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B trainer
Apr 29. 2024
주말에는 숙소에서 5Km 되는 공원묘지 길을 걷는다. 장례식장 승화원 추모공원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이 길은, 나에겐 아버지 어머니를 만나고 운동도 하며 죽음 인식 훈련을 하는 일석삼조의 학교다. 오늘은 날씨가 좋아 산을 올라가기로 했다. 비 온 뒤 맑게 개인 하늘과 깨끗해진 거리 풍경들에 내 마음도 맑아진다. 등산로를 따라 올라서니 길 옆으로 어제 내린 비를 먹고 한 뼘이나 자란 가지들이 옆 친구들과 푸르름을 경쟁하고 있다. 이곳 황방산은 아카시아 나무가 많아 꽃들이 만발하는 5월이 되면 향기가 바람을 타고 마을까지 온다. 어느새 꽃이 피기 시작했는지 벌써 곳곳에 향기가 가득하다. 이 좋은 순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가던 길을 멈추고 앉아 한껏 힐링했다.
홍산 앞에 펼쳐진 공원묘지는 학창 시절 삼총사라 불릴 만큼 친했던 친구 둘이 이곳에 잠들어 있어 내겐 아픔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다. 한 명은 21살 때 집안 물놀이를 갔다가 사고를 당했고 다른 한 명은 29살 때 출근길 교통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했다. 내가 비통에 젖어 울면서 그들의 관을 메고 비탈길을 올라 이곳 중턱에 묻었었다. 아들을 잃은 후 그들 집안도 내리막길을 걸어 지금은 찾아오는 이도 없고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니 나도 찾기가 힘들어진다. 30여 년이 훌쩍 흘렀지만 그들과 함께 했던 우정은 내 인생에 깊이 담겨 있다. 홀로 비바람을 맞으며 잠든 주인을 지켜온 낡은 명패에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한다.
추모관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께 인사하고 오는 길, 옆에 있는 봉안당에 들렀다가 막 화장되어 들어온 20살 젊은 여자의 죽음과 마주했다. 밝게 웃는 사진을 중심으로 옆에 놓인 인생 네 컷 표정들은 봄날 소풍을 온 것 같은 예쁜 모습이었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오열하는 친구와 홀로 된 엄마를 뒤로 하고 이곳에 온 것일까? 공원묘지에 다니면서 수많은 무덤과 죽음을 보게 되지만 젊은 사람의 죽음을 대할 때면 마음이 애잔해진다. 넋 나간 듯 흐느끼는 엄마 모습에 나도 눈물이 났다. 조용히 기도하고 돌아서는 길 너머로 다정하게 걷는 연인이 시야에 들어온다. 생과 사의 경계에 서서 죽음과 동행하는 내 삶임을 깊이 깨닫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