는 단순한 색점의 나열을 넘어, 보색 대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그림 속 인물들의 옷이나 그림자 등에서 주황색과 파란색, 노란색과 보라색 등 보색 관계의 색점들이 나란히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보색 대비는 색채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더욱 역동성 있는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빛과 그림자를 표현할 때도 단순히 밝고 어두운 색감을 칠하지 않고, 밝은 색점들 사이에 어두운 색점들을 섞어 넣음으로써 미묘한 색 변화를 찾아가면 그 효과를 극대화하였다.
그의 과학자적인 면모는 그림의 정교하고 치밀한 구성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림 속 모든 인물과 사물은 마치 무대 위의 배우처럼 정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인물들의 자세는 매우 절제되고, 화면 전체는 수평과 수직선, 대각선이 교차하며 기하학적인 질서를 이루고 있다. 마치, 인상주의 이전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적인 비례와 균형미를 되살리 듯한 모습이다. 물론, 인상주의 이전과는 다르게 그림의 주인공은 상류층 부부로부터 노동자 계급으로 보이는 남성과 어린이, 그리고 강아지들까지 일상의 인물들로 채워지고 있지만, 다른 인상주의 그림에서 보이는 역동성은 확실히 보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점묘법을 통해 빛의 순간적인 효과를 포착하는 것을 넘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빛의 흐름을 표현하고자 한 쇠라의 의중이 읽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당시 시류였던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의 변화를 표현하고자 했던 것보다, 빛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재현하여 조금은 무미건조하게 표현하고자 하였을지도 모른다.
쇠라의 점묘법은 여러 화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폴 시냐크(Paul Signac)는 쇠라와 함께 신인상주의를 이끄는 주역을 활동하였다.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와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등 다른 후기 인상주의 및 야수파 화가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색채 이론과 표현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도들을 이끌러내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