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라 생각했지만 더 깊은 끝이 있던 하루하루
바닥은 더 깊숙히
새로운 다짐도 잠시뿐이었다.
이번에는 정말로 버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다시 힘들어졌다.
마음을 다잡고 힘을 내보려 해도, 내가 겪고 있는 힘듦이 너무 커서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다.
“이것만 이겨내면,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와도 견딜 수 있을 거야.”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위로를 건넸다. 하지만 시련은 참 간사했다.
다 이겨냈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무너지는 나를 발견했다.
분명 예전에 정말 극단적인 선택까지도 생각했던 때보다 덜 힘든 상황일 텐데, 왜 지금이 더 아프게 느껴질까?
이 정도쯤이야, 하고 넘길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몸은 더 단단해졌을지도 모르지만, 마음은 그만큼 강해지지 않았다.
어쩌면 버티는 데 익숙해질수록 아픔도 함께 쌓여가는 걸까.
삶에 등가교환의 법칙이 있다면, 이만큼 힘들었으니 이제 좋은 일이 생길 차례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그런 믿음이 나만의 착각이라면?
노력하면 나아진다고, 버티면 분명 좋은 날이 올 거라고 말하지만, 정말 그런 날이 올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한 시간 반을 걸었다.
걷다 보면 정리가 될까 싶었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복잡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그 사람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나.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성실함 하나뿐이라고 믿었는데, 그마저도 부족한 걸까.
진심을 다해도, 최선을 다해도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그것을 바꾸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어쩌겠나.
이것이 내 몫이라면, 살아가야지.
아무리 무거워도 결국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어떻게든 견뎌야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생각을 하는 내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걷는 동안 떠오른 생각은 거창한 삶의 의미나 인생의 교훈 같은 것이 아니었다.
‘만두가 먹고 싶다. 그런데 돈이 없네.’
그리고 ‘담배를 이렇게 끊어야 하나.’
결국, 지금 당장 내게 중요한 건 그런 사소한 것들이었다.
심각한 고민들 속에서도 문득 떠오르는 건, 배고픔이나 작은 욕구 같은 것들이다.
그게 어쩌면 삶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별것 아닌 일들이 나를 붙잡아 주고, 내일을 살게 만든다.
열두 시가 넘은 밤.
나는 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고, 내일을 꿈꾸고 있다.
언젠가는 오늘의 이 고통도 사라지고, 나도 조금은 더 단단해질까.
그렇게 믿으며 또 하루를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