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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Feb 01. 2024

역사와 풍광의 콜라보레이션 "서천(舒川)" 주유기

Chapter 9. 마량리(麻梁里) 그 3, 동백나무 숲과 동백정.

불과 7-8년 전에만 해도 마량리에는 이번에 포스팅하는 동백나무 숲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볼거리가 별로 없었다. 그깟 동백나무 숲이 뭐 그리 볼거리가 되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동백나무는 주로 남쪽 바닷가에서 많이 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즉, 서해 그것도 중부지방에 동백나무가 자생하는 동백나무 숲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의 주의를 끌만 하다는 이야기다. 그에 더하여 지금처럼 동백나무 숲이 형성되게 된 것에 관하여 (조금은 전설 같은) 스토리가 전해 내려온다면 더욱더 주의를 끌 만하다. 때문에 예전에는 마량리...라고 하면 그건 곧 동백나무숲과 동의어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런데 2013년부터 앞에서 이야기한 한국 최초 성경전래지 기념관, 기념공원, 고증벽화 그리고 아펜젤러 순직 기념관이 연달아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그것들이 더 유명해지면서 마량리 동백나무 숲은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갔다. 그러다 보니 동백나무 숲 이야기도 마량리에 관한 3번째 글이자 마지막 글인 이번 포스팅에서야 비로소 다루게 된 것이고.  


동백나무 숲으로 가는 길은 이미 앞선 포스팅에서 대충 보여준 바 있는데, 사실상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은 여의치 않다. 그러하니 자동차를 가지고 네비에 동백나무 숲이라고 찍고 찾아가면 될 일이다. 아,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네비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라는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네비가 인도하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이 길이 도대체 바닷가의 동백나무 숲으로 가는 길이 맞나?라는 의문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곳을 찾아가 보면 네비는 우리를 연이어서 공장지대, 그것도 무언가 대형 플랜트 공사가 한창인 곳으로 인도한다. 심지어 어느 공장 안의 길 같은 곳으로도 인도를 한다. 이것이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실제로 네비를 따라가다 보면 연이어서 이런 장면과 마주치게 될 것이고, 아마 그때서야 비로소 지금의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때, 이 길이 바닷가의 동백나무 숲으로 가는 길 같아 보이는가?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담벼락이 설치되어 있고, 그곳에는 한국중부발전이란 글씨가 이리도 크게 쓰여 있는데 말이다.  

사실 이런 광경을 마주치게 되면 도대체 내가 이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도 되는 것인지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그러나 바라건대, 네비를 믿고 나아가기를. 그러면 마침내 동백나무숲에 이를 수 있으니 말이다.

동백나무 숲으로 가는 입구의 매표소, 입구에서 절벽을 따라 경사가 심한 곳을 통해 동백정으로 가는 길 그리고 입구를 지나쳐 동백나무 숲으로 가는 길의 벽에 붙어 있던 사진 몇 점 등등을 틀림없이 찍었는데, 이 글을 쓰려고 찾아보니 어찌 된 일인지 사진기 속에 그들 사진이 남아 있지 않다. 해서 마량리 동백나무 숲과 관련하여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사진은 동백나무들이 우거진 숲사이로 나 있는 잘 만들어진 돌계단이다. 다만 때가 때인지라 동백꽃은 보이지 않는다.

위 사진 속 동백나무 숲 사이로 난 계단을 따라 오르면, 정상(이랄 것까지는 없지만, 어쨌든 제일 높은 곳) 부분에서 멋들어진 정자를 만날 수 있는데, 바로 동백정(冬柏亭)이다.

동백정 앞에 동백나무 숲과 숲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에 관한 상세한 설명이 담긴 안내판이 세워져 있으니, 꼭 한번 읽어 보기를 권한다. 500년 이상이 된 동백나무 85그루가 자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이어서 동백나무 숲이 생기게 된 전설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전설 같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마량진 수군 첨사가 꿈에서 바다에 붉은 꽃이 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 꽃을 가져다 잘 가꾸면 어부들의 안전과 마을의 번창을 가져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붉은 꽃을 건져 심은 결과 동백나무 숲이 되었다.  

정자를 뒤로 하고 바라본 마량진 바다... 눈앞에 보이는 저 섬(오력도)에도 무슨 전설이  깃들어 있다고 들었는데 통 기억이 없다. 그러고 보니 마량리 동백나무 숲에 관하여 쓰고는 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백정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직접 정자에 오를 수도 있다. 신발을 벗지 않고서도 말이다. 사실 난 이런 곳은 신발을 벗고 오르고, 바닥에 털퍼덕 주저앉거나 아예 등 깔고 드러눕고 싶은데...

사람들이 없는 장면, 그래 온전히 정자와 바다만 바라보이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그런데 한 팀이 앉아 있다 일어서면 또 다른 팀이 올라오는 일이 반복되어서 내 소망은 실현될 수가 없었고, 결국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있는 상태로 사진을 찍었다. 잠시 다른 사람들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곧바로 버렸다. 이 경치 좋은 정자에 올라왔는데, 환상적인 바다 풍경을 바라보면서 솔솔 부는 바람을 느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야 인지상정이란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정자 안쪽에도 동백정이라고 적힌 현판(?)이 있는데, 글씨체는 바깥의 것과는 다르다.    

온전히 바다와 정자를 담을 수 없는 상황에서 위 사진 속 사람들이 일어나면서 가운데에 자리 하나가 났다. 해서 나도 냉큼 자리를 차지하고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지친 몸을 달래는 시간을 가졌고, 다른 분에게 부탁해서 사진을 하나 남겼다.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낙조... 그 어디에서도 다 멋있다. 그런데 동백정에서 바라다보는 낙조는 예전부터 특히 유명했는데, 과연 명불허전이다.   

동백나무 숲에서 나와 다시 공장지대 한가운데를 관통해서 이제 한국 최초 성경전래지 기념관을 향해 가는 길, "마량진 동백정 마을"이란 글씨가 한눈에 들어와. 사진을 자세히 보니 이곳에서 왼쪽으로 가면 한국 최초 성경전래지 기념관과 마량포구가, 오른쪽으로 가면 아펜젤러 순직 기념관이 나오게 되어 있다.

누가 보아도 말이다. 마량리 동백나무 숲과 바다, 그리고 발전소는 서로 어울리는 모습이 아니다. 이런 광경은 개발논리에 밀려 동백해수욕장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발전소가 들어서는 바람에 생기게 된 것인데, 2020년 7월에 발전소 측이 전향적으로 생각을 해서 사라졌던 동백 해수욕장을 복원하겠다는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고 한다. 발전... 이것도 놓칠 수 없는 중요가치이고, 바다와 환경이 주는 즐거움... 이 또한 버릴 수 없는 가치인데, 양자가 조화롭게 달성될 수 있는 방향으로 협력해서 선을 이루기를 바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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