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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Oct 20. 2023

헨델(Händel)의 도시 할레(Halle)

그 4 - 오랜 역사가 흐르는 "마르크트교회(Marktkirche)"

예로부터 또 지금까지 할레 사람들의 삶의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는 마르크트플라츠(Marktplatz, 시장광장) 한편에 멋들어진 높은 첨탑을 가진 교회가 하나 보이는데, 이것이 오늘 이야기하는 "마르크트교회(Marktkirche)"이다. Marktkirche는 Markt(시장) + Kirche(교회)로 이루어진 단어이니  우리말로 하면 '시장교회'가 되는데, 시장교회라고 부르자니 독일 냄새도 안 나고 품격도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글에서는 마르크트교회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마르크트교회는 높은 첨탑을 가진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의 교회이다. 마르크트교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교회 앞에 시장이 서있다. 그런데 마르크트교회가 유명세를 얻게 된 것은 단순히 그런 외관 때문이 아니고,  오랜 역사와 그 속에 녹아있는 인물과 사건들 때문이다. 예컨대  마르크트교회의 오르간은 바하(Johann Sebastian Bach, 1685~1750)가 감정을 했고, 그의 아들 빌헬름 프리드리히 바하(Wilhelm Friedrich Bach)가 1746년부터 1764년까지 18년간 이 교회의 오르가니스트로 활약했다. 또한 루터(Martin Luther, 1483~1546)는 3번씩이나 이 교회를 찾아와 설교를 했으며, 헨델(Georg Friedrich Händel, 1685~1759)이 이곳에서 침례(세례)를 받기도 했던 역사를 갖고 있다.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지금 우리가 보는 마르크트교회는 그 이전부터 이곳에 존재하던 두 개의 교회를 합쳐서 신축한 교회이다. 그러다 보니 교회의 규모가 다른 여타 교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당히 크며, 그 때문에 어디서 교회를 바라보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보통 관광객들의 사진첩에 가장 많이 담겨있는 것은 마르크트플라츠 쪽에서 바라본 이런 모습인데, 두 개의 첨탑 뒤로 또 두 개의 첨탑이 높이 솟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 사진에서 보듯이 앞쪽의 두 개의 탑은 상층부가 브릿지로 연결되어 있고, 그곳에 올라가 볼 수도 있다. 

이것은 마르크트 교회 뒤쪽의 골목으로 들어와서 잡은 교회의 모습인데, 앞에서 보여 준 사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마르크트교회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진은 헨델의 집에서 마르크트교회를 향해 걸어가면서 찍은 사진인데, 4개의 첨탑이 잘 보일 뿐만 아니라 마르크트교회의 규모(특히 길이)를 실감하게 해 준다. 

다시 마르크트플라츠로 나와 붉은 탑(Roter Turm)과 마르크트교회를 하나의 사진에 담아보면 이런 모습이 된다.

자, 이제는 교회 안으로 들어가 교회 내부의 모습을 보여 주도록 하겠다. 먼저 교회의 후면에서 중앙의 제단을 바라본 모습인데, 가장 특징적인 것은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인데 의자가 너무 현대적이라는 것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가 이렇게 각자 따로 앉게 되어 있는 의자를 갖고 있는 경우는 단언컨대 그리 흔하지 않은데, 아마도 최근에 내부를 손본 듯하다.

아, 의자와 관련하여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이 있는데, 바로 의자의 배치방향이다. 보통 교회의 의자는 전면의 중앙제단을 향해 놓여 있기 마련인데, 마르크트교회의 경우에는 중간 부분의 의자들이 목사님이 설교를 하시는 강단을 향해 놓여 있다. 

아래 사진은 2011년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인데, 당시에는 의자들이 모두 전면의 중앙제단을 향해 놓여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보급형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DSLR로 찍었는데도 지금의 사진과 비교해  보면 화질이 확 떨어진다는...

역사가 있는 교회의 경우 보통 중간 부분의 오른쪽 기둥 위쪽에 목사님들이 설교를 하시는 강단이 마련되어 있기 마련인데, 마르크트교회의 경우 그 자리를 엄청나게 화려하고 장식적 요소가 많이 강한 조형물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막상 강단은 그 조형물 밑에 이렇게 조촐하게(?) 마련되어 있다. 

목사니이 설교하시는 강단을 지나 앞으로 좀 걸어가서 바라본 중앙 제단의 모습이다.   

위 사진의 뒤쪽에 보이는 세례반만 따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다시 중앙 제단 쪽으로 조금 더 걸어 나와 교회의 전면을 찍은 것인데, 제단 위쪽에 자그마한 오르간이 보이;ㄴ다. 라이헬(Georg Reichel)이란 오르간 마이스터가 1664년에 제작한 오르간인데, 당신의 작품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오르간으로는 이것이 유일하다고 한다. 아, 교회 측에서는 이 오르간을 공식적으로 (교회 후면에 있는 커다란 오르간과 구분해서) '작은 오르간(Die kleine Orgel)'이라고 부르고 있다. 

