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부에 있는 튀링엔(Thüringen)주의 주도인 에어푸르트(Erfurt)로부터 북서쪽으로 약 55km쯤 떨어진 곳에 "뮐하우젠(Mühlhausen)"이란 작은 도시가 있다. 면적 135.52km²에 인구 36,110명(2021년 현재) 정도 규모의 도시이니, 적어도 뮐하우젠을 대도시라고 부를 수 없는 것만은 확실하다. 뮐하우젠의 위치에 대해서는 아래 지도를 참조하기를...
그런데 말이다. 뮐하우젠이란 도시의 역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이 도시가 결코 만만한 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우선 뮐하우젠은 신성로마제국 당시부터 황제 직속의 "제국도시(Reichstadt)"로서 어떤 세속의 왕이나 영주의 지배를 받지 않는 영예를 누려왔고, 이러한 지위는 1802년까지 계속되었다. 뿐만 아니라 중세에는 노르트하우젠(Nordhausen)과 함께 튀링엔주에서는 주도인 에어푸르트 다음 가는 강력한 힘을 가진 도시였다. 이에 더하여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바하(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가 오르가니스트로서 활약을 했던 곳으로, 바하가 오르간주자로서 재직했던 성 블라지우스교회는 예전 모습을 지금도 그대로 갖고 있다. 이런 면에서 뮐하우젠은 중세로 떠나는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고, 바하를 만날 수 있는 매력 넘치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방문해 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성 블라지우스교회
그런가하면 급진적인 종교개혁가 토마스 뮌처(Thomas Müntzer, 1489~1525)가 독일농민전쟁을 이끌 때 그 중심이 되었던 곳 또한 뮐하우젠이었다. 이 때문에 1975년부터 1991년까지는 시의 공식명칭이 '토마스 뮌처의 도시 뮐하우젠 (Mühlhausen Thomas-Müntzer-Stadt)"이기도 했다. 아, 그리고 뮌처의 종교개혁과 관련된 노력 등이 인정되어 2016년에 뮐하우젠은 유럽 개신교 연합회가 수여하는 "유럽 종교개혁의 도시(Reformationsstadt Europas)"라는 영예로운 타이틀도 차치하게 된다.
토마스 뮌처(Thomas Müntzer)의 동상
뮐하우젠의 매력은 이 정도가 전부가 아니다. 정말 운좋게도 각종 전화(戰禍)를 피했기에 뮐하우젠에는 오늘날에도 건축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건축물들이 옛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는 2km를 훌쩍 넘는 길이를 자랑하는 "시의 성벽(Stadtmauer)"을 들 수 있다.
중세의 성벽을 따라 걸으며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 정말 매력적이다. 성벽 위의 길을 걸으며 중간중간 마주치는 탑들과 문, 머얼리 보이는 교회의 첨탑 등은 정말 환상적이다.
또한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전화를 피한 덕에 시내 중심에만도 11개의 교회가 옛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데, 크리스찬이라면 이들 교회를 찾아 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겨자씨만큼의 믿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나 또한 여행 중에 교회나 성당을 찾아가 보고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갖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뮐하우젠은 워낙 역사적 가치가 큰 교회들이 많이있는 관계로 모두 돌아보는 것을 포기했다. 결론적으로 간신히 3개의 교회만을 돌아보았는데, 그 중 두개의 교회는 이젠 교회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하고 박물관(기념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내가 돌아본 3개의 교회를 간단히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것은 높은 첨탑을 자랑하는 성 마리엔교회(St. Marienkirche)인데, 요즘은 박물관으로서 기능에 더 충실한 듯하다..
성 마리엔교회(St. Marienkirche)
그리고 이것은 코른마르크트교회(Kornmarktkirche)인데, Kornmarktkirche는 Korn(곡물) + Markt(시장) + Kirche(교회)로 이루어진 단어이다. 그러니 예전에 이곳에 곡물시장이 열렸었고, 그 곡물시장 가에 Kornmarktkirche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코른마르크트교회는 보다시피 오늘날엔 교회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독일농민전쟁 기념관(Bauernkriegsmuseum)"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마지막으로 찾았던 교회는 바하가 오르가니스트로 재직했던 성블라지우스 교회인데, 교회 앞에는 젊은(어린?) 바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바하기념상이 세워져 있다.
뮐하우젠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도시는 아니어서 뮐하우젠 관광을 위한 정보는 많지 않다. 인터넷에도 독일농민전쟁과 관련된 글들이 몇개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곳을 찾는 우리나라 관광객들은 (적어도 아직까지는) 별로 없다.
아, 자동차를 가지고 유럽을 여행하는 경우 주차문제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은데, 뮐하우젠이라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전혀 없다. 도시의 관문이 되는 "프라우엔토아(Frauentor)" 바로 앞에 이렇게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니 말이다. 물론 유료인데, 30분에 50센트쯤 했던 갓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이곳에 주차시켜 놓고 성안으로 들어가 천천히 걸으며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 뮐하우젠을 즐기면 된다. 물론 성안에도 주차장이 몇곳이 있기는 하지만, 자리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더욱이 성안의 대부분의 길들이 보행자전용으로 되어 있어서, 만일에 성안으로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갔다가는 자동차가 애물단지로 변해버리기 십상이다. 그러하니 아래 사진 속에 보는 것과 같은 지도 하나 들고, 천천히 걸으며 도시의 풍광을 즐겨 볼 것을 권한다.
뮐하우젠. 공식문서에 도시의 이름이 최초로 언급된 것이 967년이니, 적어도 12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옛도시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런 고도(古都)를 둘러보는 여행객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는 시간에 쫓기지 말고, 도보로 천천히 걸으며, 옛날의 모습을 추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