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워 오타쿠의 사랑이 가득 담긴 욕 한바가지♥️
※ 주의 ※
이 글은 덕후의 입장에서 쓴 글입니다. 다른 포스팅보다 훨씬 그먼씹같은 후기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입덕한지 몇 년 안 된 상대적 뉴비로서 잘 모르는 부분도 많습니다. 아래 내용은 완전히 개인적인 감상으로, 스워 팬덤 전체의 의견과 관련이 없음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조건 시퀄 까는 자칭 올드팬분들은 그냥 나가주시기.
후속작인 <라스트 제다이>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나의 몇 안 되는 별점 만점 영화 중 하나이고, 깨포는 시퀄의 화려한 포문을 열며 그 세계관과 캐릭터를 확립해 줬다는 데서 의의가 있는 영화이다. 그러나 동시에 라제가 욕먹는 이유, 그리고 시퀄이 망한 이유를 추적해 보면 그 원인을 대부분을 깨포에서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똥을 투척한 영화이기도 하다.
깨어난 포스는 볼 때 정말 재밌다. 오리지널과 프리퀄에 비해 훨씬 발전한 컴퓨터 그래픽과 다양한 화면 구도, 더 커진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은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깨알 같은 유머 코드도 많다. 레이, 핀, 포의 우당탕탕 모험기는 제법 유쾌하게 그려지고 개그 콤비처럼 보이기도 한다. 카일로 렌의 ‘중2병’같은 모습도 보다 보면 자꾸 웃음이 난다.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나이든 모습으로 모습을 비추는 순간에는 찡한 감동이 몰려오기도 한다.
그러나 보고 나서는 찝찝하다. 이 스토리 너무 어디서 본 그대로 아니야? 데스스타를 오리지널에서만 두 번이나 최종보스격 무기로 써먹었는데 또 데스스타 터트리는 이야기라고? 퍼스트오더는 또 뭔데.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그렇게 힘들게 제국을 무너뜨렸는데 아무런 설명 없이 또 ‘제국보다 더 강한 제국’을 부활시켜? 그렇다고 그만큼의 카리스마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합지졸 그 자체인 퍼스트 오더가 대군을 거느리고 행성 하나를 무기로 개조해 별마저 꺼트리는 압도적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모습은 납득이 안 된다. 카일로 렌은 납득하기 힘든 짝퉁 다스베이더일 뿐이고, 아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한은 (그 장면을 굉장히 좋아하긴 하지만 별개로) 오리지널 캐릭터의 퇴장을 그렇게 ‘무력한 피해자’로 만드는 방식으로 처리해야만 했나 하는 아쉬움도 크다.
깨포는 에피소드 4 새로운 희망을 똑 닮은 형태로 만들어졌고, 이러한 모방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혹자는 오마주라고 말한다. 그러나 오마주는 원본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데, 쌍제이(에피소드 7, 9 감독 JJ 에이브람스를 일컫는다)의 영화에는 오리지널에 대한 존중 따위 없다.
깨포의 오프닝 스크롤은 ‘루크가 사라졌다!’로 시작한다. 오리지널 주인공인 루크가 사라지는 거대한 사건은 분명히 앞으로의 시리즈가 이어질 방향을 결정하는 중대사이다. 하지만 시퀄 3부작에 대한 전체적인 틀은 이 때 전혀 없었다. 릴레이소설 첫 문장을 쓰듯 일단 루크를 행방불명으로 만들고 보자, 하는 결정. 그럼 왜 사라졌을까? → 제자가 악의 길로 들어서서. 오비완이랑 똑같다. 라스트 제다이에서 호불호가 제일 많이 갈리는 부분이 루크의 캐릭터성이 아닐까 싶다. 아무런 대책 없이 오비완화 된 루크의 이야기를 다음 감독이 바통터치 받아서 어떻게든 살려내야 한다. 오비완 롤에 끼워맞춰진 캐릭터를, 기존 루크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너무 기존 캐릭터들을 답습하지 않도록 만들기란 어려웠으리라. (라이언 존슨 감독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레이의 정체? 정해진 것 없었다. 그냥 오리지널의 루크를 본딴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던 것뿐이다. 퍼스트오더의 등장 배경? 역시 없다. 이후에 다른 스타워즈 콘텐츠들 (소설, 코믹스, 드라마 등)이 어떻게든 개연성을 만들어 설명해 낸 것이다. 오랜 시간 쌓인 세계관이라는 토대를 신경쓰지 않고 마구 추가한 설정들을 다른 창작자들이 다듬어서 끼워 넣고 있다. 아무리 봐도 시리즈 전체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
퍼스트 오더는 제국을 따라서 만들어졌다. 카일로렌은 베이더를 따라서 만들어졌다. 스타킬러 베이스는 그냥 데스스타 3이다. 따라하겠다는 목적만 있을 뿐, 어째서 그들이 닮았는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따라함으로써 원본이 더 빛나게 되었나? 전혀 아니다. 프리퀄과 오리지널을 가로질러 캐릭터들이 해온 노력은 허무해졌으며, 훨씬 자그만한 데스스타 하나에 희생당한 이들의 가치는 먼지만도 못하게 되었고, 타락에서 구원까지 완벽한 서사를 보여 줬던 베이더는 ‘베이더 짝퉁 외손자’로 조롱당했다. 후반부 전개는 너무 에피소드 4를 베껴온 나머지 아무런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스타워즈 팬에게는 익숙해서 점점 몰입이 떨어지는 이야기이면서, 그렇다고 새로운 팬들을 유입하기에는 기존 스타워즈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이다.
