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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전면개방과 함께 탄생한 "초소책방 더숲"

성공적 리모델링의 표본을 넘어 창조의 세계로...

by 깨달음의 샘물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우리의 서울처럼 한 나라의 수도 한가운데를 한강처럼 커다란 강이 관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그에 더하여 그런 강을 가진 수도가 산세가 수려한 명산들로 뒤덮여 있는 경우는 단언컨대 우리의 서울을 제외하면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수도 서울을 감싸안은 산들 가운데 서울의 주산(主山)은 북악산(北岳山)인데, 북악산은 좌청룡과 우백호를 거느리고 있다. 그리고 낙산(駱山)이 좌청룡, 인왕산(仁王山)이 우백호에 해당한다. 이처럼 옛부터 인왕산은 수도 서울의 진산(鎭山)이었건만, 안타깝게도 오랫동안 서울시민들은 인왕산을 마음대로 오를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1968년 북한의 무장간첩들이 청와대를 습격한 사건 이후에 보안상의 문제로 출입이 통제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인데, 그때부터 아이러니하게도 시민들의 발길이 끊어진 인왕산 곳곳엔 군인과 경찰의 초소가 들어서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이렇게 말이다. 아, 아래 사진은 옛날 경찰이 운영하던 인왕CP의 모습이다.

그런데 그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의 머리에서 인왕산은 점차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인왕산 정기받아~~로 시작되는 교가를 가진 학교를 다닌 나조차도 그러했으니, 다른 분들이야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1993년에 인왕산이 우리에게 돌아왔다. 다만 전면 개방까지는 또 세월이 흘러야 했고, 마침내 2018년에 이르러서야 인왕산은 온전히 자신의 자태를 우리에게 드러냈다. 이렇게...

출입통제가 사라지면서 더 이상 그 존재가치를 찾을 수 없게 된 경찰과 군인들의 초소나 휴게소였던 건물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예전같으면 모두 다 뚜드려 부숴버렸을런지도 모르겠다만, 세상이 바뀌면서 이들 초소나 휴게소였던 건물들의 처리방법이 달라졌다. 서울시와 종로구가 의기투합해서 그들 건물을 리모델링한 끝에 멋진 카페로 또 독서공간으로 만들어 냈는데, 오늘 이야기하는 인왕산 "초소책방 더숲"은 그렇게 탄생했다. 아, "초소책방 더숲"은 앞에서 보여준 '인왕 CP'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기능만을 강조한 나머지 흉물스럽기 그지없던 인왕 CP가 이렇게 바뀌었다니, 이것은 리모델링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가히 창조하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렇게 훌륭하게 변신을 한 "초소책방 더숲"은 그런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 2020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그리고 같은 해 서울특별시 건축상을 받게 된다.

아, 구 인왕CP가 독서카페 "초소책방 더숲"으로 변신해가는 과정에 대하여는 카페 앞에 옛날 사진과 함께 간단하게나마 입간판의 형식을 빌어 설명을 하고 있다.

이것 뿐만 아니라 카페 여기저기에 이 곳이 옛 인왕 CP였음을 보여주는 것들을 그대로 남겨 놓았는데, 앞으로는 이런 구조물이 다시는 들어설 필요가 없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그렇게 표출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래 사진에 대한 설명은 필요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생략하는 것으로 하겠다.

아, 이것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기존의 인왕 CP의 난방을 위한 기름탱크이다.

그럼 이제부터 "초소책방 더숲"을 둘러 보기로 하겠다. 리모델링 작업을 하신 분들께는 매우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사실 "초소책방 더숲"의 내부는 이렇다할 특징이 없다. 아, 잘들 알고 있겠지만, 이말은 초소책방 더숲의 내부가 볼품없다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단지 이 곳만이 갖고 있는 유니크함, 인왕을 한 눈에 느껴볼 수 있는 그 무엇이 외부보다 떨어진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2층 테라스. 서울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목 좋은 곳은 젊은 처자 둘이 이미 자리를 차지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두 처자의 뒷모습을 훔쳐보는 것이 전부.

시선을 돌려 온전히 서울 시가지만 굽어보면 이런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2층 테라스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외부 계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런 모습이...

아래층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공간은 이 곳인데, 역시 한 분이 이미 오로지 하고 있어. 그 분 앞에 빈 자리가 있기는 하던데, 당신만의 시간을 즐기는 데 방해가 될까봐 앉기를 포기했다.

좋은 경치와 마주치니 그를 배경으로 사진 한장을 남기고 싶은 생각이 절로 일어나서, 용기를 내 보았다.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내가 이 곳을 찾은 때가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였나보다.

자, 이제 외부는 대충 둘러보았으니, 카페 내부로 들어가 보기로 하겠다. 먼저 1층의 전경.

"초소 책방"이란 이름에 걸맞게 꽤 많은 읽을거리들이 서가에 꽃혀 있다. 다만 유념해 보지 않아서 집어들고 책방 어디에든 가서 읽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판매만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order & pick.

내부공간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인데, 특히 평상 위에 놓인 길다란 앉은뱅이 책상의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리고 결국 난 이곳에 정착했다. 커피와 함께 구입한 조그만 타르트는 예쁘기는 한데, 그 예쁨에 상응하는 것만큼의 맛을 보여주지는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카페에서 나와 터덜터덜 걸어 내려오다 또 한장의 사진을 남겼다. 부암동 방면인 것으로 생각되는...

이런, 내 스스로 내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막상 위치를 이야기하는 것을 깜박했다. 우선 주소는 종로구 인왕산 172이고, 지도로 보여주면 이렇게 된다. 해질 무렵의 경치가 압권인 무무대 전망대, 인왕3분초를 리모델링한 '숲속 쉼터'가 지척이고, 윤동주 문학관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하루쯤 시간을을 충분히 가지고 이들을 연계하여 둘러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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