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아카펠라

by 천혜향

늦은 밤 울려 퍼지는 귀뚜라미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지은 시입니다.


한밤중의 아카펠라


지르르르, 뚜루루루… 찌르찌르.

빛이 걷히고 어둠이 찾아오면

귀뚜라미들의 합창이 시작된다.


몇이나 될까?

사방에서 가늘고 고운 목소리들이

하나의 화음으로 엮여 노래한다.


이 높은 아파트 창문 너머까지,

수만 마리의 울음이

리듬을 맞추어 밤을 채우네.


지휘 없는 이 소리,

어울림이 참으로 곱구나.


낮에는 천적을 피해

조용히 숨죽여 있다가,


모두 잠든 고요한 밤,

차가운 콘크리트 틈을 빌려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다.


그래서 그 소리가

더욱 가늘고, 서글픈 울림으로,

가슴 시린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길지 않은 생애에

원 없이 불러보거라


너희의 노래를 들으며

나 또한 깊은 잠에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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