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도시들 중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들은 거의 예외없이 시청사(Rathaus) 자체가 볼거리로 꼽힌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시청사가 지어질 당시에는 시청사가 세속 건물로는 그 도시에서 가장 그럴싸하게 지어지기 마련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거기에 역사성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는 뮐하우젠(Mühlhausen) 또한 예외가 아니다. 하여 뮐하우젠 시청사를 찾아 나게 되었다. 뮐하우젠 시청사는 아래 지도에서 보듯이 도시의 한복판, 그것도 정확히 신도시와 구도시의 경계지점에 있다. 그리고 이때문인지는 몰라도 뮐하우젠의 시청사에 대해서는 시청사가 도시 통합의 상징이라는 설명이 행해지고 있다.
시청사의 모습인데, 두개의 건물 사이에 단 한치의 공간도 없이 꽉 들어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가 신도시와 구도시의 접점이라는 이야기가 되는데, 오른쪽과 왼쪽 중 어느 쪽이 신도시이고, 어느쪽이 구도시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바하가 오르간 주자로 활약했던 성 블라지우스교회(St. Blasiuskirche)와 코른마르크트교회( Kornmarktkirche)가 있는 왼쪽이 구도시라는 느낌이 조금 더 강하기는 하다. 그러나 오른쪽에는 뮐하우젠의 상징이 되는 성 마리엔교회(St. Marienkirche)가 있어서...
뮐하우젠 시청사(Rathaus)
시청사의 입구. 좋게 이야기하면 예스러움이 있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약간의 촌스러움이 있는 색상의 조화가 특징적이다.
입구 오른쪽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 그에 따르면 시청사가 처음 지어진 것은 1270/80년이고, 화재를 입은 후인 1330년에 윗층이 새로이 축조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건물의 역사는 900년을 훌쩍 뛰어 넘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편 안내판은 '역사적 의미를 갖는(historisch)' 시청사를 강조하고 있는데, 그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이야기 하겠다.
뮐하우젠 시청사를 소개하는 사이트는 이 건물이 고딕양식과 르네상스양식이 결합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던데, 솔직히 건축양식에 문외한이다보니 이들 양식이 어떤 곳에 어떻게 접목되어 있는지는 알길이 없다.
시청사안으로 들어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것은 벽에 붙어 있는 이것이었다. 왼쪽의 메르제부르크(Merseburg)와 오른쪽의 마그데부르크(Magdeburg)는 작센-안할트(Sachsen-Anhalt)주의 도시들이고, 아랫쪽의 에어푸르트(Erfurtfdf)는 튀링엔주의 도시인데... 이들 도시들이 모두 한때는 작센의 깃발 아래 있었음을 나타내고자 하는 것인가? 재미있는 것은 정작 뮐하우젠은 저 그림 속에 없다는 것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유리창의 모습인데, 마치 성당에라도 들어와 있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2층에 올라 '역사적' 공간을 찾아 왔다고 말하니, 안내원이 두말하지 않고 앞에 선다. 나 또한 아무런 말없이 그를 따라 갔는데, 그가 보여준 첫번째 방이 이곳 라트하우스할레(Rathaushalle)이다. Rathaushalle는 Rathaus(시청) + Halle(홀)의 합성어인데, 영어로는 The representative assembly hall로 표기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말로는 시의회홀 정도로 표현하면 될 것 같다.
시의회홀(Rathaushalle)
시의회홀 전면에 또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는데, 그 문 왼쪽으로 아래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은 그림 한 점이 걸려있다. 화면 한가운데에는 한 사람이 역동적인 제스츄어를 하며 서 있고, 그 뒤의 벽에 여러 사람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그림의 제목은 "토마스 뮌처가 상설평의회를 설치하다(Thomas Müntzer setzt den ewigen Rat ein)"으로 1960년도 작품이다. 화가는 Pitthan인데, 독일사이트까지 모두 뒤져봤지만 검색이 되지 않는다. 하여 작가에 대한 소개는 하지 못한다.
위에서 보려 준 그림을 잘 봐두라는 설명을 남기고, 안내하시는 분이 그림 오른쪽의 방문을 여셨다. 오호, 세월의 흐름을 단번에 느낄 수 있는 멋드러진 방이 눈에 들어온다. 방 한가운데 드리워진 샹들리에가 방안의 풍경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한쪽 벽면에 이방의 역사를 알려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에 따르면 이 방은1370년에 지어졌고, 1460년과 1571-72년에 벽화 등이 그려졌고, 1913-14년에 보수 및 복원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방의 왼쪽 벽면에서 이 벽화를 발견했다. 앞에서 보여준 그림에서 토마스 뮌처 뒷편의 벽에 그려져 있던 모습인데, 이를 보는 순간 비로소 퍼즐이 맞춰진 느낌을 받았다. 안내하시는 분이 왜 그 그림을 잘 봐두라고 하셨는지도 이해가 되고.
아, 이방의 이름은 라트스투베(Ratstube)인데 이 또한 번역이 여의치 않다. 영어로는 The Council Chamber로 표현되어 있던데, 굳이 번역하자면 '평의회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 표현이야 어찌 되었던간에 무언가 중요한 결정들이 행해진 방이라는 것만은 확실한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