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역사의 대학 도시 "마부르크(Marburg)"

그 1 - 구 대학(Alte Universität)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by 깨달음의 샘물

마부르크를 소개하는 각종 책자와 사이트들은 거의 예외 없이 '600년 역사의 대학도시'를 운운하면서 마부르크 이야기를 시작한다. 심지어 마부르크를 찾아가 보려 한다는 내 말을 들은 (마부르크에서 유학했던) 내 대학동기 입에서도 똑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그래서 알아보니 이 지역을 다스렸던 방백(方伯, Landgraf)이 지금으로부터 약 600년 전인 1527년에 마부르크 대학을 설립했던데, 마부르크 대학을 설립한 필립 1세(Philipp, 1504~1567)의 모습은 이러하다. 아, 방백은 백작(Graf)과 공작(Herzog)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작위이다.

어쨌거나 마부르크대학은 설립자의 이름을 따서 마부르크 필립대학(Philipps-Universität Marburg)을 대학의 공식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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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당시에 신고딕양식으로 지어진 마부르크대학 건물은 도미니쿠스 수도원의 기초 위에 지어진 것으로, 1291년에 지어진 수도원교회(Klosterkirche)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 대학건축의 장인 섀퍼(Carl Schäfer)의 구상에 따라서 1873년에서 1879년에 걸쳐 세미나와 강의실로 이루어진 서쪽날개에 해당하는 건물이 지어졌고, 1887년부터 1891년에 걸쳐 강당(Aula) 건물이 지어졌다. 그리고 오늘날은 이렇게 이루어진 건물을 구 대학(Die Alte Universität)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그러니까 약 130년 전에는 우리가 오늘날 보게 되는 구 대학건물의 모습이 갖춰졌던 것이다. 구 대학건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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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속의 왼쪽 길을 따라 조금 걸어 올라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이런 모습과 마주치게 되는데, 사진 왼쪽에 보이는 학생들 뒤쪽의 벽만 조금 보이는 건물이 대학교회(Universitätskirche)이다. 옛날 영화 속에서나 볼 것 같은 건물이 이렇게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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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대학을 소개하고 있는 독일 사이트는 여러 방향에서 바라본 구 대학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 이것이 남쪽에서 바라본 구 대학의 모습이다.

한편 왼쪽의 사진은 동쪽에서 바라본 구 대학의 모습이고, 오른쪽의 사진은 마부르크를 흘러가는 란(Lahn) 강 위에 걸린 바이덴호이저(Weidenhäuser)라는 이름의 다리 너머로 보이는 구 대학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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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대학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 벽에 내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내용이 담긴 안내판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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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마부르크 대학은 재학생 수만 해도 2만 명이 훌쩍 넘는 대형 대학으로, 독일의 대부분의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도시 곳곳에 대학 건물들이 산재해 있다. 한편 그들 대학 건물들의 벽에는 숫자가 쓰여 있는데, 그렇다면 그 역사로 보나 상징성으로 보나 01이라는 숫자가 붙어 마땅한 건물은 의심할 여지없이 구 대학 건물이 된다.

아, 마부르크 대학은 독일에서 개신교회가 건립한 최초의 대학이라고 하는데, 그를 반영한 듯 현재 구 대학건물은 개신교 신학을 강의하고 연구하는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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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대학 건물 안으로 들어갔을 때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대학 초창기의 대학 교수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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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옆으로 마부르크 대학의 이름을 빛낸 교수들에 대한 자세한 소개가 되어 있는데, 내가 아는 사람으로는 오늘날까지도 독일의 정치철학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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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대학 내부의 모습인데, 한마디로 멋있다. 오늘날 우리네 대학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역사를 느낄 수 있고, 세월이 어깨 위로 켜켜이 쌓이는 듯한 느낌도 들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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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이 있는 층의 복도는 또 어떻고? 마치 수도원 속으로 기어들어 오기라도 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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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기둥은 아날로그 감성을 뿜어내고 있는 학과사무실의 게시판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1980년에 대학의 문에 들어섰던 나에게는 정말로 정답기 그지없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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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참에 걸려 있는 것은 마부르크 대학의 휘장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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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문장 속에 비슷해 보이는 단어들이(Lüftung, Umluft, Umluftverfahren) 연속되어 정확한 번역이 힘든 안내문(경고문)이 창가 쪽에 붙어 있었는데, "환기를 하기는 하는데 외부에서 유입되는 신선한 공기가 30%, 기존공기의 재유입이 70%. 때문에 자신과 타인의 보호를 위하여 마스크를 작용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는 정도의 뜻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구 대학 건물에 들어섰을 당시에 나에게는 마스크가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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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서둘러 건물을 빠져나와 대학교회로 향했다. 전면의 제단을 보며 사진을 한 장 남겼는데, 대형 파이프 오르간이 중앙의 제단 뒤쪽에 있는 것이 독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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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은 아주 소박하고 심플한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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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단 앞에 서서 바라본 대학교회의 뒷면인데, 파이프 오르간이 없는 뒷면의 모습이 많이 어색하고 또 안쓰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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