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는 자신의 고향 아이스레벤을 늘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1546년에서야 비로소 아이스레벤을 찾는다. 그가 1546년에 (늘상 그리워하면서도 찾지 않았던) 아이스레벤을 찾게 된 것은 오랫동안 서로 적대적 관계에 있던 만스펠트(Mansfeld)의 백작들이 그에게 중재를 요구해 왔고, 이에 그가 이 지역에 평화를 정착시켜야 하겠다는 의무감을 갖게 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1546년 1월 23일에 아이스레벤으로의 여행길에 오르는데, 이것이 그의 마지막 여행이 될 것이라는 것을 뉘 알았을까?
사실 이미 63살이 된 루터는 자신이 늙고 병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심지어 아이스레벤으로의 여행길에 오르기 직전에는 이미 심장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런데 앞서 말한 사명감에 아내에게 조차 이 사실을 숨기고 길을 떠났다가 불귀의 객이 되고 만것이다. 이런 내용은 "루터 죽음의 집(Luthers Sterbhaus)"에 있는 아래 사진 속의 전시물에 자세히 적혀있다.
자, 그럼 루터가 죽음을 맞이한 곳인 '루터 죽음의 집'을 찾아가 보기로 하겠다. 루터 죽음의 집은 그가 마지막 설교를 했던 성 안드레아교회(St. Andreaskirche)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루터 죽음의 집(Luthers Sterbhaus)
입구 위쪽 벽에 "이 집에서 마틴 루터 박사(Dr. Martin Luther)가 1546년 2월 18일에 사망했다"라고 쓰여 있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루터는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비텐베르크(Wittenberg)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했었다.
위에서 보여준 입구로 들어서면 이렇게 안 마당이 나오고, 그 오른쪽에 루터 죽음의 집이라고 불리는 박물관이 있다.
아, 그런데말이다. 지금 박물관이 들어서 있는 건물은 1726년 이래 '루터 죽음의 집'이라고 알려져 왔는데, 사실은 프로이센이 19세기 후반에 이 건물을 매입해서 루터기념장소로 꾸민 것이다. 그럼 정말로 루터가 사망한 집은 어디냐구? 그건 am Markt 56번지에 있었다고 하는데, 이미 16세기에 훼철되어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지금 박물관이 있는 곳은 당연히 지번을 전혀 달리하는데, 안드레아교회 광장 7번지... 이것이 지금 박물관의 주소이다.
재미있는 것은 루터 죽음의 집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한글로 이렇게 크게 "어서오세요"라고 쓰여 있다는 것이다. 영어, 프랑스어, 일본어는 작은 글씨로도 쓰여져 있지 않은데 말이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곳 아이스레벤, 그 중에서도 루터 죽음의 집을 그만큼 많이 찾고 있다는 것에 대한 움직일 수 없는 증좌라고 할 것이다. 아마도 성지순례, 특히 개신교도들이 루터의 삶의 흔적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이 곳을 많이 찾았던 것 같다.
박물관 입구에 서 있는 입간판. "종교개혁가의 죽음"이이라고 적혀 있는 커다란 글씨가 눈에 들어 온다.
이곳이 입장권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곳인데, 뒷편 벽에 사제복을 입은 루터의 모습이 보인다.
박물관은 루터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다음과 같은 순서로 전시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가지고 조금씩 몰입하게끔 만드는 전시방법을 택하고 있는데,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이 든다. 먼저 '루터의 마지막 여행'이란 제목 아래 1546년 1월 23일에 비텐베르크(Wittenberg)를 떠난 루터가 어떤 도시들을 거쳐 아이스레벤에 이르게 되는지를 보여준 다음에,
그리고는 '루터의 마지막 날'을 이야기 한다. 벽면엔 감사, 구원, 은혜, 위로, 확신 등의 단어가 쓰여져 있는데... 루터의 삶을 생각하면 어렴풋이 이해가 되는 단어들이긴 한데,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에 이어서 이번에는 '루터의 마지막 시간'을 이아기하고 있는데,
직접적 사인은 역시 루터를 괴롭혀 왔던 심장 때문이었다.
그런데 루터가 비텐베르크(Wittenberg)의 집에서 여행을 떠난지 몇일 지나지 않은 2월 1일에 멜란히톤(Phillip Melanchthon, 1497~1560)과 아내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이미 루터가 심장 문제로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었음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결국 루터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위 사진 속의 방 옆에 이런 침대가 놓여 있기는 했는데,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이곳에서 루터가 숨을 거두었다"라는 설명은 보지 못했어. 허긴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곳이 실제로루터에게 죽음이 찾아왓던 곳은 아니기는 하다.
루터가 죽기 하루 전인 2월 17일에 "나는 아이스레벤에서 태어나 세례를 받았다. 내가 이곳에서 머물러야 한다면... 어쩌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글쎄, 이를 두고 루터가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예견하고 있었다고 한다면 조금 지나친 추측인가?
루터의 죽음을 두고 사람들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특히 루터가 죽은 다음 날인 2월 19일에 "이스라엘을 이끌고 가던 이가 죽었다"라고 말했다는 멜란히톤의 말이 루터의 죽음의 의미를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