사실 7편만 가지고 이렇게까지 비난할 정도는 아닌데, 시퀄을 모두 본 이상 3부작 중 시작으로서의 깨포의 위치를 신경 쓰고 평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에피소드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정말 뼈저리게 느꼈다. 이 감독은 그냥 각본을 게으르게 쓰는 사람이구나. 오마주를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이야기를 쉽게 쓰고 싶어서 이전 걸 끌어오는구나. 9편은 한마디로
시퀄의 장점을 싸그리 없애 버리면서, 옛날 이야기의 답습과 베끼기에만 혈안이 된, 그걸 비주얼적인 화려함과 스케일로만 무마해버리려고 하는, 그래서 원작부터 시퀄의 모든 캐릭터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길이만 긴 노잼 영화
라고 할 수 있다. 9편이 뜬금없이 갑자기 망한 게 아니다. 쌍제이의 문제점은 7편에서부터 조금씩 보였는데, 9편에 이르러 그것이 극대화되었을 뿐이다.
이렇게까지 욕을 했지만, 나 깨포 싫어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돌려 보는 영화이다. 레이는 스타워즈 최초의 여성 주인공이라는 점에서부터 오백번 호감이고, 당돌하고 야무진 모습이 너무너무 귀엽다!! 비비에잇은 원조인 알투를 뛰어넘는 사랑스러움을 보여주는 최고의 드로이드다. 핀은 전향한 스톰트루퍼다. 헬멧 아래에서 모든 개성을 상실한 트루퍼들을 한번이라도 인격체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핀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제국에 부역하는 ‘일반 시민’들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게 해 주고, 그 끔찍한 조직 속에서도 선을 추구하는 자가 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은 정말 큰 의미가 있다. 포는 배우가 오스카 아이작인것부터 끝장난다. (섹시한 에이스 파일럿, 우효~~) 짧은 등장이었지만 어디서 본 적 없는 독특한 캐릭터성으로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킨 좋은 캐릭터다.
맨날 놀리지만 사실 카일로도 제법 좋아한다. 이 자식이 좋은 부모 좋은 스승 두고 뭔 고생을 했다고 그렇게 비뚤어졌는지 이해가 안 가지만, (스타워즈에서만 유독 잘생긴) 아담 드라이버의 눈빛을 보면 분명 우리가 알지 못하는 커다란 아픔이 있겠거니 납득하게 된다. 평소에는 선하다가도 악에 이끌리는게 평범한 사람이라면, 카일로는 선에 이끌리면서도 이를 억지로 무시해 가며 노력으로 악을 선택하려는 자라는 점에서 정말 독특한 캐릭터다. 이 일반인과 반대되는 사고체계 때문에 존재 자체가 흥미롭다.
영화에서 한과 레아의 노부부 모먼트도 너무너무 좋다. 비뚤어진 아들 때문에 둘 사이도 엇갈렸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변치 않았던 이 옛날사람ㅠㅠ들의 재회 장면은 항상 눈물 버튼이다. 이 부부에게 레이가 새로운 딸래미 역할로 들어온 건 볼 때마다 정말 아름다운 유사가족이야ㅠㅠ 하고 생각한다. 이렇게 오리지널 캐들의 나이 먹은 모습도 좋고, 새로운 캐릭터들도 하나같이 애정한다. 시퀄의 세계는 고작 40여년 만에 지난날의 아픔이 반복되며 이전보다 더 암울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이들이 살아가는 터전으로서 세계 자체도 점점 긍정하게 되는 것 같다. 애착이 있는 만큼 기대가 커서 자꾸 욕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런 갓캐들을 만들어 놓고 왜 9편에서 그렇게 뭉개 버렸어…ㅠㅠ 9의 존재만 싹 도려내 무시하려고 해도, 9편 망함의 씨앗이 7에서부터 뿌려져 있던 것 같아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스타워즈는 영화가 아닌 형태로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 시퀄과 오리지널 시간대 사이의 연결고리도 착실하게 채워지고 있는 중이다. 감독 하나가 삐끗해도 별 수 있나. 수많은 창작자와 팬들이 같이 만드는 세계관이니까, 이상한 부분들도 자연스레 메워지며 상처는 나을 것이다. 언젠가 다 웃어넘기며 시퀄 시리즈를 더 사랑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 앞으로 시리즈의 행보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