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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달음의 샘물 Oct 23. 2023

헨델(Händel)의 도시 할레(Halle)

그 6 - 할레-비텐베르크대학(Halle-Wittenberg Uni.)


외국 대학들의 경우 대학의 설립자 또는 그 도시를 빛낸 인물들의 이름을 따서 대학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특히 독일은 거의 모든 대학이 국립대학인 관계로 그러한 경향이 상당히 짙다. 예컨대 할레-비텐베르크  대학(Martin-Luther-Universität Halle-Wittenberg)은 1517년에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는 95개 조의 반박문을 내걸어 종교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어 올린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 1483~1546)의 이름을 따서 마틴 루터대학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 아, 할레-비텐베르크 대학은 1502년에 세워진 비텐베르크 대학과 1694년에 세워진 할레 대학이 1817년에 합쳐지면서 설립되었는데, 마틴 루터 대학이라는 지금의 이름은 1933년 11월 10일에 붙여졌다고 한다. 마틴 루터대학의 공식 로고는 이런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직업의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외국 여행 중에도 시간이 허락하면 대학을 찾아가 보곤 하는데, 할레에 앞서 이야기한 할레 대학(할레 비텐베르크 대학 할레 캠퍼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디어 할레 대학을 찾아 나섰다. 헨델의 집을 둘러본 후 지도를 보며 걷기 시작한 지 10여분쯤 되었을까. 사진 속에서 많이 보았던 건물, 그래 "사자건물(Löwwngebäude)"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할레 대학 본관 건물이 저 멀리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후 사자건물 앞에 섰는데, 사자건물로 오르는 계단에 무언가가 그려져 있다. 

더 가까이 다가가 보니 마틴 루터대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루터가 걸터앉아 학생들에게 강의하는 모습을 계단에 그려 놓았다. 

여행길에서 여간해서는 내 사진을 남기는 짓을 거의 안 하는데, 공연히 객기가 발동하여 루터 옆에 앉아 사진을 한 장 남겨 보았다. 물론 후회하고 있고.

사자건물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이유를 잘 보여주는 사자상이 건무로 들어가는 입구 양옆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데, 왼쪽의 사자만 사진기에 담아 보았다. 

사자건물의 안내판인데, 사자건물이 단순한 애칭이 아니라 공식적인 명칭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어쨌거나 안내판에 따르면 0층(우리식으로 말하면 1층)에 학생서비스센터와 학적계 등이 있고, 1층에 강당이라고 불러도 좋을 대형강의실(Aula) 등이 있으며, 강의실은 3층에 있다. 

1층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말로만 듣던 법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마지우스(Christian Thomasius, 1655~1728)를 만났다. 라이프치히 대학 교수였던 아버지를 통해 휴고 그로티우스(Hugo Grotius, 1583~1645)와 사무엘 푸펜도로프(Samuel Pufendorf, 1632~1694)의 정치철학에 영향을 받은 그는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Oder)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교수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러나 신학과 법학에서 전통적인 견해에 대한 과감한 공격을 펼치고(중혼 허용 등), 라틴어 대신 독일어로 강의를 하다가 1690년 5월 설교와 저작을 금지당한다. 이어 자신에 대한 체포명령이 떨어지자  베를린으로 탈출하는데, 프리드리히 선제후는 그에게 할레에 피난처를 제공했다. 할레에서 그는 할레대학의 설립을 도왔고, 1710년에는 대학의 총장에 오르게 된다.   

아, 토마지우스가 다닌 프랑크푸르트 대학은 우리의 국적기가 취항하는 '마인(Main)江가에 있는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Main) 대학이 아니라 독일 북동쪽을 흐르는 '오데르(Oder)江가에 있는 프랑크푸르트(Frankfurt am Oder) 대학이다.


토마지우스 동상을 뒤로하고 1층의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보다시피 기운데가 시원하게 뻥 뚫려 있다. 

1층의 안내판. 제일 위에 쓰여있는 Kustodie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사전에도 안 나와 있는데, 다만 Kustodie 밑에 작은 글씨로 대학박물관(Museum universität)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보면, Kustodie가 대학박물관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1층에서 2층을 바라보니 전면에 많은 벽화들이 보인다. 

하여 2층에 올랐더니, 거의 미술관을 방불케 할 만큼 벽에 그림들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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