제단화만 따로 사진을 찍어 놓은 다음

이번엔 제단을 뒤로하고 교회의 후면을 바라보았다. 뒤편 2층에 오르간이 보이는데, 중앙의 제단 위쪽에 있는 작은 오르간과 구분하여 '큰 오르간(Die große Orgel)'이라고 불리는 오르간이다.

큰 오르간만 따로 사진에 담아 보았는데, 큰 오르간은 원래 쿤티우스(Christoph Cuntius)라는 오르간 마이스터가 제작한 것으로 바하가 감정을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오르간은 1984년에 슈케(Schuke)라는 오르간 제작회사가 만든 것이라고. 어쩐지... 너무 반짝반짝하기는 하더라니.

큰 오르간 밑으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상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교회의 측면으로 목사님이 설교하는 강단을 바라보게 되어 있다. 의자 뒤편으로 성가대석(?)으로 보이는 자리가 보인다. 

마르크트 교회의 측면을 바라보고 있자니 거의 모든 교회가 측면에 스테인드글라스를 갖고 있는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스테인드글라스를 보면서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이리도 밋밋하기 짝이 없는 유리창을 보니 교회의 측면에는 스테인드글라스가 필수 아이템이라는 생각이 또렷해진다. 

월요일 오후 5시에 평화를 간구하는 기도모임이 있음을 알리는 입간판..

교회 뒤편에 "교회의 유지 보수에 소요되는 비용에 충당하기 위한 기부금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고 써놓았던데, 과감히 패스했다. 우리나라의 전통 사찰이나 기타 문화재 등에도 기부를 안 하는데, 다른 나라에 와서 기부를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못 찾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르크트교회의 안내책자, 특히 방문객이 가지고 나올 수 있는 안내책자는 따로 없었다. 대신 교회의 역사와 내부에서 주목해 보아야 할 것들에 관한 내용이 빼곡히 적힌 것을 (코팅을 해서) 원하는 방문객에게 내어 주는데, 그렇게 내어주는 것 위에는 붉은 글씨로 "교회 재산이니 가져가지 마십시오"라고 써놓았다. 그러니까 교회를 구경할 때 들고 다니다가 나올 때 반납하라는 얘기가 되는 것인데, 내가 집어든 것은 독일어로 쓰인 것이다. 영어 등 다른 언어로 쓰인 것도 있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마르크트교회는 동쪽과 서쪽에 각각 2개씩의, 그것도 모습을 전혀 달리하는 첨탑을 가지고 있다.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별생각 없이 그저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교회를 둘러보고 나오다가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길거리 전시회와 만나게 됐다. 그중의 핵심은 이것인데... 

먼저 오른쪽에는 "어찌하여 마르크트교회는 4개의 첨탑을 가지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이 쓰여 있고, 왼쪽에는 "1500년에는 마르크트플라츠에는 두 개의 교회가 있었다는 것을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통해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옛날에는 동쪽(마르크트플라츠 쪽)에 2개의 첨탑을 가진 성 마리엔교회(St. Marienkirche)가 있었고, 그 옆에 그와 마주 보며 역시 2개의 첨탑을 가진 성  게트루덴교회(St. Getrudenkirche)가 있었다. 그러다가 1529년부터 1554년까지의 공사를 통해 두 개의 교회가 합쳐진  지금의 마르크트교회가 생겨났다. 그리고 이것이 마르크트교회가 지금처럼 4개의 첨탑을 갖게 된 이유이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왼쪽 전시물에 두 개의 교회가 독립해서 존재하던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림을 그려 놓았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마르크트플라츠를 찾아 먼저 붉은 탑과 헨델동상을 보고 난 다음에 마르크트교회를 찾는 루트를 택하는데, 때문에 그들의 사진첩에는 마르크트플라츠에서(동쪽에서) 바라본 마르크트교회의 모습이 담겨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마르크트교회가 원래는 두 개의 교회였다가 합쳐져 지금과 같이 하나의 교회가 된 것을 생각하면 반대쪽(서쪽)에서 교회를 바라볼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반대편 쪽으로 가보았더니, 반대편 쪽의 교회입구 앞에 용들이 서로 몸을 꼬고 있는 조형물이 있다. 

이쪽에도 (그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커다란 광장이 있다. 그리고 그 광장 중앙으로 가서 마르크트교회를 바라보면, 마르크트플라츠 쪽에서 바라본 마르크트교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의 마르크트교회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광장 중앙에 이런저런 조각들로 둘러싸인 분수가 있는데, 분수와 마르크트교회를 함께 사진에 담아 보았다. 

더운 여름날. 새들도 물이 그리운지 이곳 분수에 새들이 몰려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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